앞 포스트 <심리학에 물든 부족한 기독교 - ② 기독교 심리학은 존재하는가>에서, 기독교 심리학이란 세상에서 유행하고 인기 있는 최신 사상들에게 그럴 듯한 기독교 용어를 입혀 마치 그 사상들이 기독교의 진리인 양 포장시키는 일에 지나지 않음을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왜 심리학이 반기독적일수밖에 없는가, 그 태생적 한계를 알아보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심리학은 지독하게 인본주의적이라는 점에서 기독교와 맞물릴 수 없습니다.

 심리학의 중심은 인간이고, 자아입니다. 나를 더 사랑하는 것이 과제입니다. 내가 내 자아를 회복하면, 모든 문제는 해결됩니다. "심리학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행복입니다. 그리고 기독교 심리학은 인간의 이 행복 달성을 위해 하나님이 인간을 사랑하시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얼마나 가치 있는 존재인지를 보여 주는 가장 큰 증거이자 내가 나를 사랑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주장합니다. 달리 표현하면 기독교 심리학은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신다는 사실을 근거로 내가 나 자신을 예배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각주:1]" 또한 그뿐 아니라, 심리학은 자신의 상처 혹은 무의식에 책임을 전가시킬 여지를 줍니다. 나는 본질적으로 죄인이 아니며 자라면서 받아온 상처나 문제 때문에 잘못된 행동을 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그것이 해결되면 문제도 해결됩니다.

 그러나 성경에서는 나를 사랑하라고 가르치지 않습니다. 우리의 가치를 깨닫기 위해 애쓰라고 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어떻게 우리를 사랑하시는지 알라고 말합니다. 기독교는 인간이 무엇을 해내어서, 그럴만해서 구원을 받는 종교가 아닙니다. 오로지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받으며, 사실 그 은혜조차도 하나님께서 선물로 주신 것입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그 선물을 받느냐, 거부하느냐 하는 것뿐입니다. 이 메시지 어디에 '인간이 자신의 가치를 깨닫고 자신을 사랑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내용이 있습니까? 인간은 날 때부터 죄인이며 죄인이기 때문에 죄밖에 발생시킬 수 없습니다.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오로지 구원뿐입니다.

 심리학을 태동시킨 프로이트는 다윈의 진화론의 영향을 받아 영적 세계를 부정했습니다. 그는 종교는 하나의 환상 또는 환영이라고 보았고, 인간은 앞으로 더욱 진화하여 인류가 완성되리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과학이 더욱 발전한 오늘날, 우리가 깨달은 것은 과학으로 모든 것의 진리를 밝혀낼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은 물리학이 발전하면 할수록 이 물리적 우주의 존재 원인에 대하여 결국은 비물리적이며 영적인 무언가를 찾는 형이상학의 단계에 이를 수밖에 없다고 인정했습니다. 또한 19세기 말에 태어난 영국의 물리학자이자 천문학자이고 수학자인 제임스 진스는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습니다:

 20세기의 물리학이 성취한 가장 큰 공헌은 상대성 이론도 아니고 양자론도 아니며 또한 분자의 분리도 아니다. 인간은 아직도 여전히 궁극적 실체가 무엇인지 모른다는 일반적인 깨달음에 도달한 것이 물리학의 발전이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이다.[각주:2]

 또한 융은 어떠한가 하면, 그는 영적 세계를 인정하는 듯싶지만 그의 그것은 기독교의 세계관과는 다릅니다. 그는 기독교를 그저 신화의 영역으로만 인정한 사람입니다. 인간의 무의식을 설명함에 있어, 개인의 무의식으로만은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을 집단 무의식 (collective unconscious)으로 설명하기 위해 인간의 잠재된 기억으로서 사용한 단서일 뿐이며, 그는 기독교의 진리를 인정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는 인간의 집단 무의식 속에 숨어 있는 어떠한 실체가 신이라고 생각했으므로 모든 인간은 자신의 무의식 속에 각자의 신을 소유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을 밝히는 일이 자신 뿐 아니라 자신 속의 신을 깨워 내는 데 필요하다는 것이 바로 융의 이론입니다.

 이러한 이론을 받아들여, 인간의 영적 세계를 부정하거나 혹은 기독교를 단지 신화일 뿐이라고 치부하면서도 동시에 하나님과 그 구원을 인정할 수 있을까요? 불가능합니다. 하나님께서 인간에 대해 말씀하신 것과 저들의 이론은 결코 공존할 수 없습니다. 물론 어떤 의미에서는 나름의 결과를 내어놓을 수도 있으나 그것은 오로지 인간적인 결과일 뿐이며, 기독교적인 입장에서 보자면 득보다 실이 훨씬 큽니다.

 심리학 이론이 이렇게나 반기독적인데도 어째서 기독교 심리학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이들이 많은가? "과학이라는 이름 앞에서는 '성경이 진리다.'라고 내어 놓기가 영 부끄러운 것입니다.[각주:3]"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어정쩡한 절충물입니다. 그러나 차라리 성경의 진리를 부정해버리면 모를까, 성경의 진리와 어정쩡하게 섞어놓으면 그것이 더 위험합니다. 검은색은 분명히 흰색이 아니지만, 옅은 회색은 언뜻 흰색과 착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쪽이건 흰색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한데도 말이죠-

 다음 포스트, <④ 심리학이 쓴 세 개의 가면>에서 교회 안에 어떤 잘못된 가르침이 들어와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1. 옥성호, 심리학에 물든 부족한 기독교, 부흥과개혁사, 2007, pp. 118-119 [본문으로]
  2. Ibid., p. 130에 인용된 바에 따르면 원 출처는 James Jeans, The Mysterious Universe, The MacMillan Company, 1930, p. 140 [본문으로]
  3. Ibid., p. 147 [본문으로]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