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도서

옥문도: 살인탐정 긴다이치

Neissy 2007. 11. 22. 22:29
옥문도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시공사

<소년탐정 김전일>에서 김전일 (金田一はじめ, 긴다이치 하지메)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그 할아버지, 긴다이치 코스케가 나오는 탐정소설입니다. 솔직히 말해 긴다이치 쿄스케와 김전일의 관계성은 루팡과 루팡 3세만큼이나 관계 깊다 싶긴 합니다만 그런 사소한 사항은 넘어가죠. 사실 요즘 저는 추리소설에서도 '어떻게 죽었나'보다는 '왜 죽었나'에 보다 관심을 가지게 된 터라 이런 수수께끼 풀이가 중심이 되는 소위 본격파 추리소설은 그다지 흥미있지는 않습니다만, 아무래도 긴다이치 쿄스케가 나온다니 뭐라도 한 번쯤은 봐야겠다 했고 그래서 빌려 보았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읽는 데 좀 걸렸고, 중반부터는 속독으로 봤습니다.

무엇이 취향이 아니었는고 하니 우선 화자의 개입이 강하게 느껴지는 서술이었습니다. 3인칭 서술인데 설명하면서 때때로 작가가 직접 독자에게 말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게 나쁘다는 뜻은 아니지만 이 덕분에 상황에 몰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더불어 이 소설의 탐정인 긴다이치 코스케는 꽤 어리벙벙해 보이는데다 흥분하면 말을 더듬기도 하고, 도무지 믿음직한 구석이 없는 친구입니다. 더구나 김전일의 할아버지라는 명성에 걸맞게, 사람들 참 열심히 죽습니다. 이 열심히 죽는다는 부분은 좀 선입관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사실 워낙 추리소설에선 사람들이 많이 죽는데도 이 긴다이치 코스케만 특별히 "이 무능한 인간 같으니"라고 하는 것은 이 남자로는 좀 억울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역시 가는 데마다 사람이 죽는다 김전일의 할아버지로 알려져 버린 이상 피할 수 없는 오명인지도 모릅니다.

요즘 제가 원체 하드보일드에 익숙해져 있어서 이 소설이 안 맞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하간 워낙 스타일이 다르니까요.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이라도 사람들은 참 많이 죽는다는 점만은 공통점이겠습니다만) 읽어 보면 딱 일본 소설이다 싶은 소설이 있는데 이 소설이 그런 풍입니다. 문체도 상황도 분위기도 그러합니다. 일본인이 읽을 때에는 취향에 잘 맞을 지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제 취향에는 안 맞았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점만은 마음에 들었는데, 이 소설이 속칭 본격파 미스터리라고는 해도 인물들이 그런 행동을 하는가에 대해서 충실히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소설의 무대인 섬은 빠져나가지 못한다는 밀실의 무대로서가 아니라 전통적 인습이 남아 있는 무대로서 기능하고 있는데, 인습이 불러 온 비극을 외부에서 온 현대적 인물인 긴다이치 코스케가 풀어낸다는 부분은 (죽을 사람 다 죽었다는 건 제끼고) 조금은 생각해 볼 여지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갇혀 있는 공간과 독특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어떤 사고방식을 가지고 살아가는가도 조금은 재미있었지요.


덧붙임. 어떤 의미에서 좀 더 흥미로웠던 것은, 이 소설의 무대인 옥문도가 섬이기 때문에 일본 본토와 다른 사고 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있고 그 인습에서 비극이 불러일으켜지는데, 사실 넓게 보자면 본토라고 말해지는 그 일본도 실은 섬나라라는 점이었습니다. 섬 사람들의 사고를 외부인이 이해하는 것은 어렵다지만, 일본 그 자체도 실은 마찬가지로 섬이고 말이죠. (좀 큰 섬이긴 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