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신변잡기

지금까지 내가 강해졌다고 생각한 건

Neissy 2007. 2. 19. 00:35
사실 알고 보면 그저 인간에게 기대하지 않는 법을 배워왔던 것 뿐일지도 모른다. 벽을 쌓고, 믿지 않고, 상처받아도 크게 아프지 않는 법. 어떤 일이 닥쳐도 아파하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그 어떤 실망도 상처도 가지지 않기 위해서. 하지만 정말 그게 강한 걸까?

타인에게 침입받지 않기 위해 세운 벽은 상대방을 넘어오지 못하게 하고 있지만 그 동시에 나 자신도 상대방에게 넘어가지 못하게 했다. 상처 받는 것이 두려워 덮어씌운 외골격은 상대가 나를 상처입히지 못하게 해 주었지만 동시에 나 자신도 상대에게 간격 없이 접근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약해빠졌잖은가, 이건. 나는 그저 무서워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이제 벽은 무너뜨리기에 너무 단단했고 저 외골격은 아예 피부가 되어버렸다. 알았다고 하더라도 생각처럼 쉽게 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어쨌든,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제 다시 바꿔야 한다. 상처 한둘이 무어 대수냐.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는 인간에게 구원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