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에도 어김없이 7월 27일이 찾아왔습니다. 이제 제가 영춘권을 배우기 시작한 지도 만 6년을 꽉 채웠네요. 영춘권을 배우면서 당장 큰 변화를 체감하진 않지만, 작은 변화가 쌓이다 보면 큰 변화가 되어 있곤 하죠. 돌이켜보면 어느새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깨닫고 즐거워하는 것 또한 무술을 배우는 즐거움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적을 말이 많지는 않습니다만, 모처럼이니 그간 생각했던 것들을 또 적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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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체를 굳건하게 상체를 부드럽게 하라'고 하면 누구나 '그건 이걸 말하는 것일 거야'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와 실제로 어느 정도 할 수 있게 된 다음이 좀 다릅니다. '몸 전체를 제대로 사용해야 한다'고 말해도, 역시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와 실제로 어느 정도 할 수 있게 된 다음이 많이 다릅니다.


 아직 배우지 않았을 때 머릿속으로 생각한 것과 실제의 움직임은 꽤 다른 영역에 있습니다. 잠깐 맛을 보고 초보적인 움직임을 시작했을 때 생각한 것과 좀 더 나아가 어느 정도 할 수 있게 된 다음 생각하는 것 또한 제법 다른 영역에 있죠. 대체로, 전 단계의 영역에서 짐작하는 것과 실제로 다음 단계의 영역에서 느끼는 것에는 다소 차이가 있곤 합니다. 그 조금씩 고차원으로 올라가는 맛이야말로 제게는 영춘권을 계속하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입니다.


 어느 정도 하게 된다거나, 조금씩 올라간다고 표현했는데,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깨달음을 얻었다고 대오각성하여 갑자기 움직임이 달라지는 일은, 적어도 무술에서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제가 본 바로는 그렇습니다. 물론 깨달음을 얻으면 다소 움직임이 달라지기는 합니다. 하지만 계속된 수련으로 가다듬지 않으면 실제로 제대로 해내기란 어렵습니다. 연습하고, 연습하고, 또 연습해서, 조금씩 발전하는 거죠. 그 길이 제일 빠른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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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습하다 보면 종종, 제대로 기술이 걸리지 않았음에도 걸렸다고 가정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생길 때가 있습니다.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 때쯤 일어나는 실수죠. 이런 부분은 항상 주의해야만 합니다. 느리고 더듬거리더라도 제대로 된 기술이라면 계속 연습하면 나중에는 빠르고 능숙해질 수 있지만, 애초에 제대로 된 기술이 아니라면 아무리 많이 연습해도 제대로 되지 않은 기술일 뿐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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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을 써도 되는가? 묻는다면 전 힘을 써도 된다고 말할 겁니다. 힘을 써 보면 힘을 쓰는 것보다 힘을 쓰지 않는 것이 효율적임을 알게 되기 때문이죠. 힘을 쓰지 않는 쪽이 효율적임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힘을 쓰지 마라니까 힘을 쓰지 않는 것보다, 써봤자 소용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껴서 그보다 효율적인 쪽을 추구하는 쪽이 스스로에게도 더욱 도움이 됩니다. 상대가 힘을 쓴다면 솔직히 저는 상대하기 더 편합니다. 정말 무서운 건 힘만 센 것보다, 위력도 무시무시한데 중심도 낮고 가볍게 움직이며 변화무쌍한 쪽이죠.




 이제 영춘권을 배운 지 7년째로 들어갑니다. 앞으로 또 무엇을 어떻게 배울지 모르겠지만 (아니 솔직히 말하면 사형들이 하는 걸 보면 뭘 배울지 얼추 짐작은 되긴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엄청 재미있을 거예요.

Posted by Neis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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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1. 벌써 7년차라니 축하드립니다. 중국무술은 3년 소성 10년 대성이라는데, 3년만 더 하시면 그 경지에 이르시겠군요.

  2. 벌써 6년이나 되었나요?
    시간 정말 금방 가는 듯 합니다.
    저도 올해 2월부터 시작해서 주말반으로 꾸준히 다니다가 이제는 아예 주중으로 더 많이 다니는게 벌써 8월달에 접어들었습니다.

    기존에 복싱, 무에타이, 주짓수 이 세 종목은 심적으로나 상황적으로 뭔가 벽에 부딪치면 항상 그럴싸한 핑계로 그만두고 그랬는데 ITF태권도만큼은 포기하지 않고 여태 수련하고 있는 저를 볼때면 스스로 대견하기도 합니다.

    ITF가 천성에 맞아서일수도 있겠지만 지난날의 나쁜 습관을 떨치려 노력하다보니 때로 수련이 버거운 날에도 인내와 극기로 해나가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뭔가 나 자신의 약점적인 나쁜 습관을 극복하는 것 같아 오히려 더 즐겁고 뿌듯하기도 합니다.

    서로 다른 무술을 수련하지만 네이시님과 함께 각 분야에서 더 꾸준히 깊게 계속 수련하겠습니다.
    힘내자고요!^^

    • 6년이.. 오랜 기간은 아니지만, 짧지는 않은 기간이겠죠. 나름대로 도장에서 사람들을 보면서 든 생각이 '재능 있는 사람보다, 꾸준한 사람이 결국 강해진다'는 거였습니다. 물론 재능의 차이로 인한 차이가 전혀 없진 않지만 꾸준함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했죠.

      ITF를 계속하고 계신다니 참 좋은 일입니다. 계속 꾸준히 하셔서 높은 수준에 이르시고, 언젠가 실제로 멋지게 보여주신다면 좋겠습니다. 파이팅입니다^^/

  3. 넓고깊게 2016.08.27 16:35

    안녕하세요? 영춘권에 대해 알아보다 우연히 발견해 유익한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혹 실례가 안된다면, 수련하시는 도장과 월백을 구입하신 곳을 알 수 있을까요? 윌백은 판매처 찾기가 쉽지 않네요.

    • 제가 수련하는 도장은 홍대에 있는 영춘권 수련원이며, 월백도 도장에서 구입했습니다. http://neissy.tistory.com/1403에서도 소개한 바 있으니 참고하시면 감사하겠습니다.

  4. 넓고깊게 2016.08.28 09:46

    답변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