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있는 일상에서의 영춘권 응용 몇 토막.

# 차도 인도 구분이 사실상 없는 길을 걷다가 갑자기 차 한 대가 꽤 들이대는 걸 본 순간 보법으로 옆으로 피했다.

# 백화점 지하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 구역으로 가는데 빈 엘리베이터 문이 열려 있는 걸 본 순간, 오히려 중심을 낮추며 보법으로 파고들면서 부드럽게 유리문을 연달아 두 개를 열고 엘리베이터를 잡았다. 아내님이 감탄.

# 겨울에 도장에서 운동 후 집으로 돌아왔는데 집앞 나무데크에 살얼음이 끼여 있었다. 한순간 쫙 미끄러졌지만 보법으로 균형을 잡으며 살아났다. 메고 있던 가방과 손에 들고 있던 카메라 가방도 함께 살아났다.

# 공장에서 옆으로 슬라이드되는 큰 문이 있는데, 이걸 열 때 무의식적으로 쌍깐사오 (횡으로 치는 기술)를 사용했다.

내게 무술이란 위급한 상황에서 본능적으로 나와야 하는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순조롭게 본능 레벨로 스며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Posted by Neissy

왠지 물량 품귀 사태로 예약구매했는데도 취소됐다는 사람이 많은 유니콘 오버로드, 무사히 수령했습니다. 13기병방위권은 마찬가지로 바닐라웨어 게임인데 체험판 해보니 괜찮더라고요. 그냥 이참에 같이 샀습니다.

그나저나 슈퍼마리오 원더부터 일단 다 깨야 할 텐데, 지금 이걸 시작하면 안 되겠죠. 음.

Posted by Neissy

..에 대해 말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좋게 말하든 나쁘게 말하든 그다지 좋지 않다.

다른 무술을 나쁘게 말하는 것이야 당연히 그 무술의 수련자가 기분 나빠할 테니 피해야 할 일이지만, 좋게 말하는 건 왜 안 좋은가? ..세상은 넓고,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다. 타무술을 좋게 말하면, 그렇다면 당신의 무술은 그게 안 되기 때문에 타무술의 그 부분을 좋게 말하는구나! 라는 사람이 나온다. 어질어질하지만,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다.

물론 당신이 무술 수련자이고, 어느 정도 이상 수련했다면 무술에 대해 나름의 견해가 생길 것이다. 나는 그 견해에 대해 부정할 생각은 없다. 같은 도장 내에서 같은 사부님에게 배우는데도 견해가 갈릴 수 있는데, 다른 무술이면 오죽하랴.

견해가 다를 때 기본적인 방침은, 나는 너의 견해와 같게 생각할 수는 없지만 너의 견해가 틀렸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는 것이다. 그것은 다른 길인 것이지 틀린 길이 아니므로.

다만 명백하게 틀린 길인 경우도 없지는 않다. 기본적인 원리가 잘못되어 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나의 경우, 그런 걸 보더라도 아무 말 하지 않는다. 말해 보아야 소용 없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것도 되어 있지 않으면서 ㅁㅁ권을 자칭하는 걸 보면 '그걸 ㅁㅁ권이라고 하지 마!'라는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그냥 됐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 이들은 계속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런 걸 하나하나 잡아내서 싸우고 다닐 만큼 에너지가 많은 사람은 아니다. 그냥 내 할 일이나 하고 싶다.

그래서 타무술에 대한 견해 이야기로 돌아가는데, 솔직히 나는 내가 영춘권을 이제 14년 하고 있는 입장에서, 무언가에 대한 견해를 그렇게 쉽게 정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즉 영춘권을 해 오면서 나는 영춘권에 대한 이해가 발전했고, 영춘권이란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대해서도 계속 변화해 왔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영춘권은 연환충권을 기본으로 한다, 그건 맞다. 하지만 그게 영춘권의 전부는 아니며, 지금의 나는 연환충권을 주력으로 펼치지 않는다. (연환충권 연습은 충실히 하지만, 그건 별도 문제다) 몸쓰는 법이 달라졌고 상대에게 달라붙는 방식도 달라졌다. 그러므로 내게 영춘권이란 여러 가지를 포함한다. 이것도 영춘권이고, 저것도 영춘권이다. "영춘권은 이런 식이다!" 라고 누군가 단언한다면, 그건 영춘권의 일부이지 전부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그와 같은 일이, 다른 무술에는 없을까? 그 무술을 수련하며 계속 발전하지 않았겠는가? 내가 설령 다른 무술의 수련자와 교류해서 그걸 접했다고 해도, 그때 받은 인상으로 그 무술에 대해 이렇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 자신이 계속 변해왔듯, 그들은 변하지 않았겠는가?

실제로 나는 나름대로 여러 사람과 만나고 있는데,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적인 교류가 되고 있으며, 그때마다 나뿐 아니라 상대도 변화하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서로 수준이 바뀌고, 몸쓰는 법이 발전한다. 아직 얕은 수준에서, 즉 나도 이해도가 떨어지고 상대도 이해도가 떨어지는 수준에서 서로 뭔가를 느꼈다고 해도, 그건 단지 극히 일부이지 전부가 될 수는 없다는 뜻이다.

나는 견해를 갖는 것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무술 자체의 훌륭함을 떠나, 어떤 무술 수련자가 태만하게 수련하는 것에도 나름대로의 생각이 들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것을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일개 무술 수련자가 쉽게 ㅁㅁ권을 대표하는 사람처럼 여겨지는 게 현실이므로.

...뭐, 다 떠나서, 우리 도장 수칙에는 '타무술을 비방하지 않는다'는 게 있다. 그게 아니더라도 조심하지 않았을까 싶긴 하지만, 좋은 수칙이라고 생각한다.

빡세게 수련하고, 몸 쓰는 게 달라지면 누구나 그에 대해 프라이드를 가진다. 나는 그 프라이드를 싫어하지 않는다. 그건 열심히 제대로 한 사람이 응당 가질 수 있는 자부심이므로. 다만 "우리 무술에만 이거 있다!" 라는 느낌이 되면.. 설령 그게 사실이더라도 반감은 엄청나게 사게 될 것이다.

워낙 생각들도 다르고, 말도 많다. 어쩌면 나도 괜한 반감을 사게 될까 주의하고 있지만, 사람이란 아무것도 안 해도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 법, 모두가 내 말을 좋아하진 않겠지. 그런 부분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안 그래도 싸우기 좋을 이야기를 꺼낼 필요까지는 없지 않나 싶다.

Posted by Neissy

왕눈을 다 했으니 예전 젤다를 해보겠다고 했는데, 그게 일단 젤다 야숨이었습니다 (...)

그리하여 대략
2회차인 마스터모드까지 포함해 플레이타임 250시간 넘겼습니다.
모든 미니챌린지를 깼습니다.
모든 코로그를 찾았습니다.
모든 바위록, 히녹스, 몰드래고를 잡고 킬러의 증표 3개를 받았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야숨-왕눈은 정말로 얼추 할 만큼 했다는 거죠. 즐거운 하이랄 모험이었습니다. 그냥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세계이긴 합니다만, 이제 한동안은 정말로 다른 게임을 해야겠습니다. 많이 밀렸네요.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