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빨간 줄이 들어간 이 도복을 얼마나 입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도장에서 수련하는 사람들은 이 도복의 의미를 잘 알 거라 생각해요 -


 작년 8월 서머캠프 때 좋은 일이 있었다고 적은 적이 있는데, 사실은 그게 이거였습니다.. 2레벨 테크니션으로 승급했어요! (눈치채셨을까요? 테크니션 2가 된 다음부터 프로필을 영춘권 수련자에서 영춘권사로 바꿨습니다) 이 이야기를 도복이 오면 적으려고 했는데 도복 오는 게 좀 늦어져서 이제야 적게 되었네요. 오랜 기다림 끝에 입게 된 테크니션 2 도복은.. 최고예요!

 테크니션 2의 의미는 좀 각별합니다. 저희 승급 체계에서, 우선 제자는 수련생 0레벨에서 시작해서 12레벨까지 올라가게 되는데, 수련생 12레벨까지 올라간 후 거기에서 또 올라가면 테크니션 1이 됩니다. 수련생 12레벨부터도 자기 모임을 가져 사람들을 가르치는 게 허용되긴 합니다만, 사실 테크니션 1부터가 진짜 인스트럭터 레벨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테크니션 1도 아직 완전하지는 않죠. 테크니션 2부터, 진짜 자기 도장을 차려 사부가 될 수 있습니다. 원한다면, 말 그대로 사부님이 될 수도 있어요! ..랄까 제가 제 도장을 금방 차리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뭐 그런 게 가능한 레벨입니다.

 더 높은 수준의 기술을 배우고, 그걸 적용하는 법을 알게 됩니다. 테크니션 2가 되면 움직임이 굉장히 달라지기 때문에, 테크니션 1의 수준에서는 거기 대항할 방법이 사실 없습니다. 가르칠 수 있는 건 둘째치고, 그렇게 수준이 올라간다는 것이야말로 제가 테크니션 2가 되고 싶었던 이유였죠. 굉장히 올라가고 싶었던 (동경하던) 레벨인 만큼, 테크니션 2가 된 것이 매우 뿌듯합니다.

 실력 있는 사부님과 사형, 동기들과 배운다는 게 제 자랑입니다. 앞으로 계속 정진해서, 정말 실력 있는 영춘권사가 되고 싶어요.

Posted by Neis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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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엽문>의 성공으로 영춘권 영화가 쏟아져나왔죠. 엽문 본가 시리즈도 3까지 나오고 나서, 본가에서 제작한 정식 외전이 나왔습니다. 3에서 엽문과 겨룬 영춘권 고수(?) 장천지의 이야기입니다.......만, 원화평 연출에 장진 주연이란 시점에서, 사실 전 영춘권을 전혀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

<엽문 3> 시점에서부터 좀 문제였던 게, 견자단과 겨루는 고수 역할로 장진이 나왔죠. 실제로 영춘권을 수개월 연습한 (데다 이미 여러모로 다른 무술을 실제로 배워가며 연기하는 무술덕후인) 견자단에 비하면 '응? 영춘권이라고?'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데, 견자단에 지지 않는 고수라고 연출하고 있으니 '음......' 소리가 나왔더랬습니다.

거기다, 전 원화평의 액션도 그리 선호하지 않습니다. 싸우기 위한 액션이라기보다 액션을 보여주기 위한 액션이란 느낌이 강해서요. 물론 무술 영화란 게 애초에 보여주기 위한 액션이긴 합니다만, 현실감 나는 공방보다는 아름다운 합을 추구하는 성향이 너무 강해져서.. 잔 돌리기에선 무슨 <일대종사 (왕가위 감독)>인 줄 알았네요. 와이어 액션 티가 나는 연출도 포함해서, 철권이나 DOA같은 느낌마저 나서 개인적으론 별로였습니다. (박력은 인정합니다)

그래요, 솔직히 <엽문 3>도 좀 별로였고요. 그것도 원화평이 무술감독이었는데, 합 자체는 영화로선 흥미롭긴 하지만 이전작들에서 보였던 '오, 그래도 영춘권을 좀 알고 만드는구나' 싶은 부분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었죠. 이전작에선 홍금보가 무술감독이었는데 그의 영춘권에 대한 이해도가 좋았다고 해야겠습니다. 어쨌든, 제게 엽문 본가 시리즈는 1, 2까지가 베스트였어요. 2가 살짝.. 미묘한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몇 번이고 또 볼 수 있는 영화예요. 3은 왠지 잘 안 보게 되더군요.

음, 본가 시리즈가 아니라 외전 감상이었죠. 고전적인 쿵후 영화의 관점으로 접근한다면, 영춘권이 사실상 없는 것만 제외하면 아름답고 박력있는 액션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괜찮은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영춘권을 기대한다면, 뭐랄까, <엽문전전>이나 <종극일전>이 오히려 낫다고 생각합니다. (제법 노력한 영화들입니다)

장천지는 엽문에게 패한 후 영춘권을 안 한다는 설정인데, 덕분에 최종전에 이르기 전까지 영춘권을 정말로 안 씁니다. (...) 배우가 영춘권을 사실 잘 모르는 걸 커버하기 위한 연출 아닐까 싶긴 한데, 님하 이거 <엽문 외전>이잖아효 (......).

뭐 그래도 마지막 바티스타와의 대결은 적절한 연출과 비장미, 영웅의 부활이란 느낌으로 나쁘지 않았습니다. 아니, 애초에 거기 가서야 겨우 영춘권을 쓰니.. 하긴 영춘권을 쓰긴 했어야 했을 겁니다. 바티스타를 상대로 힘으로 싸울 순 없는 거죠, 아무렴요.

저 개인적으로 영춘권 영화를 볼 때 영춘권에 대해 엄격하게 따지지는 않는 편인데, 영춘권을 나름 수련한 입장에서 사실 그런 식으로 영화를 보면 볼 영화가 없어집니다. (...) 그래서 배우의 한계를 감안하고 보는 편입니다만, <엽문 외전>은 주인공의 영춘권 수준을 아예 논외로 해도, 영춘권을 마지막의 마지막에서야 쓴다는 점에서, 진한 아쉬움을 남긴다고밖에 평하지 못하겠습니다. 12부작 드라마쯤 되면 한두 편 정도 그런 식으로 영춘권을 봉인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보지만 이건 한 편짜리 영화인데 플레이타임 대부분을 다른 무언가의 무술로 사용하고 있으니.. ...망해쓰요.

총평하면... ...그냥 볼만은 해요. 영춘권 기대하지 말고 보면요. 제목이 <엽문 외전>이긴 하지만. (...)


여담. 양자경은 영춘권 영화 두 편에 출연했지만 어디서도 영춘권을 하진 않았네요.

여담2. 토니 쟈는 분위기 있게 잘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시그니처 '올라타서 뚝배기 깨기'를 왜 장천지가 했는지 미묘하지만요.

여담3. 근데 진짜로, 영춘권 전혀 기대하지 말고 고전적인 쿵후 영화의 관점으로 보면 꽤 괜찮습니다. (이게 칭찬이 맞나?)
Posted by Neis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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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춘권을 하다 보면, 사부님이 중요한 요점을 알려주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걸 중요하다고 강조해서 말씀하시기보다는, 무언가 동작이 잘 안 될 때 이렇게저렇게 해보라며 간단하게 슥 설명하실 때가 많죠. 대수롭지 않게, 그러면 안 되고 이렇게 해야 한다고.

그건 어찌 보면 한 끗 차이인데, 사실 한 끗 차이가 아닙니다. 어마어마한 차이가 나죠. 몸 움직임이 완전히 달라지니까요.

그래서, 대개의 수련은 이런 식입니다. 사부님이 동작을 알려주시면 그걸 합니다. 하지만 당연히 뭔가 어색합니다. 그 어색함이 무엇 때문인지, 나아지기 위해 뭐가 필요한지 당장은 알 수 없습니다. 일단은 연습을 쌓는 게 필요합니다. 그래서 제법 동작이 익숙해지면, 그리고 그럼에도 무언가 모자람을 스스로 느끼고 있으면- 그때 사부님이 보시고 문제가 있던 부분을 고쳐줍니다. 그걸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슥 설명하시지만, 배우는 입장에선 '이거였군!' 하고 눈이 탁 트이게 되죠. 그러면 그 배운 걸 소중하게 여기고 고쳐나가게 됩니다.

저로서도 종종 사제의 수련을 도와줄 때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이것저것 다 가르쳐주고 싶기도 합니다만, 자제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미리 다 알려줘도 어차피 그걸 다 할 수도 없다는 것도 있습니다만, 수련을 하면서 스스로 고민할 시간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가 큽니다. 고민할 것도 없이 그냥 다 알려주면, 그걸 그다지 귀중하게 여기지 못해 제대로 고치지 못하게 될 걸 우려한달까요.

그리고 사실, 단계마다 그 단계에서 확실하게 쌓아 두어야만 하는 어떤 것들이 있기 마련이기도 하고요. 그게 된 다음에 다음 단계로 올라서는 거지, 처음부터 모든 걸 아는 게 꼭 좋은 건 아닙니다. 수학을 처음 배우는 아이에게 '야 1+1이 2가 아닐 수도 있는데, 넌 1+1이 2라고 일단 답하라고.'라고 해봐야 혼란스러울 뿐이죠. 나중에 한참 지나서 1+1이 2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를 만나 고민하고 있을 때 '사실 1+1이 2가 아닐 수도 있어'라고 말해주면, 그때는 혼란스러워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명확해지겠죠.

조급해하지 말고 차곡차곡 쌓아 가는 게 중요합니다. 쌓아 가다 보면 사부님이 슬쩍 힌트를 주시는 거죠. '그거 잘 안 되면 이렇게 해봐요.' 물론 힌트를 주실 것도 없이 제자가 포인트를 캐치하고 교정한다면 참 좋겠지만, 대개의 경우 이 불초제자는 힌트가 필요해서 말이죠.. (먼산)

그래도 최근에 있었던 '이거다 싶은 순간'에서는, 그 아무렇지 않게 말하신 그걸 예전에 다른 동작에서 중요한 포인트라고 깨달았었기 때문에 조금 다른 방법으로 새로웠습니다. '그거랑 이거, 같구나!' 하고요. 동작 원리를 좀 더 알게 된 기분이었습니다.

그 순간이 언제 올지는 알 수 없지만, 열심히 수련하지 않으면 안 온다는 것만은 확실하죠. 열심히 수련하고, 사부님 말씀에도 더 귀기울이려 하고 있습니다. 그 순간, 정말 짜릿하거든요.
Posted by Neis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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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님에게 피아노 레슨을 받는 아이가 16일이 제 생일이란 이야기를 듣더니 선물을 줘야겠다고 그림을 그려주었다고 합니다. 상당히 뜻밖의 선물이었지만, 순수한 마음을 받은 것 같아 좋았습니다. 잘 간직해두려고 해요.

모처럼 생일날이 토요일이지만, 출근해야 하네요. 아, 놀고 싶습니다.. ㅋㅋㅋ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