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14일부터 19일까지,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 다녀왔습니다. 그 여행기인데, 전에 칸사이 여행기 올린 경험을 볼 때 사진 코멘트 외의 경험담은 그리 길게는 안 붙을 듯합니다. 사진 정리하고 올리는 것만 해도 은근히 귀찮아서 노동이라서요. 아무튼 이것저것 찍었고, 별 준비는 안 하고 간 여행이었음에도 기대 이상으로 즐거운 경험이 되었습니다.
함께 하시죠.
수원역에서 무궁화 호 타고 출발하면서 찍은 사진
하던 일을 그만두게 되고 시간이 남아버렸습니다. 사실 돈 더 벌어야 하지만 좀 휴식을 하고 싶었습니다. 돈이 좀 많았다면 유럽을 꼭 가보고 싶었습니다만, 돈이 그렇게까지 많지는 않았어요. 가장 부담없이 갈 수 있는 여행이 뭔가 하고 보면 역시 한국 여행이죠. 그리고 이왕 여행을 간다면 역시 가본 일 별로 없는 곳으로!
그런데 뭐랄까 계획 짜는 게 굉장히 귀찮았습니다. (...) 사실 어디 돌아다닐 때 좀 느긋하게 구경하는 것 좋아하기도 해서, 시간 빡빡하게 맞춰서 움직이는 게 체질상 안 맞습니다. 그래서 계획은 그냥 이 날에는 이 도시를 가서 적당히 구경해보자.. 정도로 잡았습니다. 대개 역에는 관광안내소가 있기 마련이니 거기서 안내서 받아서 마음에 드는 데 가보기로 하고요.
그래서 도착한 처음 장소가 바로 여기, 전주입니다
전주역에 도착해 관광안내소를 갔는데, 웬 아가씨가 책을 읽고 있더군요. 안내서 받고, 한옥마을 같은 거 어디 있냐고 물으니까 (아, 계획을 안 짰다곤 해도 그래도 몇 개 장소 정도는 정해뒀었습니다) 안내서에 적혀 있다고 쿨하게 답하더군요. 여기 볼 것도 한옥마을 그쪽에 다 있다고.. ..아, 그렇습니까. 좀 친절하게 잘 설명해줘도 되는 거 아녀? 내가 잘 알면 굳이 안내소에 갔겠냐! 라고 하고 싶은 마음도 없지않았지만 그러기도 귀찮아서 걍 역을 나갔습니다. (아, 솔직히 여행 다니는 동안 여러 관광안내소에 들렀는데 여기 전주역 관광안내소 아가씨가 가장 덜 친절했습니다.. 난 안내소가 다 이런 식이면 여행 다니기 피곤할텐데 어쩌나 하고 걱정을 다 했다고! 당신, 월급 받고 거기 있는 건데 월급 값 정도는 하란 말이다! 내가 절대로 소심해서 앞에서 말못하고 인터넷에서 까는 거 아니야!)
..라는 건 그렇다치고, 아무튼 그래서 결국,
전주역 앞에서 좀 헤맸습니다.
사람들한테 좀 물어봐서 한옥마을 쪽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을 찾기는 했는데 가는 버스를 제대로 못 찾아서 또 헤맸죠. 수원역에서 출발 자체를 좀 늦게 해서, 더 기다리다가는 한옥마을 가면 해 지겠다 싶어서 걍 택시 탔습니다. 네, 미터기에 돈이 퐁퐁퐁 올라가는 그 택시요. 여행 다니면서 택시를 탄 건 이 때 뿐으로, 다른 데서는 그래도 버스 잘 찾아 다녔습니다. 뭐, 여행 첫날이니까 아무래도 좀 불안하기도 했고. (먼산)
택시 타고 도착한 경기도민, 29세. 한옥마을의 풍경부터 우선 찍어봅니다. 날이 좀 흐려졌죠.
전주역에 도착했을 때까지만 해도 날씨가 좋았는데..
장기 두는 할아버지들. 장기의 폭력성을 검증하기 위해 장기판을 엎었다간.. ..맞아 죽겠죠?
라는 드립은 그렇다치고 이런 풍경 좋아합니다.
한번쯤 보고 싶었던 전동성당.
날이 워낙 어두침침해서 건물이 좀 어둡게 나왔는데.. 그냥 분위기를 살려서 특별히 보정 안 하고 올립니다.
한국 최초의 순교자의 숭고한 뜻을 받들어 세워진 성당으로 비잔틴 양식과 로마네스크 양식을 절충한 건물 형태로 우리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로 꼽히는 성당.. ..이라고 안내서에 적혀있습니다. 건물 꽤 예쁘긴 하더군요.
유ː럽 온 기분이네요.
내부 찍었습니다. 아담하면서 웅장하고 예쁩니다.
이 성당 사진은 꽤 여러 장 찍었지요.
초대 전동성당 주임신부像
찍을 만큼 찍었으니 다른 것도 구경하러 다녀봅니다.
전동성당 바로 맞은편에 경기전 (慶基殿)이 있습니다. 경기전은 이성계의 초상을 보관하기 위해 세운 곳이라더군요.
..라는 건 사실 저한테는 별로 상관없고 (무덤도 아니고 초상이니), 여기 경관이 괜찮아서 사극 촬영지로도 활용된다니, 구경합니다.
분위기, 분위기
죽림도 있네요.
시 한 수 읊을까 했지만 기억나는 게 윤동주의 서시나 안도현의 너에게 묻는다 같은 거 밖에 없어서 기각.
여긴 경기전 부속채 중 수복청 (守僕廳)- 하급관원들이 수직하던 곳입니다.
이건 관리의 말을 두던 마청 (馬廳).
여긴 부속채에서 다시 나와서 찍은, 경기전의 정전 (正殿)입니다. 여기에 태조 이성계의 초상이 봉안되어 있지요.
..그래서 경기전에서 볼 건 다 본 듯 싶으니 이동합니다. 사실 여기서 보고 싶었던 건 원래 전동성당 뿐이었고 나머지는 그냥 안내서 보면서 이건 어떨까 하고 가보는 거니 그저 느긋합니다.
걷는 도중에 보인 놀부보쌈집. ..어울린다!
그리고 더 걷다 보니 오목대 (梧木臺)가 보입니다. 전 높은 곳을 좋아하니까 올라가기로 합니다.
올라가는 길은 이렇습니다.
계단으로 바로 갈 수도 있지만, 조금 돌아갑니다. 이런 길이 좋아서요.
바로 앞에 게 이목대 (梨木臺)고 오른쪽 게 오목대입니다.
오목대는 이성계가 황산에서 왜구를 토벌하고 귀경하는 도중 그의 선조가 살았던 이곳에서 승전을 자축하는 연회를 열었던 곳이라고 합니다. 역사적인 의미가 깊네요. ..뭐 저는 그저 경치 찍으러 올라왔던 거지만요. 하하하하 아하하하하.
그리고 풍경을 찍습니다..만.
보시다시피 날이 흐려서.. (...)
계단에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가 플레이트로 박혀 있는 건 재미있더군요.
오목대를 내려와 다시 걷던 중에, 동학혁명기념관에 가보았습니다만 시간이 지난데다 어차피 간 날은 휴관이었습니다.
걷자 걷자, 걷는 건 즐거워.
한옥마을에서 빠져나와 '전주의 가장 대표적인 문화재'라는 풍남문 (豊南門)에 들러보았는데..
..공사 중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