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뒷세이아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도서출판 숲

 제목을 퍽 거창하게 적어놨는데, 여하간 매우 유명한 <오뒷세이아>[각주:1]입니다. 아킬레우스라는 영웅이 주역이 되었던 트로이아 전쟁 이후, 귀환했어야 했을 오뒷세우스가 귀환하지 못하여 그의 집에서는 그의 아내인 페넬로페를 노리고 온갖 행패[각주:2]를 벌이고 있고, 오뒷세우스는 온갖 고난을 겪고 20년만에 결국 귀환하여 구혼자들을 응징하게 된다······ 는 내용이죠. 유명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사람을 잡아먹는 외눈박이 거인 퀴클롭스라거나 노래로 사람을 유혹해 죽음으로 이끄는 세이렌 자매라거나 하는 이야기는 <오뒷세이아>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들어봤을 줄 압니다.

 하지만 저로서는 슬슬 '그런 이야기 들어봤다'는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지라 원전을 한 번 제대로 읽어보고 싶었고, 그런 연유로 한 번 읽어봤는데 꽤 재미있게 읽혔습니다. <파우스트>를 읽을 때도 그랬는데, 이런 걸 읽고 있으면 주위에서 이렇게 말하죠: "오, 이렇게 어려운 걸 읽어?" 그러게요, 심오하게 들어가려면 한없이 심오하게 들어갈 수 있습니다만 (그리고 그게 이런 고전의 힘입니다만) 제 경우에는 비교적 속편하게 읽는 편입니다. 이를테면, '원래 이 서사시의 대상이 되었을 청자들은 '<오뒷세이아>는 어려운 이야기니 작정하고 들어야지!'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거야. 즐거운 이야기로 듣지 않았을까? 그러니 나도 이야기를 즐겨보자!' 라는 생각이죠. 사실, 오뒷세우스의 모험 이야기, 판타스틱하고 흥미진진하지 않겠습니까? 온갖 고생 끝에 집에 돌아와 악인들을 응징한다는 이야기 줄기 자체도 매력적이고 말이죠.

 이런 고전이 다른 작품들에 끼친 영향들을 생각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에서도 이런 고전을 읽어보는 일은 좋은 일이죠. 흥미진진함이나 전개 밸런스를 엄밀히 따져물을 때 <오뒷세이아>가 과연 현대의 우리들에게 현대의 작품 이상으로 다가올 수 있을까? 전 그 점에 대해서는 부정적입니다. 하지만 <오뒷세이아>가 수많은 작품들을 만들어냈고, 현대의 작품들은 결국 이런 고전에 어떤 형태로든 빚을 지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오뒷세이아>를 재미있게 읽을 만한 이유는 충분하죠. 하늘 아래 새 것은 없다는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사실 현대에 있는 수많은 작품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예전에 이미 나온 이야기들을 변용시켜 재조합해낸 것에 지나지 않으니까요.[각주:3]

 이런 부분이 아니더라도, 고전이 괜히 고전은 아니라, 여러 곳에서 <오뒷세이아>의 내용이 인용되는 만큼 읽어볼 가치가 있습니다. <오뒷세이아> 원전을 읽어보지 않고 오뒷세우스나 세이렌에 대해 알았다고 말하는 건, <삼국지>를 읽어보지 않고 적벽대전이나 장판파 등을 안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으니까요.


 덧. <파우스트> 이야기 하니 생각나는데 사실 이 <오뒷세이아>를 읽게 된 계기가, <파우스트>에 헬레네가 나와서 '이거 헬레네에 대해 이렇게 한 다리 건너서 (그것도 작가가 제맘대로 자기 주인공하고 맺게 만든 작품으로) 보기보다는 원전을 좀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집어든 거였는데, 읽다가 생각해보니 그 트로이아 전쟁은 <일리아스>였죠······.  그것도 좀 읽어봐야겠다 싶은데, 일단 괜찮은 역본부터 좀 찾아봐야겠습니다.

 덧2. 어떤 의미로 제게 <오뒷세이아>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인물 서술 중의 비유법이었는데요, 그냥 '오뒷세우스는 어떻게 했다'고 표현하기보다 '참을성 많은 고귀한 오뒷세우스는 어떻게 했다'라거나, '슬기로운 텔레마코스는 대답했다'라는 식으로 표현하는 일이 많습니다. 이게 말 그대로 참 고전적이라 현대물만 읽어 온 제게는 오히려 신선했습니다.


──────────

  1. 보통은 오딧세이아라는 제목으로 더 익숙하지 않을까 싶은데, 이 번역본에서는 y 발음을 ㅟ로 옮겼더군요. 그래서 오뒷세우스라거나 올륌포스라거나 하는 식입니다. [본문으로]
  2. 남의 집에 가서 그 집 살림으로 먹고 마시면서 구혼하는 짓이란 깡패들이나 하는 짓 아닙니까. [본문으로]
  3. 하기야〈오뒷세이아〉역시 호메로스가 그 당시 있던 이야기들을 정립해 하나의 줄기로 만든 서사시가 되겠습니다만. [본문으로]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