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 소설 전집
루쉰 지음, 김시준 옮김/을유문화사

 루쉰 (魯迅)이라는 이름이 익숙하지 않은 분이라도, <아Q정전 (阿Q正傳)>이라는 소설 제목은 한 번쯤 들어보셨을 줄로 믿습니다. 네, 아Q, 실제 능력은 쥐뿔도 없으면서 허세만 가득하고, 놀림을 당해도 정신승리법이라는 세기의 기책으로 자존심을 살리지만, 결국에는 무력하게 죽고 마는 남자. 예전에 언젠가 한 번 읽기는 했는데 제대로 읽어보질 않아서 이 참에 한 번 제대로 읽어봤습니다. 모처럼 을유문화사에서 전집을 내주었으니 유용하게 이용해야죠.

 이 전집은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해설에 따르면) 북경 인민문학출판사에서 1961년에 펴낸 <루쉰전집 (魯迅全集)> 제 1집에 수록된 <납함 (呐喊)>과, 제 2집에 수록된 <방황 (彷徨)>, 그리고 마찬가지로 2집에 수록된 <고사신편 (故事新編)>입니다. 루쉰의 소설은 모두가 단편이어서 (<아Q정전>이 중편으로 제일 깁니다) 소설 하나하나의 길이는 짧습니다만, 소설 전부가 총 33편이다보니 책의 페이지 수는 꽤 되는 편이어서 주석 및 해설을 포함하여 총 700페이지[각주:1]에 좀 못미칩니다. 읽기 어려운 소설들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다 읽으려면 조금 시간이 걸리긴 하지요.

 유명한 <아Q정전>은 <납함>에 수록되어 있으며, 루쉰의 글 중에서는 비교적 초기에 쓰여진 글입니다. 웹에서는 특히나 자주 인용되는 만큼 (예문: "그 자식은 아Q 같은 녀석이야" "정신승리법 구사하는 인간한텐 답이 없죠") 한 번쯤 읽어볼 가치가 있다 하겠습니다.

 꽤 많은 단편이 들어있습니다만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기본적으로 다 비슷합니다. "깨어나라 중국이여"랄까요. 계몽소설이며 사회비판적입니다. 루쉰 스스로 납함의 서문인 <자서 (自序)>에서 밝히길, "우리들의 첫 번째 중요한 일은 그들의 정신을 고치는 데 있다. 당시 나는 정신을 고치는 데 있어 최선으로 당연히 문예를 들어야 한다고 여겼다. 이리하여 문예 운동을 제창하게 되었다. (p.12)"고 했죠. 실제로 그의 소설들은 보면 구습에 매여 있는 중국인들을 향한 메시지가 강하게 들어있습니다. 하기야 그 시대에 글을 쓰면서 계몽적인 사상이 없기를 바라는 것도 무리겠지요.

 그렇다고 글이 딱딱하거나 재미없지는 않은데, 기본적으로 우선 글 자체가 독자가 흥미있게 잘 읽어나갈 수 있게끔 잘 쓰여져 있습니다.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고 외치기보다는 어떤 현실과 상황을 보여주고 그로부터 독자가 무엇인가 느끼도록 하게 만드는 방식인데, 저는 이런 방식을 좀 많이 좋아하죠. 흠, 위에서 저는 이 소설의 메시지가 기본적으로 다 비슷하다고 했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표현법도 다 비슷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건 확실히 허구이지만 어떤 건 자전적입니다. 소재 또한 현실적이기도 하고 다소 환상적[각주:2]이기도 합니다.

 이 전집 중에서 어느어느 단편이 괜찮으니 그것만은 꼭 읽어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만, 저로서는 기회가 되시는 대로 그냥 다 읽어보시는 게 괜찮다고 추천하겠습니다. 사실 단편들이 좀 비슷비슷한 느낌이다보니 뭐 하나를 딱히 꼽아서 '이게 최고다!'고 외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요. 어느 하나가 특출나게 비범하거나 특별하게 떨어지거나 하지 않아서요. 그러니 (모처럼 전집이기도 하고) 그냥 싹 다 읽어보시라는 말씀 되겠습니다.

 주석이 각주가 아니라 미주인 점은 조금 아쉽습니다만 (필요할 때마다 일일이 책 가장 뒤로 돌아가야 하니), 번역자 김시준의 루쉰 해설은 상당히 충실해서 책을 읽는 데 필요한 부담을 상당히 줄여줍니다. 어떤 식인가 하면 단편 하나하나에 대해 다 해설을 해주어서, 이 단편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쓰여졌는가에 대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어있죠. 제게도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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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게 두껍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을 한 번 읽고 나니 이 정도 두께도 그냥 얇아 보이고 그러네요 저는 (...) [본문으로]
  2. 〈하늘을 보수한 이야기 (補天)〉나〈달로 달아난 상아 (奔月)〉등이 분명하게 환상적인데, 중국 신화를 기본으로 하여 루쉰이 새로이 재해석해 써낸 단편입니다. 이건 말 그대로 고사신 (故事新)이죠. [본문으로]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