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포 더 머니
자넷 에바노비치 지음, 류이연 옮김/시공사

 저자의 약력에 대해 먼저 소개해야 할 듯 합니다. 책 앞날개에 있는 소개 중에서 그대로 옮겨 보면, "12권의 로맨스 소설 이후, 방향을 바꿔 도발적이고 유쾌한 여자 현상금 사냥꾼 스테파니 플럼이 등장하는 미스터리 시리즈를 발표하기 시작하는데, 이 시리즈로 그는 미국 최고의 대중소설 작가로 자리 잡았다"고 합니다. 무슨 말을 하려고 제가 이 말을 인용했느냐? 물론, 이 감상문의 부제에서도 짐작하셨겠지만, <원 포 더 머니>는 로맨스 소설에 미스터리의 전개를 덧붙여 합쳐놓은 듯한 소설이기 때문입니다.

 여자가 있고, 남자가 있습니다. 둘은 10대 때 섬씽이 있었죠. 그리고 세월이 흘러, 그들은 재회하게 됩니다. 여자는 돈이 없어 궁핍한 끝에 현상금 사냥꾼이 되었고 남자는 살인죄로 쫓기는 신세로요. (오오! 오! 위험한 남자! 이예!) 여자는 남자를 잡으려 하지만 애당초 수완도 없고 능력도 없으며 무엇보다도 남자가 너무 여자 다루기에 능숙 (하고 사실 여자가 남자에게 호감[각주:1]을 가지고 있는) 탓에 남자를 잡지 못합니다. 그래도 여자는 돈을 위해 남자를 잡으려 들지만, 그러는 사이에 남자가 살인죄로 쫓기게 된 사건의 진상에 점차 접근해가고, 사건의 해결을 위해 두 명은 협력 구도에 돌입한다······ 는 구도인데요.

 딱 할리퀸이네. 라는 게 솔직한 제 감상이었습니다. 할리퀸을 그리 많이 읽어본 건 아니라 (서너 권 정도였으니까) 할리퀸에 대해 무어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여하간 그런 느낌이었어요. 이 소설의 여주인공은 전혀 똑부러진 여성이 못 됩니다. 어느 쪽이냐면 그녀 자신이 표현하듯 "비싼 차에 앉아 운전이나 하도록 고안된 몸 (p.225)"이랄까요. 하는 행동을 볼라치면 킹 오브 더 아마추어······ 수두룩한 초짜짓으로 위험을 자초하고, 현상금을 타기는 고사하고 봉변이나 안 당하면 다행인 캐릭터입니다. 그렇습니다. 보고 있노라면 누구나 그녀에게 이런 충고를 해 주고 싶을 거예요: "파트너가 필요한 거지. (p.214)"

 오, 물론 그녀에겐 적절한 파트너가 있습니다. 사건의 진상에 접근하면서 그녀는 점점 위험해지고, 믿음직한 사람과 파트너 관계를 구축해야만 하게 되어있죠. 여기에서 할리퀸과 미스터리가 하나로 모입니다. 위험한 남자와의 파트너쉽: 그를 통해 사건을 해결해나가고, 로맨스는 로맨스대로 펼쳐집니다. 예압.

 사실 말하자면 이 소설은 로맨스나 미스터리나 서로 따로 떨어뜨려놓으면 그리 대단하다고는 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그 장르의 기본 요소는 충실하게 만족시키고 있어요. 로맨스 요소는 미리 설명했고, 미스터리 요소에서도 이를테면 '의뢰 → 조사 → 사건의 진상에 도달 → 그리고 진짜 흑막은 따로 있었다'는 기본 요소에 충실하죠. (워낙 어리버리해서 그렇지) 나름 행동파 탐정[각주:2]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냥 그것뿐이었다면 그리 매력적이지는 못했을 겁니다. 이 소설이 매력적이라고 한다면, 위에서 말했듯 '로맨스와 미스터리가 합쳐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제법 즐길만한 대중소설이 탄생하게 되는 거죠.

 ······라지만, 사실 합쳐져 있다고는 해도 어느 쪽이냐면 할리퀸 베이스가 훨씬 강해서 미스터리로서의 느낌이 그리 강하지는 않습니다. 저로서는 그냥 미스터리 좀 섞인 할리퀸이라는 느낌으로 읽었어요. 개인적으로 추천을 해보라면, 할리퀸을 좀 좋아하시면서 미스터리도 좋아하시는 분한테는 아주 딱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덧. 주인공이 좀 허당짓을 하긴 하는데, 그래도 기본적으로 꽤나 '하려는 의지'는 있기 때문에 보면서 짜증나거나 할 일은 없습니다. 뭐 나름대로 조금씩 배워나가고 성장하기도 하고 말이죠. 그렇다고 딱히 이 <원 포 더 머니> 내에서 별로 믿음직하게 되지는 않습니다만. 이 스테파니 플럼 시리즈는 (미국에서) 12권까지 출판되었다니 아마 그 즈음에서는 좀 믿음직하게 될지도 모르지요.


──────────
  1. 그녀가 이 남자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건 작가도 알고 독자도 압니다. 그녀만 모를 뿐이죠. [본문으로]
  2. 엄밀히 따지자면 현상금 사냥꾼입니다만 모처럼 미스터리 쪽이니까 행동파 탐정이라고 해두자고요. [본문으로]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