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lish Re-Start Basic : 잉글리시 리스타트 베이직편
I.A. Richards & Christine Gibson 지음/NEWRUN(뉴런)

 한국인으로서 한국에서 태어나 영어를 잘 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영어를 잘 하기 위한 방법론이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저 개인적으로는 직관적인 이해를 선호합니다. 이를테면 저는 노래를 노상 듣는데, Queen의 <I was born to love you>를 굳이 '난 당신을 사랑하기 위해 태어났어요'라고 번역하면서 이해하지 않고 그냥 문장 자체로 이미지를 떠올리는 쪽을 좋아한다는 뜻입니다. 네? 그게 더 좋은 게 당연하지 않느냐고요? 하지만 이건 의외로 어려운 일입니다. 원체 사람들이 암기식 교육에 길들여져 있어서, 단어 하나하나를 사전 찾아가며 찾고 단어를 "love는 사랑 love는 사랑" 하는 식으로 외워서 이해하다 보니 직관적으로 영어를 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요.

 말인즉슨 이 책을 사봤는데 그 점에서 꽤 괜찮아 보였다······는 뜻입니다. 이건 백문이 불여일견이니, 부득불 한 페이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깨끗하게 스캔하려면 페이지를 쫙 펴야 하는데 그렇겐 못하겠고, 어차피 샘플이니까 이 정도로.


  이미지가 잡히십니까? 이런 식으로, It is there. They are there. 등의 문장을 그 자체로 사고하게 만듭니다. 우리가 한국어를 익힐 때 문장 성분을 하나하나 떨어뜨려가며 사전적으로 외우지 않았습니다. 그냥 그렇게 부른다는 것을 알았고 문법 역시 직관적으로 이해했죠. 문법이란 이미 있는 언어를 좀 더 잘 설명하기 위해 정립한 법칙일 뿐이고, 어디까지나 언어를 한 후에 오는 것입니다. 언어를 자유로이 구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문법이 아니라 이해와 이미지입니다.

 They are here. 같은 경우에, 저 문장은 그냥 They are here입니다. 머릿속으로 그렇게 사고하면 됩니다. 이걸 그들이 여기 있다. 고 번역해서 외우려 해서는 직관적인 사고는 영 힘들어집니다. 관사며 시제 변화 등도, 한국어로 치환하는 게 아니라 영어의 이미지 자체로 이해해야 합니다. (이 책의 네이버 카페에 가봤더니 어떤 사람이 이 책의 문장들에 대한 가이드 번역이 없다고 화를 내는 글이 있더군요······ 이 책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런 사단이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쓰인 단어의 의미를 정말 아예 모르는 경우엔, 별 수 없이 사전의 도움을 빌려야겠죠. (그러나 이 책의 경우, 대부분 그림의 상황을 보고 문장의 전개를 생각하다보면 단어가 어떤 의미인지도 대체로 파악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제가 샀습니다만) 가장 좋기로는 영영사전이 좋고 (아, 요새는 인터넷에서도 사전을 볼 수 있어서 어찌나 편한지) 영영사전 보기가 정 힘들다면 영한사전을 봐야겠죠. 어쨌든 염두에 둬야 할 건 영어를 영어로서 이해한다는 건데, 그 점에서 꽤 괜찮다 싶어요. 듣기용 CD가 포함되어있지는 않습니다만 이 책의 인터넷 카페에 MP3로 올려져 있으니 듣기도 제대로 가능합니다.

 어쨌거나 이 책은 말 그대로 베이직입니다만, 걷지 못하는 자가 뛸 수는 없는 법, 기본이 탄탄해야 뭘 응용해도 하는 것이니 전 일단 여기 나온 언어부터 능숙하게 할 수 있도록 해볼까 합니다. 후반 가면 좀 문장이 복잡해지긴 하지만 그래 봐야 (미국) 중학생 수준이라, 부담은 별로 없습니다. 뭐든 부담 없는 수준부터 시작하는 게 좋아요.


 덧. 그러니까······ 언어에 대한 제 주의는 이겁니다: "쓰다 보면 이해된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