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쓰던 마우스가 맛이 가서, 드래그도 안 되어 창 크기 변환하거나 파일 끌어다 놓는 것도 안되어 유리 위에 놓인 백원짜리 죽어라고 안 집히는 것 같은 느낌을 선사하길래 아무래도 바꿔야겠다 싶어 새 마우스를 알아보던 중, 바꾸는 참에 앗싸리 좀 괜찮은 걸 사보자 싶어서 보급형 하이엔드 ←를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그리하여 고른 게 로지텍 MX518. 게이밍 마우스로 잘 쓰이며 가격대 성능비가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는 명품입니다. 설명서에 적힌, 제조사에서 밝히는 제원은 다음과 같습니다:

 · 최대 트래킹 해상도: 1800dpi (구형은 1600이었지만, 신형으로 바뀌며 올랐습니다)
 · 이미지 프로세싱: 5.8 메가픽셀/초
 · 최대 가속: 15G
 · 최대 속도: 40인치/초
 · USB 전송 속도: 125/초
 · 데이터 형식: 16비트/축
 · 총 무게: 106그램
 · 15그램의 초경량 코드
 · 정적 마찰 계수 -0.14
 · 동적 마찰 계수 -0.09

 ······라고 해도 사실 저게 다 뭘 의미하는지 알 만큼 제가 마우스를 잘 알지는 못합니다만, 대략 괜찮은 제품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여하간, 이것저것 알아본 끝에 이걸 골랐고 오늘 택배가 왔습니다.



항상 그렇지만 택배 상자를 받을 때는 기분이 좋습니다



뾱뾱이에 싸여있습니다······ 그런데 웬 캔디도 보너스로 줬네요 (...)



Gaming이라거나 1800 dpi라 적힌 문구가 보입니다.



전에 쓰던 LG 3D-720 (만원짜리 마우스)와의 크기 비교. 약간 큰 편입니다.
덧붙여 저 무늬는 쭈글쭈글하게 오그라든 듯 싶지만 잘 보면 홀로그램으로, 실제로는 매끈합니다.



 일단 오른손잡이 전용 마우스인 덕분에 손에 더 잘 달라붙습니다. 약간 큰 편이지만 제 손도 작지는 않기 때문에 적절하게 잡히고요. 106그램으로 약간 묵직한 중량감이 있는데 너무 가볍지 않고 그렇다고 불편하게 무겁지도 않아 적절합니다. 덧붙여 마우스 선은 생각보다 아주 가벼워서, 과장 좀 덧붙여서 선이 있는지도 모를 정도입니다. (...)

 패드는 그냥 싸구려 천패드기 때문에 이 마우스를 받쳐주기에는 약간 모자랍니다만 (좋은 마우스에는 좋은 패드를 써야 성능이 더 산다고들 하더군요), 일단 그런대로 사용하기에는 그럭저럭 쓸만합니다. 딱히 제가 게임을 특별히 파는 건 아니어서, 패드를 살지 말지는 좀 더 생각해봐야겠네요. 즐기는 FPS래봐야 콜 오브 듀티 정도인데 그건 예전 마우스로도 별 불편을 못 느껴서.

 마우스의 성능을 간단하게 알아보는 방법 중 하나로 계단현상 (대각선으로 움직일 때 매끄럽게 움직여지지 않고 라인이 좀 튀는 현상)이 어떤지 보는 게 있답니다. 그래서 그래픽 프로그램으로 간단히 시험해봤는데, 대각선 라인을 그을 때 매끄럽게 그려지더군요. 예전에 마우스로 그림 그릴 땐 이게 마음처럼 잘 안되어서 몇 번이고 Ctrl+Z (방금 액션 취소)를 해야만 했는데 말이죠. 다른 거 다 접어두고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습니다.

 기본 해상도는 800dpi[각주:1]인데 전에 쓰던 마우스는 해상도가 1000dpi여서, 비교하면 이번 마우스가 좀 더 움직이는 게 더딥니다. 그래서 일단 SetPoint (로지텍 마우스 설정 지원 프로그램: 제법 세세한 설정이 가능합니다)에서 기본 해상도를 1000dpi로 다시 바꿔놨는데, 괜찮네요.

 소프트웨어로 들어갈 것 없이 하드웨어 차원에서도 해상도를 바꿀 수 있다는 개념이 재미있습니다. 휠버튼 위아래로 버튼이 하나씩 있는데, 이걸로 마우스의 해상도를 바꿔줄 수 있습니다. 세 단계로, 각기 400-800-1800dpi로 전환됩니다. (버튼 기능이나 변환 해상도는 SetPoint에서 바꿔줄 수도 있습니다- 위에서도 써놨듯. 더불어 해상도 변환 단계도 최고 다섯 단계까지 바꾸게 만들 수도 있는데, 그렇게까지 세분화할 필요는 현재로선 못 느끼니 세 단계로 놔두고 있습니다) 쓸 일이 아주 많지는 않겠지만 이런 게 일단 있으면 또 유용하게 써먹을 구석이 생기는 법이죠.

 8버튼 마우스는 이게 처음인데 (아니 정확히 말하면 여태껏 3버튼 마우스 이상을 써 본 적이 없었지만) 은근히 유용하군요. 6번 버튼은 위에서 말한 해상도 전환 버튼 밑에 달려서, 말하자면 휠버튼을 중지로 누른다 칠 때 중지의 두번째 관절 밑에 깔리게 되는데 그 중지 관절로 살짝 눌러주는 정도의 느낌으로 누를 수 있습니다. 각설하고 이게 무슨 기능을 하냐면 작업 프로그램 이동······ 그렇잖아도 Alt+Tab[각주:2]을 굉장히 많이 이용하는 제게는 아주 유용하네요.

 마우스 왼편에 달려 있는, 4번 버튼과 5번 버튼은 웹브라우저에서 앞으로 가기/뒤로 돌아가기 기능을 수행해주는 버튼인데, 이건 사실 (제가 사용하는 웹브라우저인) 파이어폭스의 확장기능인 All-in-One Gestures에서 마우스 오른쪽 키 누르고 왼쪽으로 찍 드래그 오른쪽으로 찍 드래그하는 식으로 간편하게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딱히 마우스 버튼으로 할 필요는 못 느낍니다[각주:3]. 아마 조만간 다른 기능을 할당시키지 싶군요.

 그리하여 결론: 잠깐 사용해봤을 뿐이지만, 마우스 움직임도 좋고 기능도 마음에 드네요. 만족스러운 마우스입니다. 마우스에 6만원 정도 투자할 용의가 있다면 MX518은 훌륭한 선택이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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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pi (dots per inch): 1인치를 몇 개의 점으로 세분화할 수 있느냐 하는 개념. 이 수치가 높을수록 보다 세밀한 작업이 가능합니다. 마우스의 경우는 dpi가 높으면 조금만 움직여도 그만큼 스캔량이 많아지므로, 단번에 보다 넓은 영역을 이동할 수 있다는 뜻이 됩니다. [본문으로]
  2. Alt+Tab의 간단한 팁 하나: 그냥 Alt+Tab을 누르면 방금 전에 활성화한 창끼리만 전환되지만, Alt+Tab을 누른 상태에서 Tab을 떼고 계속 Alt를 누르고 있으면 프로그램 전환 창이 계속 뜹니다. 거기에서 Alt를 누른 채로 Tab을 눌러보면 창을 활성화할 프로그램을 고를 수 있는데, 이게 은근히 유용합니다. ·····전 이제 마우스 차원에서 해결하겠지만요. (흐뭇) [본문으로]
  3. 사실 이 확장기능이 FireFox의 큰 장점 중 하나였는데, 요즘은 Internet Explorer에서도 이런저런 툴바 등으로 이 마우스 제스쳐를 지원하더군요. 하긴 이게 좀 편하긴 합니다. [본문으로]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