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 공원
마이클 크라이튼 지음, 정영목 옮김/김영사

 소설을 쓸 때, 작가의 사상이 우선되어야 할까요, 아니면 대중이 흥미를 끌만한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우선되어야 할까요? 이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만약 '그 두 가지가 잘 조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쥬라기 공원>은 아주 마음에 드는 작품일 겁니다.

 <쥬라기 공원>에 대해 모르는 분들은 아마 없을 듯합니다. 모기가 빨았던 공룡 피로부터 DNA를 추출하여 현대에 공룡을 되살려내고, 그 공룡을 이용해 '쥬라기 공원'을 만들려 하다가 공원에 큰 문제가 발생한다는 내용이죠. 확실히 딱 봐도 흥미가 동할 만한 줄거리입니다. 지금 읽어도 (절판이라 사실상 신품은 구할 수 없어서 중고로 구했습니다만) 아주 재미있어요.

 마이클 크라이튼은 이 소설이 그저 단순한 흥미 위주의 소설로 읽히기를 원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소설 중에 말콤 박사라는 캐릭터를 집어넣었고, 그의 입을 빌려서 현대 과학이 얼마나 위험한지 말합니다. 말콤에 따르면, 과학이란 마치 총과 같습니다. 그 힘을 얻기 위해 노력해서 얻은 게 아니죠. 무술가는 힘을 얻기 위해 스스로 단련하고, 그래서 힘을 얻을 때쯤에는 그 힘을 남용하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총은 노력해서 얻은 힘이 아니죠. 그래서 남용하게 됩니다. 과학이 가진 힘은 엄밀히 말해 노력해서 얻은 게 아닙니다. 예전의 사람들이 노력해서 얻은 결과를 가져와 발판으로 삼은 것이니까요. 그래서 쥬라기 공원 같은, 다룰 수도 없는 존재를 다루려고 하는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는 결론입니다. 일리 있는 경고예요.

 저는 중학교 때 이 소설을 처음 읽었는데, 당시에도 이 메시지는 아주 매력적이었고 그래서 당시 그린 만화나 쓴 소설에 적용했었죠. 사실, '힘'에 대해 뭔가 쓸 때는 지금도 쥬라기 공원의 그 이야기를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쥬라기 공원>이 그런 사상만을 말하는 딱딱한 소설인가? 하면 아마 많은 여러분이 그렇지 않다는 걸 이미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소설의 대부분은 쥬라기 공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서술하는 데에 쓰여지고, 그 일들이란 게 흥미진진하기 때문에 수월하게 읽어나갈 수 있습니다.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흥미 위주의 소설인데 있어 보이려고 사상을 집어넣었는가 아니면 사상이 먼저 있었고 그 사상을 논하기 위해 공룡의 부활이라는 소재를 사용했는가? 그건 명확하게 나뉠 수 없습니다. 두 개가 같이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쪽이 먼저였든, 결과물이 이렇게 잘 섞여 있으면 독자에겐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죠. 흥미진진하게 읽히는 주제에 읽고 나서 '아, 심오한 소설을 읽었어' 생각하게 만들어주니까요.

 만약 <쥬라기 공원>을 영화만 보았고 소설은 읽어보지 않으셨다면, 가능하면 소설을 구해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어느 쪽이냐 하면 영화는 엔터테인먼트 쪽에 많이 치우쳤기 때문에, 생각해볼 거리가 좀 줄어들었어요. 그 영화는 영화 나름대로 아주 재미있게 잘 만들었긴 합니다만.



 덧. 영화와 소설의 차이점 몇 가지: ① 일단 인물 관계가 다릅니다. 소설에선 그랜트와 새틀러는 그냥 동료이자 사제 관계고, 해먼드의 손자손녀 쪽도 손자 쪽이 오빠고 컴퓨터에 능숙하죠. 더불어 해먼드는 영화에선 그냥 꿈을 먹고 사는 사람처럼 나오지만 소설에선 보다 완고하고 세속적이죠. 그리고 ② 영화 전체적으로 이야기 줄기가 많이 간략해졌죠. 영화만 보고 나서 소설을 읽으면 뭔가 이야기 줄기가 훨씬 많이 붙는다는 점을 느낄 겁니다. 영화에서는 뭐랄까······ 소설에서 인상적인 에피소드만 추려냈다는 인상입니다. 그건 영화를 위해서는 사실 당연한 거고, 스필버그는 그걸 아주 잘 해냈습니다만서도. 마지막으로 ③ 위에서 말한 말콤의 여러가지 이론과 이야기가 영화에서는 대거 삭제되었습니다. 아예 없어진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무게감이 달라졌죠. 그래서 제가 책도 (구할 수 있다면) 읽어보시라는 겁니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