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윤 7집 - 꽃, 다시 첫번째
박지윤 노래/소니뮤직(SonyMusic)

 저는 기본적으로 음악 감상은 잘 쓰지 않습니다. 음악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음악을 글로 표현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 음반만큼은 감상을 쓰고 싶었습니다. 최근 산 음반 중에서 제일 감동을 전해주는 음반이거든요. 이 음반을 산 지 약 두 달, 그동안 매일같이 최소 3번은 들었는데 (저는 CDP를 들고 다니니까, CD를 CDP에 넣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쭉 듣게 됩니다)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습니다.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으며 들을수록 새로워지는 것이 명곡의 기준이라면, <박지윤 7집>의 곡들은 틀림없는 명곡입니다.

 박지윤을 처음 안 것은 <하늘색 꿈> 때였죠. 맑은 목소리와 감성이 느껴지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박진영이 프로듀스하는 때부터 섹시 이미지를 내보이더니, <성인식> 같은 노래 (전 그 노래 안 좋아합니다)도 부르더군요. <난 사랑에 빠졌죠> 같은 노래는 좋았지만요. 글쎄, 어쨌거나, 그 시점에서는 저는 박지윤의 팬은 아니었으니 무슨 노래를 불러도 그다지 신경쓰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7집>이 무려 6년만에 컴백한 음반이라는 것도 몰랐죠. 노래를 한 번 듣지 않았다면 여전히 신경쓰지 않았을 터였습니다만, 어쩌다가 <바래진 기억에>를 듣게 되었는데 이게 감성을 자극하더군요. 어라 괜찮은데? 그리고 음반 이름을 보니 <꽃, 다시 첫 번째>······ 뭔가 새로워졌음을 말하는 제목이잖겠습니까. 그러니 오케이, 사보았습니다.

 결과는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이미 알고 계시겠죠. 음반 감상은 어지간하면 안 쓴다고 말한 제가 감상을 쓰게 되었으니까요.

 이번 <7집>에서도 약간의 콧소리가 섞이는 창법 자체는 여전합니다만, 어쿠스틱하고 부드러운 음률과 서정적인 가사와 어우러져 노래 전체에서 깨끗함을 느끼게 해줍니다. 그저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노래에서 '영혼이 맑다'는 느낌을 줘요. 아, 글쎄, 정말이지······ 마음에 든다니까요. 이런 걸 어떻게 글로 다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1번 트랙인 <안녕>은 도입으로서 프롤로그 격인 트랙이라 사실 '노래'라고 하기는 뭣하고, 그래서 이 <7집>에서 엄밀히 말해 노래는 전부 8곡입니다. 6년만에 컴백한 정규 음반으로서는 곡 수가 약간 작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왜 8곡뿐인지 들어 보면 알게 됩니다. 곡 하나하나에 심혈이 들어가있기 때문에, 힘이 빠졌거나 좀 떨어지는 곡이 단 한 곡도 없습니다. 이 정도로 곡 하나하나의 완성도가 훌륭한 건 보통 베스트 앨범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죠. 그 정도로 곡 하나하나가 좋습니다. 그래도 하나 추천하라면? 그런 거 없어요. 아무 곡이나 하나 들어보고, 그게 마음에 들었으면 전곡이 마음에 들 겁니다. 저 역시 '특별히 이게 좋다'고 말하기가 어려워요. 그러니 그냥 CD를 틀어놓고 끝까지 전부 다 듣고 다니죠. (들은 이야기로는, 이 <7집>에서 박지윤은 모든 곡을 타이틀곡이라고 생각하고 작업했다는군요)

 정말 살 만한 가치가 느껴지는 음반입니다. 이런 걸 안 사면, 무얼 사겠습니까? (아, 부디,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음악해주길)


 덧. 이 <7집>에서는 루시드폴, 타블로, 넬의 김종완 등이 작업에 참여했기 때문에 그들의 감성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박지윤과 아주 잘 어울립니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