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이다. 앞일에 대한 걱정, 무언가 더 해야만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이래서 과연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으로 삶이 부담스럽다. 쉬이 피곤해지고, 쉬이 지친다. 사놓고 보지 않는 TV 위의 DVD, 사놓고 읽지 않는 책장 속의 책들을 바라본다. 하나 둘 쌓여가면서, 즐기기 위해 보기보다는 글을 잘 쓰기 위한 교재로 책과 영화를 보아온 나날이 길어질수록, 이 물건들은 나에게 유흥과 취미가 아니라 해야 할 일과 부채로 다가온다.

 시간이 없다. 시간이 없다고 항상 생각한다. 나는 글을 잘 써야만 한다. 글로 먹고 살기 위해서는 글을 잘 쓰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나는 글을 쓰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지 먹고 살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어느 정도 글을 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렇다면 대체 얼마나 잘 써야 할까? 나의 스타일을 대중의 기호에 어느 정도 들어맞게 ㅡ팔리는 책으로 내가 먹고 살 수 있을 만큼 내 글이 마음에 드는 사람이 많게 하려면, 하지만 그보다 먼저 우선 그 글이 내 마음에 들게ㅡ 하려면 나는 얼마나 더 배우고 공부해야 하는가. 물론이다 이미 안다 정답은 없다 작가에게 공부의 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나는 정신적으로 피로하다. 공부할 것들은 세상의 크기만큼 쌓여있고 나는 작가로선 아직 출판조차 하지 않은 병아리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금년엔 출판합니까? 아마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김 형, 우리는 스물여덟 살입니다. 나는 스물일곱 살이지만 우리는 스물여덟 살입니다. 그렇습니다 적지 않은 나이입니다.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해야 하고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살아가는 법을 알아야 하며 먹고 살 준비를, 이른바 고금을 막론하고 예로부터 언제나 삶의 우선순위를 차지하는, 바로 그 의식주를 누리며 살 준비를 하여야만 하는 나이입니다. 남자는 외모를 보고 여자는 재력을 본다는데 대체 그대는 여자가 그대를 보고 결혼하고 싶을만한 재력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나는 내가 먹고 살 수 있는 재력을 가질 수 있는지조차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여친은 안 만드니? 오 나는 꿈을 먹고 살 수 있지만 여친에게도 꿈을 먹으라고 강요할 순 없어요. 결혼 안 해? 아씨 결혼 안 해도 안 죽어요.

 열심히 살고 있는가. 나는 열심히 살고 있는가. 아마 열심히 산다고 말해도 좋을 듯하다. 요새는 게임도 거의 안 하니까. 요즘의 이십대가 게임을 안 하면 열심히 산다고 말해도 좋다. 인터넷도 안 하면 뼈가 부러지도록 열심히 산다고 말해도 좋다. TV는 그렇다치고 게임과 인터넷이 요즘 이십대 (아니 십대나 삼십대도 마찬가진가? 하기는 오륙십대도 요즘은 종종 온라인 게임에서 보인다는 믿을 만한 조사결과가 있다)에게서 시간을 빼앗는 일등공신이다. 청년이여 게임을 그만둘지어다. 그러면 열심히 살고 있는가. 나는 열심히 살고 있는가. 아뇨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소설도 읽고 인문서적도 읽고 뉴스도 보고 운동도 하고 그러고 살고 있지만 이게 열심히 사는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보통 이런 걸 열심히 산다고 말하나요? 아, 남이 너는 열심히 산다고 말해준다면 너는 안심하겠니? 아니 아마 안 그럴 것 같습니다.

 내가 불안해한다면: 이루어놓은 무언가가, 남들에게 이거다 하고 내놓을만한 형태로 이루어놓은 무언가가 없기 때문이리라. 아아, 하지만 대체로 이십대란 다 그런 것이 아닐까? 이루어놓았기보다는 이루어가는 시기겠지. 그래 나만 그런 건 아닐거야. 이십대에 여유가 넘치면 오히려 그게 이상하겠지. 그렇다면 나는 정상입니다. 만세.

 그렇게 살고 있다. 아마 당신도 형태는 다르지만 비슷하게 여유없지 않을까. 아, 힘내자. 힘내야지 별 수 있나.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