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 오브 락 SE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 잭 블랙 외 출연/파라마운트

 밀려있던 뮤지컬 영화 감상 쓰기 제 2탄. ······이라지만 이건 정말 오래 전에 사서 본 DVD로군요. 음, 이건 제가 잭 블랙이라는 배우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된 영화입니다. 실제로 Tenacious D라는 밴드를 꾸리기도 하는 이 인간은, (영화 속에서 보자면) 게으르고 더럽고 자기중심적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미워할 수가 없는 인간입니다. 악동 같은 남자랄까요.

 그래요, 음, 영화 줄거리 이야기를 좀 해보면, 듀이 핀 (잭 블랙 분)은 참 별 볼 일 없는 남자였고 자기가 만든 밴드에서 쫓겨나는 굴욕을 당하기까지 하는 사회 부적응 인간이었습니다만, 대리교사로서 친구가 가야 할 학교를 자기가 대신 가서 그 반을 락의 세계로 이끌고 나서부터 (어째 명문 초등학교 애들을 위험한 길로 이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만) 신세계가 펼쳐집니다. 그 나름대로, 리더로서 재능이 있었던 것이죠. 자기 중심적인 것도 ("그냥 밴드를 하는 게 아니라 내가 대장이다, 알겠지?"라고 대놓고 말하는 남자가 여기 있습니다) 아이들을 상대로는 오히려 유효했는데다, 밴드를 구성하고 그 밴드를 서포트하는 사람들을 모음에 있어 그 반의 아이들을 적재적소에 넣어 줄 줄 알았달까요.[각주:1] 대강 보자면 "우리모두 롹! 롹으로 대동단결! 롹, 하지 않겠는가?" 영화입니다만 이 정도의 기본적인 사항은 지켜주고 있죠. 성공하려면 어쨌든 나름 어느 정도의 능력은 있어야 하니까요.[각주:2]

 락에 대한 제작자들의 시각에 대해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락이 무어라고 생각하냐고 듀이 핀이 묻자 아이들이 여러 가지 오답을 말합니다. "여자 후리기?" NO. "방탕하기?" NO. "잘난 놈들에게 반항하기?" "YES! 하지만 그건 말 뿐이야. 핏속부터 분노가 끓어올라야 해. 락은 규칙을 부수는 거야." 잘난 놈들에게, 억압하는 자들에 분노를 표출하는 게 락이라는 소리죠. 여하간, 듀이 핀 자체가 뚱보이다보니, 규칙을 강요하고 인간을 억압하는 사회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기에는 꽤나 적합한 캐릭터입니다. '잘난 놈'이 아니니까요.

 마지막의 락 밴드 경연대회에 나갈 때는, 락 뮤지컬이라는 느낌을 십분 살려, 락 실황 콘서트를 보는 듯한 기분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이 백미인데, 이 관점에서 이 영화는 밴드 형성기로도 볼 수 있습니다. 밴드를 쫓겨난 남자가 - 밴드를 만들고 - 곡을 만들고 - 연습해서 - 훌륭한 결과를 낳는다 (그 시점에서는 남자 자신에게도 스스로의 문제가 사라져서 밴드를 성공시킬 만하게 되었다)는 것이죠.

 Rock을 좀 좋아하고 뮤지컬을 좋아한다면 즐겁게 볼 수 있습니다. '음악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라는 느낌이라 스토리가 좀 그렇게 흘러가게 되어 있으니 그렇게 흘러간다'는 인상을 받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만, 그 점을 이해하고 넘어가준다면 퍽 즐겁게 즐길 수 있습니다. 노래 자체들도 괜찮고요. 삽입곡들에 The Doors, Stevie Nicks나 The Ramones, Led Zeppelin[각주:3] (와우!)까지 있습니다. 영화 자체의 오리지날 곡들도 느낌이 좋은 락입니다. School of Rock이나 It's a Long way to the Top, Fight 등의 이 오리지날 곡들은, 영화 OST라는 느낌을 버리고 그냥 락으로만 들어도 즐겁게 들을 수 있습니다. 여하간 뮤지컬 영화는 모름지기 음악이 좋아야 하는 법이죠.


 덧. 전 이 영화의 OST도 샀는데, 그 CD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HEAVY MENTAL"
전 이런 게 꽤 마음에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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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구라를 쳐서 애들을 가지고 밴드를 만들었지만, 결과적으로 그 밴드가 아주 잘 만들어진 밴드였던 덕분에 살아남는 럭키 가이 되겠네요. [본문으로]
  2. 사실, 아이들이 이 남자를 미덥게 생각하지 않고 무슨 노래를 할 수 있는지 해보라고 할 때 이 남자가 자기 노래를 선보이는데, 자기의 불운한 인생을 노래하는 명곡 '방값의 전설'을 보여주는데, 여기서 이 남자가 음악에 대한 연출력이 있고 나름의 비전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국 그저 무능하기만 한 남자는 아니었던 것이죠. ······덧붙이자면 '방값의 전설'은 정말 재미있는 노래입니다. "하지만 방값의 전설은 기한이 지났네♪" "감히 내 밴드에서 날 쫓아내?!♪" 라는 가사가 참으로 심금을 울리죠. [본문으로]
  3. 부가 영상을 보면, Led Zeppelin의 Immigrant Song을 쓰기 위해, 천 명을 모아 놓고 그들과 함께 Led Zeppelin에게 간청하고 그의 이름을 연호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정성입죠. [본문으로]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