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Avatar, 2009)
샘 워싱턴, 조 샐다나, 시고니 위버 / 제임스 카메론

 우선 간단하게, 이 영화를 보면서 떠올랐던 것들을 몇 개 열거해보겠습니다: <라스트 모히칸>, <매트릭스>, <신세기 에반게리온>. 그리고 다시, 웹을 검색하면 얻을 수 있는 이 영화의 줄거리를 옮겨보겠습니다:

 "가까운 미래, 지구는 에너지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나먼 행성 판도라에서 대체 자원을 채굴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판도라의 독성을 지닌 대기로 인해 자원 획득에 어려움을 겪게 된 인류는 판도라의 토착민 ‘나비(Na’vi)’의 외형에 인간의 의식을 주입, 원격 조종이 가능한 새로운 생명체 ‘아바타’를 탄생시키는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한편, 하반신이 마비된 전직 해병대원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는 ‘아바타 프로그램’에 참가할 것을 제안 받아 판도라에 위치한 인간 주둔 기지로 향한다. 그 곳에서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자유롭게 걸을 수 있게 된 ‘제이크’는 자원 채굴을 막으려는 ‘나비(Na’vi)’의 무리에 침투하라는 임무를 부여 받는다. 임무 수행 중 ‘나비(Na’vi)’의 여전사 ‘네이티리(조 샐다나)’를 만난 ‘제이크’는 그녀와 함께 다채로운 모험을 경험하면서 ‘네이티리’를 사랑하게 되고, ‘나비(Na’vi)’들과 하나가 되어간다. 하지만 머지 않아 전 우주의 운명을 결정 짓는 대규모 전투가 시작되면서 ‘제이크’는 최후의 시험대에 오르게 되는데….행성 판도라와 지구의 피할 수 없는 전쟁! 이 모든 운명을 손에 쥔 제이크의 선택은?"

 파괴할 줄밖에 모르는 인류와, 자연과 동화되어 함께 살아갈 줄 아는 나비족은 거의 그대로 백인 - 인디언에 대비됩니다. 더불어 나비의 몸에 인간의 정신으로서 싱크로하여 나비족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되는 데에서는 에반게리온이 떠오릅니다. 가상공간과 현실 - 그리고 현실과 가상공간이 다시 대치되는 구조는 어딘지 매트릭스를 떠올리게 합니다. 쉽게 말해, 이 영화에 딱히 새로운 것은 없습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보여주려는 욕망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이미 있는 것들을 정말 잘 조합해내어 흥미가 떨어지지 않도록 해놓았으며 더불어 화려하고 아름다운 영상을 만들어냈습니다.

 도대체 관객의 기대를 전혀 저버리지 않는 솔직하고 정석적인 전개입니다만, 이 정석적인 전개라는 건 다음의 뜻을 내포합니다: "그만큼 무난하게 잘 받아들여질 수 있으나, 관객들은 이러한 전개를 많이 봐 왔기에 또한 어지간하게 만들어내서는 비판적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아바타는 어떨까요? 실로 정석적이고 정석적입니다만, 이 영화를 굳이 비판하려 든다면 이 '정석적이다'라는 것말고는 비판할 거리가 없습니다. 그 기본적인 전개를 정말 잘 섞었고 연출했으며 세 시간이나 되는 러닝타임 동안 관객을 전혀 지루하지 않게 (화장실에 가고 싶어 죽겠는데 갈 수가 없게) 만들어놨기 때문이죠. 이런 건 보기에는 단순해 보여도, 실제로는 상당히 신경써서 이야기를 써나갔다는 걸 의미합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정말 잘 만든 SF 영화입니다.

 재미있습니다. 달리 더 무슨 말이 필요있겠습니까?


 여담. 주인공인 샘 워싱턴이 어째 눈에 익다 싶더니,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에서 그를 보았었군요. 이 배우는 마음에 듭니다. 앞으로도 자주 보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어요.

 여담2. 시고니 위버도 다시 보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에일리언> 시리즈만도 수십 번을 봤으니 눈에 안 익을 수가 없는 사람이랄까 뭐랄까······.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