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던 용산
김성희 외 지음/보리

 읽은 지는 꽤 되었는데, 이제 감상을 씁니다. 이 책은 김성희, 김수박, 김홍모, 신성식, 앙꼬, 유승하 여섯 사람의 만화가가 용산 사태에서 사망한 사람의 이야기를 옴니버스식으로 그려낸 만화책입니다. 여기까지만 설명해도, 왼편에 보이는 이 책의 표지와 더불어 보면 이 만화가 어떤 입장에서 그려졌는가는 쉽게 짐작하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2009년 1월 20일, 왜 그 사람들은 망루로 올라가야 했는가? 왜 그 사람들은 준다는 보상금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많이 받아야 한다고 그곳에 남아 있었는가?

 어떤 의미에서, 그들을 죽인 것은 그들 자신입니다. 용산 재개발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으면서도 그곳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지 못했죠. 재개발이 그렇게 금방 될 줄 몰랐으니까. 준다는 보상금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많은 보상금을 달라고 요구하던 끝에 강경진압으로 죽었죠. 가게에 투자한 돈에 비해 보상이 턱없이 모자랐으니까- 그 돈을 받고 다른 곳에서 같은 수준의 가게를 내려면 결국 빚을 더 내야만 했으니까. 어쩌면 그들은 재개발 이야기가 있을 때 그냥 그 곳에서 살 생각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갔어야 했을지 모릅니다. 멀쩡한 가게를 버리고 떠나야 하고 빚을 더 내서 살기가 훨씬 힘들어진다 해도 그냥 보상금 주는 것에 만족했어야 했을지 모릅니다. 그랬다면 적어도 죽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이런 내용의 책에 대해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사건의 관계자도 아니고, 그 사건에 대해 그리 잘 알고 있지도 못합니다. 이 책 한 권으로 사건의 모든 진상을 파악할 수 있을 리도 없습니다. (글쎄, 유족들도 사건의 진상을 알고 싶어하는 게 사실입니다만)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쉽게 말할 수도 없습니다. 이게 여태까지 이 책의 감상을 미뤄 왔던 이유입니다만, 다시 생각해보면 꼭 제가 그렇게 거창하게 무언가를 논해야 할 필요도 없을 듯하더군요.

 그냥 간단하게 말하기는 쉽습니다. "그거, 돈 더 받아먹겠다고 농성하다 죽은 거 아니야?" 라고 말이죠. 욕심 부리다가 죽었다고요. 하지만 글쎄요, 정부에서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물건을 빼앗고, 그 물건을 다시 사기 위해서는 지금 준다는 보상금의 두 배나 되는 가격이 필요하며, 그 물건이 없이 여러분이 살아가기란 힘들다면 아마 여러분 역시 순순히 정부가 하라는 대로 따르기는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정부가 문제라니까!"라고만 하기도 어렵죠. 아무 이야기도 없다가 갑자기 재개발 이야기가 나온 것이 아니고, 원래 이야기가 있다가 사람들의 생각보다 빨리 재개발이 되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니까요. 많은 일들이 그렇듯, 어느 한쪽만 일방적으로 문제가 있기는 힘듭니다.

 그러나, 어쨌든,

 사람이 죽었습니다.

 그 사건이 일어나게 된 원인이 무엇이었든, 경찰들이 사람들을 죽였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살인이 어떻게 일어나게 되었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밝혀지지 못했죠. 망루에서 뛰어내려 옥상 밑으로 내려간 사람이 왜 불길에 휩싸인 망루 4층에서 발견되었는가? 불에 타서 죽었다는 사람의 유품으로 일회용 라이터가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이런 게 명확하게 밝혀지지 못한다면 죽은 자가 편하게 눈을 감지 못한다······는 따위의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이런 게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다른 일이 생겨도 그것 역시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일이 언젠가는 내게도 일어날지 모른다.

 무엇을 말해야 좋을까요? 재개발을 통해 이득을 얻는 자가 손해를 받는 자를 죽였고, 사회는 사회의 구성원이었던 사람들을 중요치 않다고 판단하고 죽음으로 몰았습니다. 설령 그들을 죽인 것이 쉽게 말하는 사람들의 말마따나 그들의 욕심 때문이었다고 해도, 그것이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붙일 이유는 되지 못합니다. 세상에 죽어 마땅한 사람이 존재한다고 해도, 적어도 그들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