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글은 투로만으로는 부족하며 낱기술을 무지막지하게 수련해야 제대로 된 기본기를 쓸 수 있다는 뜻이지, 그 기본기만으로 싸움이나 대련, 시합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실전을 잘 하기 위해서는 역시 대련은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기본기가 제대로 닦여있지 않은 상태에서 어정쩡하게 '실전 감각'만 쌓아봐야 무술 안 배우고 그냥 쌈질로 기술 단련했다는 거나 마찬가지라 높은 수준으로는 못 올라갑니다. 프로 선수들도 스파링'만'을 하지는 않습니다. 기본기를 닦고 또 닦지요. 프로 복서나 격투가들만 봐도, 그들이 기본기 수련을 무시하고 무조건 스파링만 뜁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기본기가 제대로 닦여있을 때 스파링을 통해 그걸 상대에게 먹히도록 통용되는 감각을 익힐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중국 무술 한다는 애들이 약하다는 인식을 받는 건, 대개 다음 사항 때문입니다:

 1. 투로에만 만족하고 낱기술을 안 한다: 투로만 가지고는 그 기술 제대로 사용하는 건 어림도 없습니다. 태권도 같은 경우도 백날 품세만 한다면, 기술 하나를 단독으로 파고드는 사람 못 당합니다. 그렇다고 투로나 품세에 의미가 없는 건 아니라, 일련의 기술들을 기억하고 자세를 바로 취하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이걸 미친듯이 할 필요는 절대로 없지만,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해 줄 필요는 분명 있습니다. (그리고 덧붙여, 매일같이 도장에 나가는 게 아니라면, 도장에 안 나가는 날도 마땅히 수련을 어디서건 하고 있어야만 합니다)

 2. 낱기술을 꽤 열심히 했어도, 스파링을 제대로 안 한다: 위에서 프로 복서 이야기를 들었으니 그대로 가면, 미친듯이 잽과 스트레이트를 연습해서 눈에도 안 보일만한 빠르기와 한 대 맞으면 나가떨어질 위력을 가진 펀치를 만들었다 칩시다. 하지만 그걸 실제로 쓰기 위해서는 준비 동작을 거의 없애거나 페이크로 속이기, 충분한 스텝으로 파고들고 빠지기, 상대의 공격을 적절히 회피하기, 거리 감각 잘 잡기 등이 모두 연동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개개의 수준을 높여놨어도, 이게 실제 사람을 상대로 써먹을 때에는 이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 요령을 배우기 위해서는, 실제 사람을 상대로 해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총쏘기를 연습해서 타겟에 백발백중 맞춘다 해도 사람을 상대로는 또 다른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좀 개인적인 의견일 수도 있는데, 합의만 되면, 내가 배우는 무술 외 다른 무술을 배웠거나 혹은 힘이 강하고 기술은 별로 없는 사람을 상대로 대련하는 게 좀 도움이 됩니다. 도장에서 연습할 때는 같은 무술을 배운 사람들이라 비슷한 방식으로 대응이 나오는데, 다른 무술의 경우에는 대응이 달라져 들어오거든요. 기술은 별로 없어도 힘이 굉장히 센 사람이면 또 그것대로 상대하기 쉽지만은 않고..)

 3. 그 권법에서 요구하는, 그 권법을 사용하기 위한 을 안 만들었다: 대개의 중국무술이 비슷한데.. 일반적으로 중국무술은 무지막지하게 강한 하체와 낮은 중심, 그리고 릴렉스된 상체를 요구합니다. 이게 안 되고 뻣뻣한 상태에서 쳐봐야 위력도 안 나오고 그 무술의 풍격도 안 나옵니다. 실전은 고사하고, 스파링에서조차도 그 무술 기법 못 써먹는다고요? ..그건 당신이 기술 연습을 충분히 안 했다는 소립니다. 잽을 삼십만 번쯤 했는데도 스파링에서도 못써먹겠다는 소리랑 같습니다. 어설프게 했으니 못 써먹죠, 제대로 해봐요, 못 써먹나.

 한 마디로.. 무술이 강하고 약하고, 못써먹을 무술이 따로 있고 그런 게 아닙니다. 약한 무술가가 있고 강한 무술가가 있는 것뿐이지. 일단 보면 빡세게 시키고 빡세게 경쟁하는 데서 더 강한 사람들이 나오긴 하지만 그건 무술의 문제는 아니니까.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