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크: 월드 워 헐크
그렉 박 외 지음, 이규원 옮김/시공사

 가진 것은 단지 폭력뿐이었던 남자. 지구에서는 그를 필요로 하지 않고 추방했지만, 그런 그를 필요로 하는 세계가 있었습니다. 사카아르. <플래닛 헐크>에서 헐크는 사카아르의 왕이 되며 왕비도 얻게 되지만······. 지구에서 온 어떤 물건 때문에 거의 모든 것을 잃어버린 헐크는 몇 안 되는 동료들과 함께 지구로 돌아와 자기를 추방하고 사카아르에서도 모든 것을 잃게 만든 지구의 히어로들에게 복수극을 펼칩니다. 분노로 변신하는 남자, 분노할수록 강해지는 남자, 헐크의 세계대전이 바로 이 <월드 워 헐크>가 되겠습니다.

 사실 <월드 워 헐크>에서는 그다지 끌어낼만한 담론이 없습니다. 분노와 파괴는 결국 진정한 변화를 가져오게 하지는 못한다는 것 정도? 오히려 이 만화는 아주 단순하죠. 히어로들이 헐크의 앞을 가로막는다 - 때려눕힌다 - 또 다른 히어로가 나타난다 - 때려눕힌다. 글쎄, '그놈들 모두 쓰러뜨려버려!' 라고 외치는 독자에게는 이만한 만화도 없을지 모르겠습니다. 워낙에 헐크 자체가 마초적인 캐릭터인데다, 이야기 전개 자체도 원체 심플해서······.

 하지만 볼거리 자체는 확실히 풍성합니다. 이런저런 히어로가 나오고 헐크와 겨루게 되거든요. 분노의 화신이 된 헐크를 상대할 히어로는 뭐 결국 없는 것이나 다름없기에 (헐크는 정말, 더럽게 강합니다), 브루스 배너 자신이 자신의 헐크를 다스리는 게 결국 이 모든 일을 마무리짓는 방법이긴 하지만요.

 흠, 그래도 이야기가 너무 지나치게 뻔한 것은 아니고, 후반부에 <플래닛 헐크>에서의 '그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진상을 알려주는 내용도 하나 있습니다. 독자를 좀 씁쓸하게 만들죠.

 뭐 여하간에······ 미국 만화를 원래 좋아하시거나, 볼거리가 화려한 만화를 좋아하신다면 제법 재미있을 겁니다. 헐크를 별로 안 좋아하신다면 굳이 읽을 필요까지는 없겠지만요.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