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 천 장 정도 (책 한 권 정도)의 비교적 짧은 장편을 쓰는 사람이나 단편만 쓰는 사람에게는 잘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장르문학계의 꿈나무들이라면 이 부분을 신경써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너무나 많은 아마추어 작가들이, "글은 자신이 즐기기 위한 것이다" 라고 말하며 쓰고 싶은 대로 쓰다가 막히면 글을 날려버리고 다른 글을 씁니다. 그래서는 글실력 잘 안 늘어요.

 물론 그렇게 쓰는 것도, 단지 취미생활일 뿐이고 자기가 즐기기 위해서만이라면 별로 상관없습니다. 쓰고 싶은 대로, 플롯도 없이, 그냥 생각난 어떤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서 써나가는 것이라면 그렇게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죠. 하지만 만약 글을 좀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면, 혹은 현재 자신이 글을 쓰면서 구성력이나 표현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든다면······ 지금 쓰는 글이 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끝까지 다 써야 합니다.

 끝까지 다 쓰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는 이점이 있습니다. 일단 이 부분을 주의해 주세요: 평생 프롤로그만 써봤자 프롤로그만 잘 썼지, 후반부 전개를 이끌어가며 그때까지 깔아 두었던 내용들을 모아 완성시키는 능력은 못 키웁니다. 즉 글 전체를 구성하고 이야기를 완성시키는 능력을 위해서는 현재 글이 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끝까지 써야 한다는 뜻입니다. 저도 한때 한 가지 글을 일곱 번까지 다시 써봤습니다만, 그래서 일곱 번째에서 결국 끝까지 써낸 후 얻은 결론은, 백 번 리메이크 하는 것보다 한 번 완결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글 하나를 끝까지 다 써 보면, 자기에게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가 더 잘 보입니다. 일단 완결된 글을 다시 보면 좀 더 객관적으로 자기 글을 읽을 수도 있게 되죠. 그러면 어떤 부분을 보다 보강해야 할지를 깨닫게 됩니다. 일단 전체상을 보아야 수정도 가능해집니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퇴고는, 글 전체를 다 쓰기 전에는 불가능합니다.

 생각해 봅시다. "내가 만족하면 됐지"라고 하면서 스케치만 하고 그림을 마치는 사람에 대해서. 그는 스케치는 잘 할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럴싸한 이미지는 떠올릴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래서는 결코 멋진 채색은 불가능할 겁니다. 디테일을 살리지도 못할 테고요. 그의 그림은 그저 미완성으로만 끝날 겁니다. 뭔가를 향상시키고 싶다면, 정말 진지하게 그것에 성의를 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쩌면, 글을 쓰다 보니 스스로 재미가 떨어지거나 확신이 사라져서 글을 그만두게 될지 모릅니다. 그건 어떤 의미에서는, 그만큼 당신이 글을 쓰기 전에 그 글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플롯 단계에서 '이것이 정말 재미있을까, 감동적일까'에 대하여 보다 신중하게 고민해보아야 합니다. 더불어 '쓰다 보니 지겨워져서'라는 것이 연재 중단의 이유가 되지 않을 수 있도록, 쓰기 전에 당신의 문장력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아직 글을 끝까지 다 써 본 적이 없다면, 책 한 권 이상의 분량에는 되도록 도전하지 않도록 하십시오. 대다수의 아마추어 작가들은 처음부터 너무 큰 것을 생각하다가 스스로 침몰합니다.

 플롯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이런 이유도 있죠: 어떤 찰나의 이미지를 잡아서 그걸 표현하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그 이미지를 더 잘 살리기 위해서는 그 신 전후로 글이 받쳐주어야만 하죠. 어떤 영화에서 아무리 감동적인 신이 있다고 해도, 그를 위해서 전개가 탄탄하게 받쳐 주어야 그것이 잘 살아납니다. 다른 부분이 부실한데 그 부분만 공을 들여 보아야 효과적이지 못하죠. '어떻게 하면 이 멋진 이미지를 잘 살릴 수 있을까?' 이것이 플롯의 시작입니다. 캐릭터 내면에 대해서도 보다 연구하고, '그를 어떻게 그 상황에서 그렇게 행동하게 만들 것인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연구해보아야 합니다. 글을 쓰기 위한 설정이란, 무엇보다도 먼저 이런 것들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런 것을 안 잡고 글을 쓰는 사람은, 구도도 안 잡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과 흡사합니다. 간혹 그럴싸할 수 있을 지 모르나 제대로 쓰기에는 지극히 어려운 길입니다.

 그러나 그런 방향의 구도를 잘 잡아낸다고 하더라도, 결국 디테일한 부분을 살려내기 위해서는 일단 끝까지 그려 보아야 합니다. 일단 정성들여 끝까지 만들어 보아야 무엇이 문제인지 더 잘 파악할 수 있고, 다음에 다른 작품을 만들 때 더 잘 만들 수 있게 됩니다. 위에서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글을 끝까지 안 쓰고 초중반까지만 썼다가 연재 중단하기를 반복하는 사람은 그림을 이미지만 그렸다가 그만두기를 반복하는 사람과 같습니다. 노래의 초반부만 부르고 성량이 필요한 후반부는 절대로 안 부르는 사람과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겠군요.

 만약 글을 더 잘 쓰고 싶다면, 좀 진지하게, 더 멋진 글을 만들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지금 쓰는 글이 마음에 안 든다고 그만두지 말고 일단 끝까지 다 쓰세요. 그리고 객관적인 눈으로 그 완결된 글을 보고, 퇴고해서 보강하거나 다음 작품을 쓸 때 반영하세요. 그게 정말 발전하는 길입니다. 글을 잘 쓰고 싶으세요? 완결을 하세요.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