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춘권 - 영춘권의 기초와 소념두의 활용
장량 지음/인포더북

 국내에서 양상파 영춘권을 가르치고 있는 치사오영춘권센터 (http://www.wingchun.co.kr)의 관장이신 장량께서 내신 책입니다. 제가 배우는 양정파 영춘권과는 형태에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같은 영춘권인지라 원리가 같고, 그런 게 아니더라도 무엇보다 국내에서 제대로 나온 무술 교본이라는 데에 의의가 깊다고 생각하는지라 구입했습니다.

 들어 있는 내용에 관해 간단히 언급한다·····기보다 목차를 거의 그대로 옮겨보면, 영춘권의 역사, 이론, 투로, 단련시 유의사항, 기본 동작, 소념두, 소념두의 용법, 만사오, 움직임의 원리, 촌경, 치사오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꽉 찼다고 해야 할지 알차다고 해야 할지, 국내에 나온 그럴듯한 영춘권 교본이 없던 상황에서 이 책의 출간은 국내의 무술애호가 (······라기보다 저 같은 사람)에게 쌍수를 들고 환영받을 일입니다.

 하여 이 책은 영춘권 이론에 대한 충실한 설명이 되어 있고, 동작 하나하나를 깔끔한 스틸컷으로 찍고 (심지어 영춘권의 가장 기본 투로 (형)인 소념두에서는 모든 동작 하나하나를 정면과 측면 사진으로 깔끔하게 실었죠) 보조서술을 곁들여 독자가 투로 및 기술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쓰인 영춘권 교본입니다. 제가 (양정파 영춘권 도장에서) 실제로 배우고 있지 않았더라면, 이걸 보고 독학하고 싶어질 정도로 잘 쓰였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영춘권에 전혀 문외한인 사람이 이 책을 보고 영춘권을 제대로 배우기는 지극히 어렵다는 한계도 분명히 존재하는데, 그건 이 책을 보고 동작을 같게 연습해도 실제로는 달라지기 쉬우며 그걸 옆에서 잡아줄 사람이 없다는 문제도 있거니와 (기초가 잘못 잡히면 계속 고생합니다. 괜히 도장 나가서 동작을 계속 사부님께 교정받는 게 아니죠), 이 책에서 강조하듯 영춘권이 (그리고 실은 다른 어떤 무술이라도) '관계의 무술'인 만큼 수련자와 수련자가 함께 하며 감각을 기르고 기술을 연마하지 않으면 올바른 향상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기실 무술 교본이란, 아무리 잘 쓰였다 해도 사실상 어떤 무술이 '이런 느낌이구나' 하는 홍보 책자 내지 실제로 그 무술을 배우는 수련생의 복습 교재 이상으로 사용되기는 지극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그저 무술에 대한 지식을 얻는 것이 즐겁고, 사정상 도관에 나갈 수는 없지만 그냥 동작을 따라 해보는 것 정도라도 해보고 싶다면 그 또한 그리 나쁠 것은 없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영춘권이 어떤 이론들을 바탕으로 기술이 형성되어 있는지 궁금하다면, 달리 말해서 '어떤 느낌의 무술'인지 궁금하다면 이 책으로 그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리고 도관에 나가실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좋습니다. 책 속에만 있는 무술이 아니라 실제로 배우러 가실 수 있는 무술이라는 사실을 알아주세요)

 정가 23,000원이니 부담 없이 살 가격은 아니지만 제가 보기에 그만한 가치는 하는 책입니다. 무술을 좋아하시거나 영춘권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 권쯤 구입해볼 만합니다.


 여담. 우리 양정파 영춘권 교본도 소개하고 싶지만 그건 도장에서밖에 못 사는데다 영어 혹은 중국어판밖에 없어서 소개를 못 합니다. 한국어판도 내실 생각이시라고는 하는데 언제쯤 나오려나······. 한국어로 된 교본 갖고 싶네요.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