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5.1채널 스피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분명 연결은 다 제대로 되어있는데, 아니 애당초 한동안 문제 없이 썼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상해졌지만, 이 스피커에서 나야 할 소리가 저 스피커에서 나질 않나 스피커 하나에서만 나야 하는 소리가 스피커 두 개에서 나질 않나. 뭐야 이거 스피커가 맛이 갔나? 하고 5.1채널 스피커를 바꾸려다가 친구한테 문득 그 이야기를 했더니 자기가 안 쓰는 게 있다고 준다네요. 오예 내가 인생을 헛살지는 않았구나 하고 배송비만 부담하고 스피커를 받았는데, 부푼 기대를 안고 받아서 연결해보니 똑같이 안 되네요······ 스피커 문제가 아니었던 거냐?! 내부 사운드 칩에 문제가 생겼든지 라인이 이상해졌든지 아무튼 뭔가 하드웨어적인 문제인 것만은 틀림없는데, 이 사태를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이참에 사운드 카드 사버리자

 하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스피커 좋은거 써볼까 하다가도 '에이 어차피 사카 출력도 안받쳐줄 텐데 스피커 좋은 거 달면 뭐해?' 라고 생각하길 어언 몇 년, 뭐 그렇다고 친구한테 받은 5.1채널 스피커가 딱히 좋은 건 아니고 4,5만원짜리 저가형이라 사카 좋은 거 단다고 확 좋아질 건 아니지만, 아무튼 애당초 음악을 좋아하는 저인 만큼 사카에 투자하는 건 그리 돈 아까운 짓은 아니라는 판단이 선 것이지요. ·······변명이 길었습니다만, 요는,

이걸로 머리 썩기도 이젠 귀찮아. 그냥 돈으로 해결해버릴래.
하는 김에 좋은 사운드 카드 살래.


 라는 마음이 된 것이죠, 네, 뭐······ 그런 겁니다. 그래서 이것저것 알아봤는데.. 내장 카드가 외장 카드보다는 출력이 낫다는 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USB 연결형 외장형을 사기로 했습니다. 이유는 몇 가지 있었는데..

① 어차피 디지털 사운드니까 USB로 연결한다고 딱히 음질 저하가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내부 노이즈에 자유로워질 수도 있다.
② 내가 유닛 하나에 수십 수백만원짜리 스피커 쓸 것도 아닌 이상 외장형 쓴다고 딱히 나쁠 것도 없다.
③ 외장형이면 나중에 컴 바꿔도 사운드카드 이걸로 갖다 그냥 쓰기도 편하다. 거창하게 바꾸고 말고 할 것도 없이 그냥 이걸 노트북에 연결하면 노트북이 5.1채널이 된다. (라지만 그거 바꾸는 게 귀찮아서 결국은 그냥 메인컴에만 쓰겠지만)
④ 설치가 간단하다!

 뭐 그런 이유들이 있었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뭐. 샀죠. (이렇게 컴퓨터 관련 부품을 하나씩 늘리고 바꿔가는 것이죠 후후 -_-)


생각해보면 사운드 카드를 산 건 제 컴퓨터 인생에선 최초로군요. 솔직히 AV에는 투자 안 하려고 했는데..
(투자하기 시작하면 돈이 미친듯이 깨지니까)




이런 정도의 크기입니다. 내장 카드여도 이 정도 크기겠죠. 결국은 기판에 케이스 달고 버튼 좀 붙인 게 외장이니까.
왼쪽에 보이는 동그란 건 볼륨 조절 휠이자 누르면 뮤트되는 버튼을 겸합니다.
(내부적으로 음의 크기에 결국 한계는 있습니다만 휠 자체는 무한으로 계속 돌아갑니다)




연결하면 이런 느낌입니다.
선이 좀 복잡해 보이지만 키보드 선이니 마우스 선이니 스피커 선이니 엉켜있는 게 원래 컴퓨터니까요 뭐.


 그래서 결국 성능은 어떠냐, 만족할 만하냐? 하면······· 솔직히 전 5.1채널이 다시 작동하는 것만으로도 감동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제대로 스피커가 작동을 안 했던 지라.

 뭐 그래도 굳이 이걸로 바꾸고 나서 느끼는 장점을 말하라면, 크게 두 가지 정도 됩니다.

① 보드 내장 사운드 카드를 쓸 때는 마우스 움직임만으로도 사운드에 노이즈가 꼈는데 그런 거 없다: 이건 헤드폰이라도 껴보면 정말 확실하게 느껴집니다. 대개 컴퓨터에 그냥 헤드폰 껴서 쓰면 마우스 움직이면 지익- 직- 하는 잡음이 나는데 그런 거 없이 정말 깨끗하더군요. 음악 들을 때 그동안 조금씩 있었던 노이즈가 정말 하나도 안 들립니다. 깨끗해요. 이걸로 연우신의 나가수 판 <나와 같다면> 같은 거 들으면 진짜 깨끗한 목소리 품질에 감동하게 됩니다.

② 지원 프로그램 자체가 빠방하다: 이를테면 저가형 마우스를 쓸 때는 그냥 제어판 프로그램으로 몇가지 옵션 정도나 조정했는데 MX518 같은 거 쓰면 버튼마다 이것저것 할당도 가능하고 감도 조정도 세밀하게 가능한 프로그램이 있죠. 비슷합니다. THX TruStudio인가 하는 게 있는데 서라운드나 이퀄라이저나 기타 음질 보정 등이 세세하게 가능해집니다. 없어도 사운드에 큰 지장은 안 생기지만, 있으면 훨씬 좋죠.


 가장 큰 장점이자 사운드 카드를 쓰게 되는 이유는 역시 ①이죠. 노이즈가 안 끼고 깨끗하게 소리를 뿜어준다는 건 사운드 카드의 덕목이자 당연 필수적인 기능입니다. 저는 그동안 컴퓨터로 음악을 들을 때는 그냥 스피커로만 들어왔고 헤드폰으로는 안 들었는데, 헤드폰으로 (그것도 좀 좋은 것으로) 들으면 아무래도 음이 좀 탁하고 잡음이 끼는 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음원이 320Kbps면 뭐하나요, 내부에서 뿜어줄 때 노이즈가 생기는데.

 지금은 깨끗하게 들립니다. 헤드폰을 컴퓨터에 연결해서 듣기도 해요. 이것 하나만으로도 사운드 카드에 돈을 투자한 보람은 느껴지네요.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