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셋째날, 목적지에 가기 위해 10시경 일어났습니다. 목적지까지 가는 버스는 63번이나 68번이었는데, 이게 정말 죽어라 버스가 안 오더군요······· 결과만 미리 말씀드리면, 이 버스는 한 시간 반을 기다리고 나서야 겨우 왔습니다. 거기까지 가는 사람들이 원체 없는 모양이더군요.

 하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아주 지루하지만은 않았는데, 기다리는 동안 같은 곳까지 가는 (정확히는 같은 곳에서 내리는) 여행자 동지를 만났기 때문입니다. 백발의 할아버지.. 라고 하기에는 아저씨처럼 건장한 뭐 그런 분이었는데, 여행 중에 정류장에서 오래 기다리다 보면 '아, 같은 데까지 가는 거 아냐?' 싶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딱 그런 경우였습니다. (둘째날 순천만에 갈 때의 군인 커플도 그런 낌새였습니다만) 이분하고 나름 즐겁게 여행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분은 취미로 사진을 찍는다셨는데 원체 여기저기 다니는 모양이시더군요. 드라마 촬영지도 한번 가볼까 하는 중이셨는데, 시간이 된다면 한번쯤 가봐도 괜찮을 거라고 (별로 도는 데 오래 걸리는 곳은 아니라고) 말씀도 드렸지요.

 제가 들려드린 정보: "지금 오동도에 가도 별로 볼 게 없더라고요. 동백꽃 없고.." 그분이 들려주신 정보: "원래 순천만은 11월이 피크여서, 그 때는 사람으로 가득 찬다" 그리고 대화- "(그분) 이쯤 기다리면 올 만도 한데~" "(저) 택시 타고 가면 그 뒤에 와서 버스 설 지도 몰라요ㅋ" "버스 시간표를 알아야 했는데.." "그러게요. 거기 도착하면 시간표 같은 거 있지 않을까요."

 저는 이 시점에서는 여행지로 통영엘 들를까 말까 생각중이었는데, 이 분이 거기 가면 동피랑 벽화마을이 찍을 거 많대서 기억해두었습니다. 뭐, 이런 것들 하나하나가 추억입죠······.


 버스는 한 시간 반만에 왔습니다. 버스를 타서는 이분과 대화하며 가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언제나 그렇듯 버스 맨 뒷자리 왼쪽에 탔습니다. 가는 데도 근 사오십분 쯤은 걸렸던 기분인데······, 가는 동안도 지루하진 않았습니다. 시골길의 풍경에 더불어, 제 오른편에 앉은 어느 아가씨와 아저씨의 대화가 흥미로웠기 때문이죠. 둘은 모르는 사이였던 거 같은데 아저씨가 말을 걸더군요. 교회 다니냐고 성경이 어쩌고저쩌고 자기가 읽어봤는데 잘은 모르지만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이단 그런거 사람이 잘 알 수 있느냐 어쩌고저쩌고. 가만 있으려고 했는데 이 아가씨가 아저씨에게 뭐라고 강하게 말을 못해서인지 그냥 받아주고만 있는게 괜히 울컥하드만요. (그러고보니 이 아가씨는 유치원 교사였었나 뭐였나.. 그 때 옆에서 안 듣는 척하면서 다 듣고는 있었는데 벌써 두세 달 전의 일이 되어가니 잘 기억은 안 나네요) 그래서 결국 끼어들었습죠. 물론 성경에 대해 말하는 게 쉬운 건 아니지만, 이단을 구별하는 것 자체는 간단하다. 예수 외에 다른 구원이 있다고 말하거나, 믿는 것 외에 다른 행위가 더 필요하다고 말하면 그건 이단이다······ 라고. 그리고 좀 더 이야기를 해봤지만 역시나 이 아저씨는 성경에 대해 알고 싶은 게 아니라 자기 생각을 받쳐줄 근거를 성경에서 찾는 분이라, 별로 제 말을 들을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습니다. 뭐, 아마 그럴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 건 됐습니다. 제가 말할 때 그 아가씨가 고개 끄덕끄덕했으니까 그걸로 오케.

 ㅡ라는 건 그렇다치고 그런 이야기를 하다가 시간도 꽤 된 것 같아서 그 아가씨한테 물었습니다: "그런데, ㅇㅇㅇㅇ 가려면 아직 멀었나요?" 그러자 이제 금방이라고, 버스가 지금 고개를 오르고 있었는데 여기만 넘어가면 바로라고 답해주더군요. 오케이, 좋구만. 그리고 그 말대로 곧 목적지가 나와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일어섰습니다. 정류장에서 기다릴 때 같이 기다렸던 할..아저씨도 (머리는 백발인데 어째 할아버지라 못 부르겠고) 함께 내렸고, 정류장에 버스 시간표가 있는 걸 보고 서로 다행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돌아갈 버스 시간까지 계산해서 이제 이곳을 돌아보면 되는 것이죠. 아저씨는 무슨 꽃이 예쁘게 피었다는 절을 찾아갈 생각이었으므로, 여기에서 사진 잘 찍으시라고 인사를 하고 헤어졌습니다.

 아, 그래서 제가 도착한 곳이 어디냐?



바로 여깁니다. 그 이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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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