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사라보세
Zal.Sa.Ra.Bo.Se.

-의미불명패러디난무엽기발랄실험소설-

제 1장. 용사여 깨어나라 …… (3)


“우, 우어어어어!”

대팔의 포효와 함께 이미지 영상의 반달곰이 점멸하며 현란하게 교차되기 시작했다. 대팔이 손을 휘젓자 반달곰도 손을 휘저었다. 대팔이 브라질리언 킥을 하자 반달곰도 브라질리언 킥을 했다. 왠지 드라이아이스 효과가 피어오르기 시작했고, 태양이 오색찬란한 빛을 뿌리며 대팔에게 스포트라이트 효과를 주었다. 대팔의 모습과 반달곰의 모습이 교차되기를 수십 차례, 드디어 절정에서 그 둘의 모습이 합체하더니 그대로 멈추었다!

“아, 다운 먹었다.”

히로인이 말했다. 대팔과 반달곰의 움직임이 정지한 채 전혀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었다. 샤이륑을 돌아본 히로인이 지시했다.

“껐다 켜봐요.”
“이래서 국산은.”

한탄과 함께 샤이륑이 대검을 휘둘러 대팔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데엥! 청아하고 맑은 징소리와 함께 대팔과 곰의 움직임이 재개되었다.

드라이아이스가 그들의 모습을 가리더니 한순간 흩어지고, 마지막에 드러난 것은 햇빛으로 휘광을 삼아 눈부시게 대지에 선 이대팔의 모습이었다.

이 시점에서 우리의 이대팔의 모습을 설명하도록 하겠다. 그는 원래 세계에서는 별 볼 일 없게 생긴 통통한 스포츠머리 여드름 고등학생이었으나, 이 세계 뢰이마사로 넘어와서는 별 볼 일 없게 생긴 통통한 단발머리 여드름 청소년이 되었다. 어차피 차원이동이라는 구라를 치는 판에 차원이동하면서 미남이 되면 또 어떻겠는가마는, 그다지 주인공 잘 되는 꼴 보고 싶지는 않은 작가의 따스한 마음이 들어가 있다고 할 만한 부분이다. 다만 왜 굳이 단발머리로는 되었느냐 하면 그게 더 덕스러워 보이니까.

아무튼 그런 덕스러운 이대팔의 모습이었는데, 뭔가 조금 전까지와 어딘가 다른 포스를 풍기고 있었다. 히로인이 물었다.

“깨달으셨나요, 자신의 힘을?”
“훗…….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용사다운 썩은 미소와 함께 이대팔이 말했다. 그가 한 손을 펼쳐 앞으로 내밀더니 외쳤다.

“변신! 곰 같은 힘이여 솟아라!”

동시에 곰의 모습이 그의 모습과 겹쳐지더니, 다음 순간 그의 모습이 키 삼 미터의 반달곰으로 변해 있었다. 샤이륑이 감탄했다.

“강해 보이네요!”
“당연하지요. 지금의 나는 용사니까요.”

곰이 말했다. 곰의 구강 구조로는 불가능해 보이는 비틀어진 웃음과 함께 곰이 검지를 흔들었다.

“지금의 나는 대한민국의 이대팔이 아닙니다. 뢰이마사의 용사 가르마입니다. 아니, 곰으로 변신했으니 지금은 THE 가르마 베어로군요. 나는 이 능력으로 이 세계의 평화를 지켜내겠습니다!”

왜 가르마인지는 모르지만 변신하는 순간 자신의 이름이 그것이라 떠오른 모양이다. 샤이륑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대검을 치켜들었다.

“그럼 한 번 시험해 볼게요.”

말하고 대검 옆면으로 툭 치자 삼십 미터를 날아간 THE 가르마 베어가 바닥과 멋지게 슬라이딩하고는 축 늘어졌다. 그리고 우리들의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는,

이대팔 가르마 ‘THE 가르마 베어’(이)가 사망했다.
샤이륑은 0 경험치를 얻었다! (WEAKIST 등급, 경험치 없음)

“…….”

샤이륑이 히로인을 돌아보고 물었다.

“더 약해졌는데요?”
“뭐 어때요.”

히로인은 대수롭잖다는 표정으로 가르마에게 다가가 손을 대었다. 그러자 허공에 다시 영상이 떠올랐다.

CREDIT 0. CONTINUE? 9, 8, 7, 6

“정말 이것저것 다 섞어놨군요.” 샤이륑이 중얼거렸다.

CONTIUNE 뒤의 숫자가 하나 둘 줄어들고 있었는데, 히로인이 허공에 손을 휘젓자 CREDIT가 1로 바뀌면서 CONTINUE의 숫자가 다시 9로 갱신되었다. 다시 히로인이 손을 휘젓자 영상이 사라지더니 가르마 베어가 다시 인간 이대팔의 모습으로 돌아오더니 그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소, 속였구나, 속였구나 히로인!”
“속이다니 무슨 말씀이세요.”
“곰으로 변신했는데 어떻게 더 약해질 수가 있습니까?! 내 숨겨진 힘이라더니 이거 다 사기죠?”
“변신 스킬 레벨 1이니 별 수 없잖아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여기는 에뮬레이팅 무한 컨티뉴니까, 몇 번을 죽어도 문제없이 이을 수 있어요.”
“……이 소설 대체 장르가 뭐예요?”
“그건 아마 작가도 모를 거예요. 그러니까 묻지 말아요.”

히로인이 작가를 대신해서 상냥하게 답했다. 이대팔이 어깨를 늘어뜨렸다.

“난 어쩌다가 이런 세계에 출연하게 된 거지.”
“뜨는 해가 있으면 지는 해도 있기 마련이죠.”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 소리를 해준 히로인이 물었다.

“그 변신 또 할 수 있겠어요?”
“……시험한답시고 또 죽이지 마요.”
“걱정마세요. 당신을 죽여도 경험치 하나 안 나오는데요.”

이번에는 샤이륑이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 소리를 해주었다. 이대팔이 잠시 원망스런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더니 다시 한 손을 펼치고 외쳤다.

“변신! THE 가르마 베어!”

변신 구호가 당연하다는 듯이 바뀐 것을 보면 구호는 별로 관계없는 모양이었다. 어쨌거나 다음 순간 키 3미터의 반달곰이 그 위용을 드러냈다. 히로인이 THE 가르마 베어를 살펴보더니 말했다.

“음, 역시, 가능성이 보이네요.”
“그 말은?”

샤이륑이 묻자 히로인이 산뜻하게 미소지었다.

“근처를 지나가는 몬스터라도 잡아서 레벨업을 해봐야겠어요. 아마 우리들의 여행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거예요.”
“레벨업!”

가르마가 흥분된 목소리로 외쳤다.

히로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웅은 태어나지 않아요. 다만 만들어질 뿐이죠.”

드디어 우리의 히어로, 이대팔 가르마가 자신의 능력을 각성하였다. 이제부터 과연 어떻게 레벨업하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 또한 과연 그의 변신 능력은 곰의 변신에만 한정되어있는 것인가? 장대한 스케일의 에픽 판타지, 잘사라보세, 의문은 더욱 커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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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나가는 글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나름 스토리 전개가 있습니다. 그래야 도중에 개그 코드가 부족하다 싶어도 이어 나갈 여지가 있는지라. 핫핫.

Neissy였습니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