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영춘권을 두 타임을 뛰었는데, 거의 시간 내내 치사오를 했습니다. 이게 처음에는 자세 만들기만도 벅차서 상체가 굳어지고 힘이 들어가는데, 그러면 단지 모양을 만들기만 한 것이라 힘을 제대로 쓸 수 없을뿐더러 제대로 된 반응도 불가능합니다. 바르게 서고 하체를 조이고 상체를 세워,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힘이 등을 타고 나아가 팔로 전달되도록 해야만 해야 합니다. 이 느낌을 요즘 들어 조금씩 받고 있는데, 이러면 단단하게 지지하는 하체의 안정된 움직임과 부드러우면서도 위력 있는 손놀림을 얻을 수 있습니다. ······라고 말해도 이게 말처럼 잘 되는 게 아니라 이게 되면 저게 안 되고 저게 되면 이게 안 되고를 반복하고 있습니다만. 어쨌거나 향상되고 있어요. 향상된다는 건 참 즐거운 일이죠.

 안정되고 튼튼한 하체는 언제나 중요합니다. 내 중심을 지키는 데에 가장 중요하죠. 이게 안 되면 상대에게 파고들다가 중심이 흔들려 무너지기 쉽고, 대각선으로 들어갈 때도 덜거덕거립니다. 하지만 되면 깨끗하고 말끔하며 빠르게 움직일 수 있을뿐더러 펀치에 위력도 제대로 실립니다. 처음에 시작했을 때를 돌이켜보면, 요 일 년 동안 그래도 제법 늘기는 했다는 걸 느낍니다. 역시 중국무술은 하체야! 보법이야말로 비법이지! 솔직히 말하면, 하체가 단단해질수록 상체에 힘을 넣을 필요가 없다는 걸 느끼게 돼요. 그렇다고 상체가 아예 흐느적거리는 건 또 아니고, 하체에서 쳐올려 주는 힘을 유기적으로 잘 쓰려면 상체에 불필요한 힘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죠. 신체의 통합이 중요하달까 뭐랄까.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지금 제가 그걸 잘하고 있다는 건 아닙니다. 그건 또 다른 문제)

 연환충권을 할 때도 마찬가집니다. 충권 하나하나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언제나 하체입니다. 하체로부터 올라간 힘이 충권으로 나오는 것이죠. 그러니 하체에 힘이 없으면 펀치를 해도 아프지 않습니다. 스텝으로 앞으로 나아가면서 연환충권을 할 때도, 다리로 밀어주면서 그 힘으로 두다다다다닥······! Yeah It's heavy machine gun.

 음, 어제는 정말 간만에, 수업이 끝나고 나서, 모 님과 펀치 미트 하나를 대고 서로 충권을 쳐보았습니다. 하체가 받쳐주니 확실히 제자리에서 몸만 측신마로 살짝 틀어주며 쳐도 충권이 뻥 들어가더만요. 조금 더 하다가 세게 치려는 욕심이 생겨서 상체에 힘이 좀 들어갔더니 오히려 헛맞고 별로 파고들지도 못했던 것 같은데, 역시 펀치는 하체로 치는 겁니다. 하긴 이런 건 무술 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알고 있지만, 이걸 언제나 실행할 수 있느냐 하는 건 또 좀 다른 문제죠. 언제 어느 때라도 몸이 그렇게 움직여야 이제 무술 좀 한다고 말할 수 있게 되지 않나 싶습니다만.

 영춘권의 투로가, 소념두 다음에 심교라는 게 참 잘 짜여 있습니다. 우선 소념두에서는 하체의 힘을 기르고, 심교에서는 이제 더 나아가 그 하체의 중심이동과 보법을 합니다. 소념두든 심교든 하다 보면 힘드니까 무릎을 조이고 배 집어넣고 엉덩이 넣는 걸 제대로 안 하기 쉬운데, 그렇게 하면 잘 안 늘 겁니다. 왜냐면 하체가 안 되면 상체 움직임 어떻게 해봐야 힘도 안 들어가고 상대한테 그냥 밀리기 때문입죠. 역시 기본에 충실해야 하죠.

 이상 Neissy의 하체 예찬이었습니다. ←


 여담. 어제 한 타임 끝났을 때 이자겸양마에서 몸을 틀어 정신마 (正身馬)로 한 뒤 버티는 걸 했는데, 이게 제대로 하면 다리에 정말 미친 듯이 부하가 걸리더군요. 다리 강화에 좀 짱이다 싶어서 집에서의 수련메뉴에 추가하려는 중입니다. 그렇잖아도 파이트클래스하다보면 다리가 좀 후달리는 것이 하체 강화가 좀 더 필요하다 싶었고······.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