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표 인증부터, 모처럼 차라투스트라니까 배경은 책으로.


 오늘 (날짜상으로는 어제입니다만) 다녀왔습니다. 90명을 동원하는 차라투스트라라니, 어머 이건 들어야해! 를 외치고는 모 경로로 아는 단원분께 표를 얻어 좋은 자리를 구했습지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Also sprach Zarathustra)>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한다면 철학가 프리드리히 니체의 저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감명받은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음악으로 만들어낸 교향시입니다. 신은 죽었으며, 신 없이 도덕도 없고 가치 기준이 무너진 세계에서 '스스로 자기 극복하고 한계를 초월하기 위해 실존적 결단을 내리는' 위버멘쉬 (초인)을 갈망하는 뭐 그런 철학입지요. (자기 극복, 초인, 힘에의 의지, 영원회귀 이런 것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잘 설명할 자신이 없어서기도 하지만, 그런 건 나중에 책을 감상할 때 쓸게요. 거기서도 아마 간략하게 쓰겠지만······.)



아무튼 그래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곡 자체에 대해서라면, 일단 이 곡 자체가 힘 있고 장엄하여 듣기 좋은 곡입니다. 니체의 철학을 몰라도 마냥 듣기 좋은 곡이지만, 알고 들으면 또 감흥이 달라지는 곡이죠. 기독교인인 저로서는 쵸금 껄끄럽기도 하지만 뭐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라는 기분으로······. 아무튼, 그래서 곡을 경기필이 얼마나 잘 연주했는가 하면, 솔직히 잘 못했어도 그리 잘 알아챘을 거란 생각은 안 들지만, 잘 연주한 것 같습니다. 박력 있고 지루할 틈 없고 좋더만요. 돌아오는 길에 (아까 표를 얻게 해주었다 말한) 단원분과 같이 돌아오며 이야기를 들었는데 단원들도 나름 만족한 연주가 된 듯했고요.

 약간 돌아가는 이야기지만, 현 경기필 지휘자인 구자범은 원래 철학과를 나왔고 대학원 철학과까지 다니던 중에 음대로 전향한 케이스입니다. 철학을 음악화한 이 교향시를 지휘하기엔 참 어울렸다고 하겠어요. 덧붙여 연습도 빡세게 시키는데, (모처럼 팜플렛에도 그런 이야기가 적혀 있길래) 단원분께 물어보니 곡 하나를 쭉 하는데 진짜 세 마디마다 스톱시킨다고······ 그것 참. (먼산)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그래도 좀 예습을 하고 갔는데, 그 뒤에 이어진 다른 곡들, <4개의 마지막 노래 (Vier letzte Lieder)>나 중간 앵콜곡 <Morgen! (내일)>이나 <오페라 '장미의 기사' 모음곡 (Suit aus der Oper 'Der Rosenkavalier')> 같은 경우엔 사실 전혀 모르는 곡이어서 팜플렛 보면서 배우면서 들었습니다. 이쪽은 좀 황혼스럽게 서정적이거나 부들부들한 곡이랄까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비하면 사실 좀 (같이 간 카모 군 말에 따르면) 루즈하기도 해서, 배치를 살짝 바꾸는 쪽이 낫지 않았을까도 싶지만 그렇다고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뒤로 빼기엔 또 그때 가서 힘이 딸릴 위험이 있었겠지요. 어쨌든 좋은 곡 잘 들었으니 전 불만 없습니다.

 구자범 지휘자의 좋은 결단 중 하나가 중학생 이상 관람 가능 (18세 이상 관람 권장)을 했다는 건데, 관객 동원이 적어질지는 몰라도 여기저기서 잡음이 생길 일이 줄어들어서 모처럼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찾아간 청중들이 보다 음악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니 고마운 일입니다.

 좋은 연주회였습니다. 다음에도 또 기회 내서 가고 싶군요.
Posted by Neis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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