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를 위한 해부학
새러 심블릿 지음, 최기득 옮김, 존 데이비스 사진/예경

 우리는 주위에서 언제나 인체를 접하고 있으며 늘 보고 있지만, 인체 그 자체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느냐 묻는다면 그 해부학적 구조에 대해 쉬이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이 <예술가를 위한 해부학>은, 그런 사람들에게 인체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해부학적 지식을 제공해주는 책입니다.

 먼저 주의점은, 비록 이 책에 '예술가를 위한' 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고는 해도 어디까지나 '해부학'에 방점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책에 실제 모델들이 여러 포즈를 취한 사진들이 꽤 잘 실려 있긴 합니다만 적어도 포즈집은 아니라는 뜻이죠. (만일 그런 걸 기대했다면 포즈들의 양이 적다고 실망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 책의 주목적은 인체의 여러 계 (系)에 대한 해부학적 지식 (초반부에는 해부학의 발전 과정에 대해서도 설명되어 있지요)을 독자에게 제공함으로써, 독자가 인체를 보다 잘 이해하게 하는 ─단지 눈에 보이는 것만을 보지 않고 그 속에 있는 것들을 보게 하는─ 것에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특징 중 하나인 다음과 같은 페이지가 중요합니다.

기름종이를 사용하여, 실제 모델의 외견에 골격 구조를 겹쳐볼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이 연출은 그 자체로 인체에 대한 직관적인 이해를 도우며, 나아가 실제 사람을 볼 때도 단지 보이는 것뿐 아니라 그 속의 골격계를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까지도 합니다. 실은 인체를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연한 일입니다만 뜻밖에 많은 사람들이 이걸 못하죠. 저 역시, 취미 삼아 그림을 그리기는 합니다만 이걸 잘하진 못합니다. 이 책을 보고 나서도 급격한 향상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머리로 아는 것과 몸으로 하는 건 다른 것이니까요. 체득하기 위해서는 머리로 아는 것을 실제로 계속 연습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 책을 보기 전의 저와 본 후의 저 사이에 변화가 있음은 분명하고,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책이 주는 효과를 의심할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실은 그런 점 때문에 제가, 이 책에 '예술가를 위한' 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더라도 사실 예술가가 아닌 사람도 읽어도 좋으리라고 추천하는 것입니다만. 단지 지식적 흥미를 위해서건, 아니면 다른 어떤 실리적 필요가 있어서건, 한 번 정도는 읽어보고 인체에 대해 좀 더 잘 아는 게 좋지 않을까요? 내 몸이 이런 식으로 되어 있음을 알아서 나쁠 것은 없으니까요.

 저는 간단한 추나요법을 배우고 있는데, 골격 구조를 알고 있기 때문에 뼈를 어떻게 집어넣어야 하는지를 보다 ─이런 해부학적 지식이 없는 사람에 비해서─ 빠르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피부 그 속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알기 때문이죠. 소중한 지식이라고 생각하며, 그러므로 다른 분들도 이런 지식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네요.


그림 연습 자체를 위해서도 제법 나쁘지 않은 편입니다. 아주 본격적인 포즈집은 아닙니다마는.

 물론 단점이 없는 건 아닙니다. 가격이 세요. 정가 48,000원이니까요. 큰 맘 먹고 하나 구비해 놓을 작정이라면 못 살 가격은 아닙니다만 (그리고 그만한 가치는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마는), 사정이 안 된다면 사지는 못하더라도 한 번쯤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