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자잘한 이야기, 뭔가 주제 잡아 길게 쓰기는 뭣하지만 소소하기에 재미있을지도 모르는 이야기나 좀 적어볼까 합니다. 근래에 영춘권 하는 사제에 사매 블로그까지 찾아서 더 이상 외롭지 않고 신 나서 쓰는 거 아닙니다. 저 그렇게 가벼운 남자 아님요.


 · 개인 수련

 영춘권의 대인 수련 비중이 높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따로 수련할 것도 많습니다. 동작 자체를 숙련시키고 더 빠르고 강하게 쓰고 싶다면 개인 수련은 당연하죠. 생업이 바빠서 시간을 따로 내기 어렵다 해도, 하다못해 하루 30분 정도라도 투자해서 소념두나 심교에 연환충권이라도 해주면 안 하는 것보다 확실히 좋아집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본인이 숙련해야 할 동작을 더 하면 좋고요. 진짜 제대로 무술 쓰고 싶으면 하루 두세 시간 정도는 기본이라지만, 무술에 거기까지 힘을 쏟기가 사실 쉬운 건 아니긴 하니까요. 글쎄 뭐, 일주일에 두세 번 도장 나가는 것만도 어려운 사람들 많으니까······.


 · 근력 단련

 다른 파는 어떤지 모르겠는데, 우리 파에선 근력 단련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사부님 왈, "힘 있으면 좋아요. 당연하죠." 라셨는데 억지로 우락부락하게 키울 것까지는 없지만 (솔까말 바디빌딩처럼 몸 키우면 자세 잡기 겁내 빡세지기 때문에 영춘권 하기 어려워지는 건 사실입니다) 다리에 힘이 있어야 하고 버티는 힘도 쳐내는 힘도 당연히 필요합니다. ─라고 말하면 "그거 전신력 말하는 거 아님? 근력 단련하라는 건 아니지 않소?" 라고 하실 분도 있을지 모르겠는데, 파이트클래스 하고 체력 강화하라고 알려주신 세트메뉴에 팔굽혀펴기나 크런치 등의 근력 강화 훈련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영춘권 하려면 팔굽혀펴기도 하면 안 돼! 라는 건 아니라는 뜻이죠. 물론 힘으로'만' 뭘 하려고 하면 안되는 건 당연한데, 사실 뭐 그렇게 하고 싶다 해도 나중으로 가면 갈수록 힘만 갖고는 안 되기 때문에 몸 전체를 자연스럽게 쓸 수밖에 없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하던 근력 단련 중에서 저는 이제 딥스를 다시 팔굽혀펴기로 바꿨는데, 결코 딥스가 나쁜 운동은 아니지만 이왕 단련할 거면 충권 힘쓰는 것과 비슷하게 근력 키우는 게 좋겠다 싶어서 바꿨습니다. 팔 몸에 붙이고 주먹 쥐고 그 양주먹 아예 붙여서, 양손으로 충권 치는 듯한 자세로 팔굽혀펴기하고 있죠. 팔을 몸에 붙여서 팔굽혀펴기하는 자체는 전에 극진가라데 관련 다큐에서 보고 한동안 했는데, 고걸 좀 변형시킨 셈입니다.


 · 영화와 실제는 달라요

  이거 엄청 당연한 건데······. 의외로 이걸 잘 모르는 분들이 있더군요. 영화는 연출된 것이며 의도를 갖고 만들어낸 장면들이고, 당연히 실제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영화 못 봤음? 거기서 뭐가 어떻고 저랬다고!" 라고 하면, 뭐 그렇게 말하는 것 자체는 즐겁긴 합니다만 "뽀로로 못 봤어? 펭귄이 말을 한다고!" 라는 것과 별 차이 없는, 환상 속의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까놓고 말해서 중국무술은 이미지화가 너무 많이 됐죠. 중국무술 하면 현란하게 싸울 수 있고 턱 치니 억 죽고 할 수 있을 것 같고. 근데 그건 당연히 거짓이에요. 짜고 치는 고스톱입니다. 영춘권 해도 공격 다 못 막을 수 있어요. 가라데 10명한테 다구리 맞고 쓰러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전 10:1의 싸움이라면 단호하게 그 10명 중의 1명에 들겠습니다) 영화를 보고 환상을 갖는 거야 자유지만, 그게 실제의 영역으로 넘어오지 않으면 그건 그저 환상에 그칠 뿐이라는 거죠.

 물론 어떤 면에서는 실제의 영춘권이 영화의 그것보다 나은 면이 있습니다. 영화 속 배우는 전문적인 영춘권사가 아니므로 동작의 숙련도나 스피드 면에서 차이가 나죠. (까놓고 말해서, 견자단의 연환충권은 영춘권 하는 입장에서 보면 좀 느려요. 엽문1에서는 그래서 카메라 빨리 돌렸다고도 하고..) 하지만 영춘권 배우면 그렇게 오는 공격 죄다 막고 뒤에도 눈이 달릴 수 있느냐 하면, 그건 아니라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 뭐, 실력차이가 나면 날수록 상대가 나를 손도 못 대게 할 수 있는 게 사실이긴 합니다만 기량차가 크게 안 나면 결국 센 놈이 이기는 거니까요.

 우리는 막으려다 못 막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계속 들어가야죠. 수련하다 상대의 프리스타일 공격을 (이 수련 때는 보통, 글러브 끼지 않은 맨손이므로 사실 어느 정도 강도를 조절합니다) 제대로 못 막는 일은 분명히 종종 일어납니다만, 그렇게 맞는다고 사부님이 너 영춘권 못했어! 맞는 건 영춘권이 아냐! 라고 말씀하시지 않습니다. 맞을 수 있지만, 한 대 맞았다고 '억 나 맞았어!' 하고 가만히 당하지 말고 계속해서 들어가라고 말씀하실 뿐이죠.

 리듬 파워 집중력은 항상 같이 있을 것인데 그 중에 제일은 근성입니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