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세폴리스 전2권 세트
마르잔 사트라피 지음/새만화책

 유년시절을 혁명기의 이란에서 보낸 마르잔 사트라피가 자신이 경험한 이란에 대해 그려낸 이 만화책은, 저자 자신이 밝히듯 아트 슈피겔만의 <쥐>에 많은 영향을 받았으며 다소 분위기가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좀 크게 다른 부분을 말한다면, 이건 저자 자신이 경험자여서 더 생생하며, 비록 암울하다고는 해도 2차 대전하의 유대인들처럼 암울한 것은 아니어서 좀 더 숨통은 트인다는 점이겠군요. 물론 저자가, 사람들이 TV 등을 통한 단편적인 지식만으로 이란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을 보고 "아냐, 아냐, 이란은 그런 곳이 아니라구!"라고 말해야 했으며 또한 이란이 그렇게 부정적인 곳만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는 것이 그녀가 이 만화를 그린 동기였으니 <쥐>보다 덜 무거운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습니다.

 어쨌거나, 이 만화는 이란 혁명에 대한, 그리고 이란에서 살아가는 게 어떠한 것인가에 대한 훌륭한 증언입니다. 사트라피는 여러 억압 (적절한 복장, 종교적 규율에 의한 금지사항들, 그런 여러 가지 일들 말이죠) 아래에서도 가능한 삶을 즐기려 했고, 실제로 어느 정도 그렇게 즐기며 살았기 때문에 또한 그녀 주변에서 일어나야 했던 여러 비극들 ─고문, 투옥, 처형, 살인, 억압, 강요당한 순교 등─이 새삼 가슴 아프게 다가옵니다.

 증언이란 의미에서 약간 더 말해보면, 그녀는 이란에서 고위층의 자녀였고, 제한적이나마 자신의 즐길 거리를 찾을 만한 재력이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슈피겔만의 <쥐>에서도 주인공의 아버지에게 재력이 있었기에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었고 그래서 동시대를 살아간 다른 사람보다는 사정이 다소 나았다고 할 수 있었는데, 여기서도 그건 좀 마찬가지여서 그녀는 동시대의 다른 이란인들보다 덜 혹독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쩌면 그랬기 때문에 좀 더 여유 있게 '다른 사람들'에 대해 말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요. 약간 더 관조적으로 말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이란에 대해 뭔가 잘 아는 건 아닙니다. 이란에 대한 다른 증언이나 책을 특별히 더 찾아보지도 않았죠. 그러니 뭐, 이란이 어떻다고 자신 있게 말할 만한 여지는 여전히 없습니다. 사실 제가 이 만화를 읽은 게 <쥐>를 읽은 때쯤이었는데도 (<쥐> 감상글은 2009년 12월에 올렸습니다) 이제 와서야 감상을 올린 이유가 그겁니다. 솔직히 말해서, 전 여전히 몰라요. 이러니저러니 무어라 말할 만큼 알지는 못합니다.

 그래도 그냥 몇 가지, 생각해볼 수는 있었죠. 억압하는 자들이 있으면 저항하는 자들이 있으며, 그 내부에서도 싸우는 사람이 있고, 또한 사람은 언제 어디서고 나름대로 기분을 풀기 위해 즐길 거리를 찾아내곤 하는 법이라는─ 그런 (어쩌면) 당연한 것들에 대해서요. 그리고 이란과 거기에 사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단지 지명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좀 더 인간 대 인간으로 접근하게 되었고요. 아마 이런 것들이 만화로 이란을 접하며 얻을 수 있는 가장 간단하고 확실한 효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입니다. 이 만화는 한 여성이 자기가 겪은 이란에 대해 말하는 증언이며, 전체적인 눈을 키워주거나 그곳의 상황이 어떠했는지 치밀하게 알려주는 것은 아니지만, 생생하게 보여주고 그 비극을 함께 아파하기에는 충분하도록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사실, 그거면 충분하지 않겠어요?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