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러건트 유니버스
브라이언 그린 지음, 박병철 옮김/승산

 과학서적을 읽는 일은 즐거운 일입니다. 비단 과학이 아니더라도 무언가 지식을 습득하는 행위는 인간에게 기쁨과 뿌듯함을 가져다주죠. <엘러건트 유니버스>는, 일반인에게는 어려울 수밖에 없는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그리고 초끈이론에 대하여 최대한 일상적인 언어 (와 그림)으로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훌륭한 책입니다. 관심은 있어도 어려울 것 같아서 접근을 포기했던 사람들에게 이 책은 아주 좋은 입문서가 되어주지 않을까 싶군요.

 처음에 제가 이 책을 친구에게 추천받았을 때, 수식이 없어도 이해할 수 있는 과학서적임이 중요한 포인트였죠. 그리고 이 책의 1부 초입에 인용된 어니스트 러더포드의 "무언가를 전문용어 없이 일상적인 언어로 설명할 수 없다면, 그것은 당신이 그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증거다." 라는 말은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그건 사실입니다. 정말 아는 사람은 그걸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표현할 수도 있고, 정확무비한 전문용어를 사용해 엄밀하고 정확하게 개념을 파고들 수도 있습니다. 어렵게만 말한다는 건 그걸 잘 모른다는 뜻이죠. 그리고 그 점에서, 이 책의 초입에서 그 말을 굳이 인용했다는 것은 저자 본인이 이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더불어 '일상 언어'로 이론을 설명하겠다는 선언입니다. 기대되죠.

 라지만, 전 이 감상에서 제가 이 책을 읽으며 배운 걸 모두 쉽게 잘 설명할 자신은 없습니다. 전 이 모든 이론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사실상 필요할 때 어디를 다시 보아야 하는가를 안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대체적으로 훑고 개념을 받아들였다고 할까요? 하긴 애초부터, 이 책에서 말한 내용들을 블로그 정도에서 알기 쉽고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다면 이 책이 근 600여 페이지가 되어야 할 이유도 없었겠죠.

 그러니 그냥 아주 대략적인 개념만 설명하면서 지나가려 합니다. 좀 더 자세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알고 싶으시다면 책을 읽으세요. (하하) 음, 부제를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그리고 초끈이론이라고 적었는데요, 이 책에서 설명하는 것들은 이것 외에 부수적인 것도 좀 더 있습니다만 일단 이것들이 중심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책에서는 기초 개념들을 좀 잡고 나서 상대성이론을 설명하게 되는데, 상대성이론의 가장 재미있는 점은 시간과 공간이 나누어지지 않고 시공간이 통합된다는 점입니다. "모든 물체는 시공간 속에서 항상 빛의 속도로 이동한다"고 하는데,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으시겠지만 말하자면 빛의 속도- 광속이 어떤 물체건 낼 수 있는 속도의 최대치이며 (근래에 광속보다 빠른 입자를 발견했다고 해서 말 그대로 난리가 난 적이 있었습니다만 ─그게 사실이라면 상대성이론이 작살나는 거예요!─ 최근에 다시 그 연구 결과가 정확하지 않았다고 철회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그 속도가 시공간 중 어느 쪽에 부여되느냐가 시간과 공간의 운동량을 결정합니다. 말하자면 광속 10이 주어진 MAX치라고 할 때, 시간에 0을 찍고 공간에 10을 찍을 수도, 시간에 10을 찍고 공간에 0을 찍을 수도 있는 겁니다. 시간에 0을 찍고 공간에 10을 찍는다면, 이 운동량이 모두 공간을 이동하는 데에만 쓰였으며 따라서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는 뜻이 됩니다. (바로 이게 광속으로 움직이면 나이를 안 먹는다는 뜻입니다!) 역으로 그 운동량이 모두 시간 쪽에 쓰였다면, 시간만 흘렀고 공간을 이동하지는 않았다는 뜻입니다. 시공간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관계이며 한쪽 차원에 운동량이 들어가는 만큼 다른 차원의 운동량을 빼앗긴다는 것이죠.

 이것이 상대성이론을 통해 밝혀지고 확인된 우주의 원리로서, 공간을 이동할 수 있는 속도의 최대치는 언제나 광속이며 어떤 물체도 빛보다 빨리 달릴 수 (좀 엄밀히 말하면, 빛보다 느린 상태에 있었다가 빛보다 빠르게 가속할 수)는 없습니다. E=mc²라는 공식은 너무나 유명해서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텐데, 에너지(E)와 질량(m)이 서로 연관되는─ 그리고 서로 교환되는 물리량이란 뜻이죠. 에너지(E)는 질량(m)에 광속의 제곱(c²)을 곱한 것이며, 질량은 에너지를 광속의 제곱으로 나눈 것이죠. 뭐, 요컨대 물체의 이동속도가 빨라지면 물체의 에너지도 증가하며, 또 물체의 질량도 증가한다는 뜻이 됩니다. 그래서 무한대로 증가한 질량을 다시 광속에까지 가깝게 가속하려면 다시 무한대에 가까운 에너지가 필요하므로, 결국 현존하는 확인된 어떤 물체도 광속에는 이르지 못합니다. 설명이 어렵습니다만, 아무튼 그래서 질량이 존재하는 한, 현존하는 어떤 물체도 광속보다 빠를 수 없고, 속도의 최대치는 언제나 광속이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대략적으로 적으려 했는데 상대성이론만 해도 벌써 길어지고 있는 기미가 보이는군요. 그러므로 다시 간략화하는 마음으로 쓰겠습니다. 솔직히 상대성이론 - 양자역학 - 끈이론 중에서는 그래도 상대성이론이 이해하기 쉬운 편입니다. 나머지를 제가 설명하려고 해도 말이죠·······. 아무튼 상대성이론은 고전적인 뉴턴 물리학을 완전히 갈아엎었으며, 시공간의 변형과 왜곡, 블랙홀, 팽창하는 우주 등 여러 가지를 밝혀내었습니다. 그리고 여태까지 이 상대성이론과 위배되는 관측결과를 얻어낸 적이 없으며, 따라서 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라는 것은 거시세계, 즉 우리가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스케일의 우주에서는 확실합니다만 미시세계, 플랑크 길이 (10-³³cm 이하, 책의 표현에 따르자면 원자 하나를 우주 크기만큼 확대시켰을 때 거기서 겨우 나무 한 그루 될까 하는 크기) 정도에서는 사정이 다릅니다. 이 세계에서는 물체의 위치와 속도를 결코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으며, 불확정성 원리에 의해 입자와 장 (field)은 끊임없이 요동칩니다. 그리고 이 미시를 설명하기 위해 나온 이론이 양자역학입니다. 사실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골아팠던 부분이 바로 이 양자역학 부분이었는데,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요! 물론 어떤 경우든 뭘 알고 완전하게 이해했다고 말하는 게 사실상 그저 오만인 경우가 많습니다만 이건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말 그대로 이해가 안 됩니다. 양자역학을 하는 사람들도 그걸 이해한다기보단, 이 미시계에서 더럽게 요동쳐대는, 입자가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경로는, 모든 가능한 경로를 동시에 지나간다는 이 이론이 실험적으로 사실이기 때문에 믿을 수밖에 없다······ 고 하는 게 맞는 듯합니다. 물론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는 스케일의, 거시세계에는 이 모든 경우의 수가 상쇄되고 단 하나의 경로만 남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물질이 갑자기 사라지거나 지나갈 수 없는 곳을 지나가는 일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고요.

 복잡한 걸 좀 넘어가면, 그래서, 이 초미세 영역에서는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충돌합니다. 초미세 영역에서 미친 듯이 요동치기 때문에 일반상대성이론으로는 옳은 답을 계산할 수 없다는 것이죠. 둘은 현재 말끔하게 합치되지 않으며, 거시는 일반상대성이론으로, 미시는 양자역학으로 설명하되 미세영역에서는 충돌한다─ 그런데 그 둘은 모두 옳다. 라는 기묘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나온 것이 초끈이론입니다.

 사실 이 책은 초끈이론을 설명하는 책이기 때문에, 위에서 말한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은 다소 할애된 페이지가 적습니다. 초끈이론을 설명하기 위해서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설명한 것이기 때문이죠. 그래도 원래부터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쓰인 책이므로 그 둘을 모르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게끔 잘 설명됐습니다. (실은, 양자역학 설명까지만 200페이지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여기까지 읽은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습니다만서도.

 이후 책은 초끈이론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초끈이론의 특이점은 물질의 최소 단위를 점입자가 아니라 형태가 있는 진동하는 매우 가느다란 끈으로 본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 끈의 크기는 거의 플랑크길이 수준이기 때문에 결코 관측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현재 무언가 실험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이론이 아닙니다만, 이 이론의 장점은 만물의 최소 입자가 특정한 길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충돌하는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끈이론은 여분의 차원을 필요로 하며, 여분 차원의 존재도 이론적으로는 문제없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하간 뭔가 '입증'된 것은 아니며 이론상으로 틀린 부분이 없기 때문에 연구가 지속되는─ 좀 미묘한 이론입니다만, 이론 자체는 꽤 재미있으며 설득력도 있는 편입니다. 저자는 1999년에 이 책을 썼으며 머지않아 끈이론이 더욱 자리를 확실히 할 것이라고 낙관적인 계측을 했지만 2012년 현재까지도 별다른 건 없었죠. (이 책이 쓰였을 즈음에는 아직 건설 중이었던,) 제네바에 건설한 대형 강입자 가속기도 가동해서 끈이론 학자들은 끈이론을 증명할 수 있는 초대칭짝 (끈이론의 원리 중 하나입니다, 그냥 간단하게 설명하면 진동하는 끈은 스핀 spin하기도 하는데 그 스핀값이 1/2로 차이 나는, 한 입자와 짝을 이루는 입자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이 발견되길 기대했습니다만 기사를 찾아봐도 별다른 건 없었던 듯하군요. 그래서 이 이론은 아직까지도 입증되지는 않은 이론입니다.

 초대칭짝 이야기를 한 김에 조금 더 써둘까요. 초대칭성은 초끈이론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초끈이론 (Superstring theory) 자체가 초대칭성이 적용된 끈이론 (String theory)을 말합니다) 초끈이론에서는 이, 사물 혹 물리에 대칭이 존재하는 것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세세한 설명은 잘할 자신이 없으므로 생략하겠습니다만, (위에서 언급했듯) 진동하는 끈이 스핀한다고 하면 이 스핀값에 따라 다른 형태의 입자로 보이게 됩니다. 그래서 초대칭짝이란 게 존재하며, 그런 초대칭짝 입자가 발견된다면 초끈이론이 옳다는 증거가 될 것이라 초끈이론 학자들은 기대하고 있죠. 사실 초대칭은, 이렇게 초대칭짝이 존재하며 정수의 스핀을 갖는 입자와 반정수의 스핀을 갖는 입자인 보존과 페르미온이 서로 짝을 이루어서 양자적 요동을 상쇄하기 때문에 양자역학에서 나타났던 불확정성을 해결해주기 때문에도 중요합니다.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충돌 문제를 (적어도 이론적으로) 해결해냈지요!

 그리고 이 초대칭이란 건 꼭 입자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며, 이론 자체에도 대칭이 존재하여 초끈이론을 발전시켜 나가는 주요한 원리가 되고 있습니다─ 같은 초끈이론이면서도 다른 초대칭과 다른 끈의 진동패턴을 가진 다섯 개의 이론이 있었는데, 이들에 다시 대칭성을 고려해 변형시킬 때 서로가 서로를 부연하는 관계임을 알게 되어, 초끈이론 궁극의 이론이라는 M-이론으로 발전하고 있지요.

 아무튼 초끈이론이 진실이든 아니든, 충돌하는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에 대하여 새로운 해결점을 찾으려는 시도는 훌륭한 것이며 이것을 통해 여러 가지를 알아내려는 노력은 높이 살만한 것입니다. 그 초끈이론이 대체 어떤 것이며 어떤 개념을 가졌는지 궁금하다면 <엘러건트 유니버스>는 훌륭한 가이드가 되어주겠지요. 전 수식을 사용하지 않고 일상적인 언어와 그림으로 과학이론을 설명했다는 것만으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과학 지식이 별로 없는 일반인이 읽을 수 있게 노력한 티가 역력해요. 내용이 내용인 만큼 쉽지만은 않지만, 도전할만합니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