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다산책방


 특이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소설입니다. 생일을 앞둔, 곧 여덟 살이 되는 일곱 살 소녀가 주인공인데 나이에 비해 머리는 성숙했는데, 무리 속에 녹아드는 법을 모르기 때문에 되바라지다거나 튄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녀에게 친구는 한 명도 없습니다. 그녀만큼이나, 아니 그녀보다 더 특이한 외할머니를 제외한다면 말이죠. 외할머니는 세간의 평가 따윈 신경쓰지 않고 자기 길을 가는 사람이며, 손녀가 어려움을 겪는다면 다른 무엇보다도 손녀를 우선시하는 사람입니다. 손녀의 강한 버팀목이 되어주지만, 문제가 생겨서 더는 그럴 수 없게 됩니다. 그리고 할머니는 손녀에게,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보내도록 임무를 줍니다. 그리고 손녀는 '사람들'을 알아가죠. 단순하게 설명하면, 그런 소설입니다.

 조금 더 특이한 부분이 있다면 기본적으로 서술은 주인공 소녀 엘사의 시점을 따라가며, 상황 설명 자체도 소녀의 세계에 기초한다는 점입니다. 이야기 전개 중에 할머니가 소녀에게 늘 들려주었던 환상 속의 세계인 미아마스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데, 그 이야기와 현실은 자주 교차하며, 소설 후반에 가서는 실제로 교차점이 있기도 합니다. 어린아이 특유의 시선이 실제 세계와 섞이면서 다소 혼란스러워지는 경향도 있지만, 큰 문제는 없이 이해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이 환상 세계는 이야기에 필수적인 요소는 아닙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 환상 세계에 대한 서술이 그리 세세하거나 박진감 있지는 않고 그냥 요약판으로 알려주는 정도의 느낌이라 더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이 소설답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양념인 건 사실이고, 일곱 살 아이를 주인공으로 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요소겠다 싶긴 합니다. 그다지 제 취향은 아니었지만요.

 제 취향 하니 이야기지만 사실 이 소설의 문체나 서술 자체는 그다지 제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전 조금 더 건조하고, 관찰자적 시선인 걸 좋아하거든요. 하지만 그래도 -주인공이 아이인 걸 감안할 때는 더욱이- 매력 있게 읽히는 편이었고, 덕분에 마지막 장까지 꽤 즐겁게 읽었습니다.

 이 소설에서 제게 와 닿는 주제가 뭐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역시 '특이함'과 '상처로 인한 망가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선 주인공부터 특이하죠 (아 그야 물론 모든 사람은 각기 특이한 부분이 있기 마련입니다만 그중에서도 더욱 특이함을 강조했다는 의미에서요). 그래서 사회에 들어가지 못하고 겉돌며 괴롭힘당하는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소설의 어조는 '특이한 게 뭐가 문제냐, 특이하다고 배척하는 놈들이 나빠!'이므로 엘사는 그런 쪽으로 자기를 긍정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게 됩니다. 훈훈한 마무리였지요.


 그리고 또 하나가 망가짐인데.. 이건 사실 회복이 정말 힘든 문제입니다만, 제가 보기로는 이 소설에서는 그 회복이 사람들과 만나고 사귀고 나눔으로 가능하다고 보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엘사가 자신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되는 계기부터가 할머니의 편지를 전하기 위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리고 그건 누가 다른 누구를 구원할 능력이 있고 없고의 문제라기보다 서로가 서로를 보듬는 관계에 가깝다고 하겠습니다.

 대체로 그런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유쾌발랄특이한 척하면서 아주 정상적이면서 또 혹 무거운 주제를 담았지요. 상처입고 두려워도 다시 일어나고 사람을 만나고, 알지 못했을 때는 아무 상관도 없었지만 알고 나니 나와 친구가 될 수 있고 (아 물론 알아도 친구가 되기 어려운 사람도 있었습니다만), 모든 사람은 백 퍼센트 개떡 같지도 백 퍼센트 안 개떡 같지도 않지만 가능한 안 개떡 같이 살아가려는.. 뭐 그런 게 산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