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권

영춘권/수련단상 2020. 2. 23. 21:38

영춘권의 공격이 충권 하나만 있는 건 아니지만, 충권을 제일 좋아합니다. 무엇을 숨기겠습니까, 저는 기본기 덕후고, 기본기 중에서도 기본기를 가장 잘하는 걸 미덕으로 여깁니다. 가장 기본적인 공격이 빠르고 강할 때 다른 공격들이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고 있죠. 제게 충권은 야구의 패스트볼과 같습니다. 그것만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순 없지만, 그게 수준이 높으면 다른 것과 크나큰 시너지를 발휘하죠. 수준이 크게 높지 않은 상대라면 그것만으로 끝낼 수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 개인적인 수련 메뉴에서는 항상 충권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항상 같은 분량의 수련 메뉴를 소화했던 건 아니기 때문에 들쭉날쭉한 면이 있긴 하지만, 가능한 한에서는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깨끗한 궤도로, 빠르고 강하게 칠 수 있도록. 최근 들어서는 매일 허공에 연환충권 삼천 번, 월백에 오백 번씩 치고 있었고, 여름까지는 연환충권 삼천 번에 월백 삼천 번을 칠 수 있게 되는 게 목표입니다.

수련 초기에 사부님이 하셨던 말을 항상 기억하고 있습니다. 몸은 같은 동작을 계속해서 연습하면 기계적으로 빠르게 할 수 있다고 하셨죠. 충권에 있어서는, 그게 무슨 뜻인지 조금 알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원래 저는 힘은 조금 있는 편이지만, 아주 빠른 편은 아니었지요. 모 사제와 프리 치사오를 할 때, 원래는 작정하고 찔러 넣어도 사제가 막아내는 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간만에 이 사제와 해보니, 작정하고 친다거나 하는 걸 떠나서, 필요한 순간 알아서 펀치가 날아들어갔고, 반응하기 전에 이미 꽂아넣을 수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작정하고 빠르게 하려고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늦는 것이죠, 몸이 기계적으로 알아서 움직여주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러지 못한 상태에서 빠르게 하려고 하면 반동이 생기고 힘이 들어가며, 결국 경직됩니다.

취미생활로 무술을 하는 입장에서, 사실 모든 기술을 충분히 연습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하루에 한 시간 남짓 수련하기도 바쁘고, 두 시간이면 많은 편이죠. 그 시간 동안 충분히 기술을 많이 연습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엄밀하게 말하면 저는 충권만 특별히 연습한다기보단, 충권만 겨우 그럭저럭 연습하는 것이고 다른 건 미흡하게 그냥 잊지 않는 수준으로만 하고 있는 것이죠. 그걸로 만족하느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아주 만족스럽진 않습니다만, 제 상황에서는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할 수 있는 대로 하는 거죠.

어쨌든 기본 충권과 기본 발차기만은 충분히 빠르게 꽂아넣을 수 있도록 하고 싶으므로, 다른 연습은 몰라도 이것만큼은 열심히 연습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부드럽고 빠르며 강한 것은 언제나 제 목표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연습을 쌓아 가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겠죠. 제가 아는 한 그게 제일 빠른 길입니다.

그래도, 꽤 재미있어요. 집에서 연습하고 가서 도장에서 성과가 보일 때는 특히나 말이죠. 그러고 나면 상대에게도 자극이 돼서 서로 분발하게 되기도 하고요.. (웃음)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