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장에서 외국인과 영춘권을 할 일이 꽤 많은 편입니다. 우리 도장은 국제영춘권협회에 소속되어 있고, 같은 커리큘럼 하에 외국 도장들도 영춘권을 수련하고 있어서, 외국에서 배우던 사람들이 우리 나라에 들어왔을 때 우리 도장에서 배움을 이어가는 경우가 제법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외국인과 영춘권을 하는 일에 꽤 익숙하며, 개인적으로는 사실 (언어적으로는 아무래도 말끔하진 않지만)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는 인상입니다.

처음에는 외국인과 치사오를 하면 신기한 느낌이 있었는데, 하다 보니 결국 별다를 것이 없더라고요. 외국인이라고 딱히 힘이 세거나, 부드럽거나, 덜 지친다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그저 한국인들도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듯, 사람마다 특성이 있는 것이지 인종적으로 확연한 특성이 있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습니다. 백인이든 흑인이든, 마른 사람이 있고 뚱뚱한 사람이 있고 근육질인 사람이 있으며, 골격이 튼튼한 사람이 있고 가늘은 사람이 있죠.

어떤 경우에는 조금 힘을 쓴다는 인상을 받기도 합니다만, 그건 인종적 문제라기보단 개인의 특성에 가깝겠죠. 같은 협회 내에서 같은 커리큘럼으로 가르친다 해도, 사람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조금씩 달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우리 도장만 해도 같은 사부님에게 배우는데도 사람마다 느낌이 다르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같이 수련하는 데에는 별 문제가 없습니다.

사실 그렇게 조금씩 느낌이 다른 게 수련하기에는 더 좋습니다. 모두가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사람을 상대하는 경험을 더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결과적으로 상대가 누구든 똑같이 영춘권을 할 수 있습니다. 똑같이 치사오를 하고, 똑같이 스파링을 할 수 있죠. 그래서 저는 상대의 성격이나 체격은 고려합니다만, 상대의 국가나 인종은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역시 외국에서 영춘권을 배운 사람인 경우 우리 도장에서 수련하는 사람과 미묘하게 스타일이 다른 일이 많기 때문에 좀 흥미로운 경험이 되기 쉬운 건 사실이므로 외국인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이겠네요. 개인적으론 그런 경험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