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함없이 충권은 공들여 연습하는 편입니다. 매일같이 기본적으로 허공에 연환충권 3천번과 월백에 연환충권 5백번, 그리고 보법이나 다른 수기와 섞이는 충권을 연습하고 있죠. 충권을 3천번쯤 치고 나면 오히려 몸이 가벼워지기 때문에 더 쳐볼까도 싶지만, 다른 연습해야 할 기술도 많기 때문에 이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전에도 적은 바 있습니다만, 기본기 단련은 물론 중요합니다만 그게 초급자 레벨에서 익힌 수준 그대로 언제까지나 단련하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고급 수준의 이해도가 다시 영향을 끼치죠. 결론적으로 지금의 제 충권은 이전의 그것과 기본적인 각도, 궤도, 흐름 자체가 모두 변해 있습니다. 시험 삼아 오랜만에 아내님 앞에서 보여주었더니, '깔끔하고 여유로워졌다'는 감상을 들려주더군요. 실제로 치사오할 때 쓰기도 훨씬 좋아졌습니다만, 어쨌거나 이 또한 과정 중에 있는 것이며 앞으로도 계속 발전시켜나가야 할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충권 연습이라고 한마디로 말하긴 합니다만, 결국 그건 영춘권 자체에 대한 이해도와 연결됩니다. 전반적인 이해도죠. 이를테면 이자겸양마와, 중심과, 힘의 흐름과, 각도, 궤도, 무게 싣기, 힘빼기. 영춘권을 이해하지 못하면 충권만 백날 친들 별다른 향상이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영춘권을 깊이 있게 알아가면서 충권이 향상되고, 충권을 연습하면서 또한 영춘권에서 몸 쓰는 방법을 다시 알아간달까요.

기술 자체를 숙련시키는 것은 당연히 기초적인 부분이고 해야만 하는 일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것이 기술 자체는 아닙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영춘권 기술을 쓴다고 그게 곧 영춘권을 하는 건 아니라고 할 수 있겠군요. 중요한 건 원리입니다.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움직인다면, 기초 기술을 쓰면서도 고급 기술에 닿은 움직임을 할 수 있게 되죠.

뭐, 일단 지금 제가 목표로 하는 건 그런 경지입니다. 기본기만 쓰면서도 움직임 자체는 기본적이지 않은 그런 경지요. (네, 사부님이 너무 쉽게 보여주시는 그런 경지기도 합니다) 물론 그걸 하기 위해서는 기본기 숙련은 물론이고, 당연히 고급 기술도 다 할 줄 알아야 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갈 길이 멀긴 합니다만, 어떻게 가야 할지 길이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계속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 도달할 수 있는 길이죠. 쉽지 않은 길이지만 괜찮습니다. 적당히 쉽지 않은 게 또 재미있는 법이니까요.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