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자의 경우 동작 자체가 익숙하지 않아 움직임이 느립니다만, 좀 익숙해지고 나면 아무래도 동작이 빨라집니다. 그 자체가 나쁜 건 아니지만 어떤 경우엔 독이 되는 경우도 있는데, 확인해서 조심할 필요가 있죠.
거듭 연습하다 보면 본래 동작은 빨라지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동작이 제대로 된 상태에서 빨라져야지, 제대로 되지 못한 상태에서 빨라지면 안 된다는 겁니다. 동작의 수준이 사실 높지 않은데, 빠르니까 본인은 잘한다고 생각하게 되기 쉬운 점에서 외려 곤란하죠.
즉 영춘권을 하면서 당연히 빠른 움직임을 지향해야 하긴 합니다만, 빠른 움직임으로 때워서는 안 된다는 말이죠. 움직임이 정교하지 못하다면 오히려 느린 쪽이 나아요. 허점은 그대로 놔둔 채 조금 더 잘해 보이고 싶다고 빠르기로 얼버무리면 당장 눈앞의 상대에게는 조금 더 잘 통할지도 모르나 결국 본인의 향상이 없는 데다, 그게 그렇게 효율적인 동작도 되지 못해요.
본인이 생각하기보다 비효율적인 동작의 대표적인 사례가 힘을 쓰거나, 능력 이상으로 빨리 움직이는 경우입니다. 허점을 놔두고 있다는 점은 차치하고서도 결국 몸에 불필요한 경직을 준다는 뜻인데, 그게 바로 상대에게 읽히는 원인이 됩니다. 아무리 찰나의 순간이라도 흠칫 하고 동작이 매끄럽지 못하면 상대는 내가 뭘 할지 예측하고 반응하게 되죠. 그러면 깔끔하게 들어갈 수 없게 됩니다. 서로 억지가 좀 통할 만한 레벨끼리 그렇게라도 당장 싸워 이겨야겠다면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건 장기적인 미래를 바라보는 방식은 못 되죠.
상대의 움직임을 읽고 내 움직임을 읽히지 않게 하는 게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볼 때, 그러기 위해 필요한 건 기본적인 것부터 자신의 움직임을 착실하게 가다듬어 숙련시키는 자세입니다. 속도를 (물론 파워도) 추구해야 하긴 하지만, 그게 억지로 짜내는 것으로 나와서는 안 됩니다. 반복과 숙련으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어야 하죠. 자연스럽지 못하니 상대한테 읽히게 되고, 그에 반응한 상대도 그런 억지에 대항하겠다고 억지로 짜내면, 바득바득 투닥투닥 경직과 딜레이가 가득한 힘겨운 치사오가 되는 거죠.. ..그런 연습으로는 실력 향상이 아무래도 좀 어렵지요.
결국 치사오건 개인 연습이건 무얼 하든, 움직임이 애매한 부분을 대강 때우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어떤 동작을 하든 항상 신경 써서, 명확하고 정확하게, 잘 가다듬어진 자세로, 억지로 움직이지 않게끔, 스스로 계속 움직임을 확인하고 다듬어야 합니다. 그걸 계속해나가는 사람이 있고, 그걸 하지 않고 대강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크게 신경쓰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 양자간의 차이는 갈수록 벌어질 수밖에 없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