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연습입니다. 연습량을 능가할 것은 없죠. 계속 연습하고, 또 연습하고, 다시 연습하고, 고치고 고치고 또 고쳐가는 방법뿐입니다.
하긴 연습에 대한 이야기는 그동안 지겹도록 적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영춘권 이야기를 하자면 결국 또 이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하고 있는 영춘권이란 게 결국 연습을 계속 쌓아가는 것이니까요.
누군가는 시간과 노력을 들여 연습하는 것 말고, 뭔가 편법이나 순간의 재치로 강해지는 걸 원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래도 별수 없죠. 편법이란 게 있다 한들, 그걸 써먹을 수 있으려면 연습으로 만들어진 몸이 필요합니다. 기술 연습도 안 되고, 대련시의 반응과 타이밍도 익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뭐가 가능할까요.
사람과 연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한편으로 그 얻은 감각을 반영하면서 개인적으로 자세를 다듬고 기술을 반복 연습하는 게 또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둘 다 중요하죠. 각각의 연습이 서로를 반영하고, 그 모든 게 하나로 합쳐져 올라갑니다.
왜 이런 당연한 이야기를 하고, 하고, 또 하느냐... 의외로 이게 당연하지 않아요. 강해지고 싶다면서 연습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사람이 개인적으로 연습을 하는지, 기술을 다듬고 있는지, 하루에 한 가지라도 무언가 고치려고 하고 있는지, 도장에 나와 배운 걸 새겨서 몸 전체를 고쳐가려 하고 있는지- 그건 사부가 아니더라도 알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이 변하는지 변하지 않는지 금방 보입니다. 말은 강해지고 싶다고 하지만, 연습하지 않아요... 그러면 어떻게 강해질 수 있겠습니까?
모든 기술을 매일 수천 번씩 반복하기란 생활무술인에겐 불가능합니다. 그럴 만한 시간도 에너지도 없죠. 하지만 가장 중요시하는 걸 수천 번, 어느 정도 숙련시키고자 하는 걸 수백 번, 그렇지 않더라도 잊어선 안 될 것들은 몇 번 정도씩 해주는 건 생활무술인이라도 가능합니다. 사실 그 정도도 안 하면서 강해지길 바라는 건 욕심이라고 생각합니다.
할 수 있다면, 즉 시간과 체력적으로 그게 매일의 일상으로 가능하다면, 전 가능한 한 동작을 많이 반복하는 게 좋다는 입장입니다. 해보면 알지만, 수없이 반복하고서야 새겨지고 느껴지고 고쳐지는 게 있습니다. 한 번을 하더라도 집중해서 하면 물론 조금씩 변화할 수 있겠지만 (어느 정도까지는 효과가 나오지만), 수백 수천번을 집중해서 하면 그 변화는 더욱 확실하겠죠. 더구나, 생각할 것도 없이 기계적으로 반사적으로 나가는 기술을 만들고자 한다면 반복연습 외엔 답이 없습니다.
충권 이야기를 해보죠. 표지의 여러 기술을 쓰는 게 기본이 된 지금도 제 기본기 중의 기본기는 충권입니다. 매일 월백에 오백 번, 허공에 오천 번, 그 외에 스탭을 포함해서도 연습합니다. 하다 보면 숫자가 헛갈리는 날도 있는데, 그럴 때는 그냥 100번을 추가하니까 실제로는 몇백 번 더 하는 날도 있습니다. 그걸 하는 동안 지금까지 배워온 모든 걸 동작 안에 녹이고, 고쳐야 할 걸 고치려 신경씁니다. 충권이 제 영춘권의 전부는 당연히 아니지만, 충권 안에 제 영춘권의 전부를 담으려 하고 있죠.
어쨌거나, 그렇게 해서 다듬으면, 어느 시점에서 사부님이 미흡한 부분을 지적하시고, 그러면 그걸 또 고쳐갑니다. 그런 걸 반복하고 계속 반복해 갑니다. 문외한은 눈치채지도 못할 작은 변화지만, 제게는 큰 변화입니다. 그리고 이게 쌓여가면, 1년 전의 충권과 지금의 충권은 아예 다른 게 됩니다. (라고 해도 문외한은 뭐가 다른지 모르긴 하겠습니다만)
충권을 예로 들었습니다만, 다른 기술- 아니 기술이 아니라, 대련이나 치사오라도 같은 맥락입니다. 강해지고자 한다면, 즉 영춘권을 더 잘하고자 한다면, 다른 길은 없습니다. 반복하고, 고치고, 궁리하고, 쌓아가는 수밖에요. 어느 세계나 장인이 되는 방법은 그것뿐입니다.
즐기는 게 중요하다고 저도 말합니다만, 한편으로 어느 수준 이상 올랐을 때에는 그저 즐길 수만은 없다고도 전 말합니다. 그게 좋아서 즐겁긴 하지만, 그저 즐겁기에는 고통스러운 부분이 있다, 고 생각하죠. 힘들고 고통스러운 부분도 해내려면 근본적으로 영춘권을 즐기는 마음이 필요하달까요. 그런 의미에서 말하자면 분명, 매일의 연습이 제게 그리 즐거운 것만은 아닙니다만 또 한편으론 그렇게 즐거운 것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