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 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테렌스 하워드,기네스 팰트로우 / 존 파브로우

마블 코믹스의 히어로들을 좋아하긴 합니다만 사실 아이언 맨에 대해서는 그다지 흥미가 없었습니다. 어느 쪽이냐면 이번 영화를 통해 흥미를 가지게 된 축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그러니 이런 쪽에 대해서라면 저보다 훨씬 더 잘 말할 사람들이 많을 테고, (실제로도 이글루의 괴인들을 보면 이런 마블 코믹스 원작에 대해 여러 가지로 재미 있는 이야기를 해 주는 분들이 많지요) 저로서는 그다지 깊이 있는 감상을 하기는 어렵겠다 싶습니다. 어쨌거나 아이언 맨과 관련해서 몇 가지 이야기나 해 보죠.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도 좀 있습니다만 그냥 즐기세요. 사실 이런 영화는 알고 볼 수록 더 재미있습니다. (라기보다 이미 여러분도 보았다는 가정 하에 이야기를 전개시켜 보겠습니다)

미 국 히어로 만화의 양대 산맥이라면 마블과 DC를 들 수 있겠습니다. 마블로 우리에게 유명한 것은 스파이더 맨, X-MEN, 데어데블, 헐크, 퍼니셔, 캡틴 아메리카, 판타스틱4 등이 있고, DC로 우리에게 유명한 것은 슈퍼맨, 원더우먼, 배트맨, 플래쉬 등이 있겠군요. 여기에서 알아둘 점은 저 물건너 동네에서는 캐릭터의 저작권이 작가에게 귀속된다기보다 회사에 귀속되는 식이라, 작가들이 원하는 대로 캐릭터를 뽑아 쓸 수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한 작품에 여러 히어로가 나오거나, 각기 다른 시리즈에서 동일한 히어로의 다른 모습을 보여 줄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이로부터 유래된 깊이와 풍부함을 즐기는 게 저쪽 만화를 즐기는 방법··· 이라고 합니다. 저야 뭐 이런 걸 잘 말할 만치 내공이 깊지가 않아서요.

어쨌거나 그런 이유로, 최근의 마블 코믹스를 보자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영웅들의 크로스오버가 일어납니다. (DC 에 대해 말하지 않는 이유는 제가 좋아하는 히어로들이 마블 쪽이라서 DC는 그다지 찾지 않았기 때문에··· 배트맨의 경우 <Batman VS Aliens>나 <Batman vs Predator> 정도는 보았습니다만, 뭐 DC도 이야기는 별로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가장 최근의 스파이더맨이라 할 수 있는 <Ultimate Spider-Man>의 경우 우리의 영원한 숙적인 킹핀이 초반 이슈에 등장하고, 좀 더 지나면 X-MEN이나 블랙캣, 판타스틱4 등도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아이언 맨>도 마찬가지인데, 아이언 맨의 경우에는 이 경향이 좀 더 강합니다. 강하다는 정도가 아니라, 크로스오버 세계관에서 이야기의 갈등을 이끌어내는 중심 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자, 이런 양키 히어로들의 세계관은 꽤나 폭넓고 풍부해서 즐길 거리가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만, 그와 동시에 처음 접하기에는 어딘가 부담을 느끼게 될 수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처음 이런 류의 물건을 접하는 사람도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물건이 영화입니다. 일단 보고 드라마나 액션이 재미있다면 끌리게 되니까요. (그게 물론 이런 류의 본질입니다만) 그 래서 저 같은 경우도 영화를 보고 재미있으니까 아이언 맨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이언 맨이 영화화된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로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위에서 말했듯, 아이언 맨은 크로스오버 세계관의 중심 축이 되기 때문입니다. 왜 이 히어로가 그렇게 중요한가? 하면 이 남자는 점점 스스로를 강화시킨 끝에 너무 강해지기 때문에 (영화에서는 아직 좀 더 있어야 할 듯 싶지만) 영웅들의 힘 역시 감당할 수 없는 악도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영웅들도 무기처럼 등록을 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가장 최근의 시리즈인 <The Invincible IRON MAN>의 경우 12화에서 벌써 이 결론을 내리죠) 물론 캡틴 아메리카를 위시하여 반발하는 이들도 있습니다만, 아이언 맨이 너무 압도적으로 강력하기 때문에 그가 힘으로 누르고는 이 안을 통과시키게 됩니다. 이 내용을 다룬 게 <Civil War>입니다. 어쨌거나 다시 말하면, 아이언 맨이란 이 '영웅들 간의 전쟁'이라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중심 축이 되는 히어로라는 뜻입니다. 좀 달리 말하면, 아이언 맨이 영화화되었다는 소리는 <시빌 워>가 영화화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이게 단순한 망상만이 아닐 수 있는 이유는, 영화가 끝나고 스탭 롤 후에 나오는 부가 영상에서 확인됩니다.

영화가 끝날 때 스타크는 "내가 아이언 맨이다"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칩니다. 그리고 영화는 끝날 듯 싶지만, 스탭롤이 끝난 후 부가 영상에서, 집에 돌아온 스타크를 누군가가 맞이합니다. 마블 세계관을 아시는 분이라면 매우 반길 그 남자- 애꾸눈 닉 퓨리이죠. 그가 매우 상징적인 말을 합니다. "영웅이 자네만 있다고 생각하지 말게"라고 말이죠. 그리고 S.H.I.E.L.D의 존재에 대해서도 말하는데, 이게 마블 세계관에서의 중요한 정부 기관으로, 영웅을 총괄하는 기관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닉 퓨리는 그 실드의 수장격인 남자죠. 이렇게 되면 아이언 맨 후속작에서는 아이언 맨 나올 리가 없다는 소리가 됩니다. 게다가 좀 전에 이글루를 돌아다니다 얻은 정보로는, 마블의 영화 후속작 소식이 이렇습니다: 올해 6월에 <Incredible HULK>가 개봉하고, 2010년 4월에 아이언 맨 2가 개봉하는데, 2011년에 <The First Avenger: Captain America>와 <The Avengers>가 개봉한답니다. 위에서 이미 <시빌 워>에서 아이언 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대립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드렸지요. 그러므로 캡틴 아메리카가 영화로 나온다는 것과, 영웅 집단인 어벤져스가 나온다는 것은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한 자리에 등장할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말인즉슨 시빌 워도 영화화된다?! (돈이 미친 듯이 들어가겠군요) ···어쨌든, 마블 쪽 영화들의 세계관이 통합될 가능성은 상당히 큰 듯 싶군요. 그리고 그 중심에 아이언 맨이 있습니다. 이건 상당히 기대해 볼 만한 일인 듯 싶어요. 어쨌거나, 스타크의 친구인 제임스 로즈가 마지막 전투 직전에 슈츠를 보고 "다음 기회에"라고 말하는 장면을 보고, "2편엔 워 머신이닷!"하고 (속으로) 외친 분들도 적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 덕후같은 감상은 이 쯤 하고, 영화 자체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 해 보죠. 꽤나 재미있게 잘 만들어져서, 히어로물에 거의 문외한인 제 가족들도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사실 '아이언 맨의 제작'만 가지고 1편을 다 만들었다고 볼 수 있는데, 그 만드는 과정이 꽤나 재미있기 때문에 (가볍게 10% 출력으로 시험해봤다가 가볍게 날아간다거나 하는 에피소드가 재미있지요) 다함께 토니 스타크가 된 마음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만들어지는 히어로라는 측면에서 로보캅도 좀 생각날 수 있겠습니다. 액션신 자체는 그리 많은 편이 아니지만 세련되게 잘 만들어졌고, '그 고생해서 만든 게 정말 그 고생 값은 한다'는 걸 잘 보여줍니다. 스타크의 외계인급 두뇌에서 기인한 최첨단 기술들을 보는 맛이 워낙 삼삼하지요. (초소형 원자로를 왜 못 만드냐고 누군가가 윽박지를 때 과학자가 답하길 '저는 스타크가 아닙니다'라고 말하는 신이 있습니다) 사실 아이언 맨 1편은 '아이언 맨이 제작되는 과정' 그 자체를 즐기는 영화라, 강력한 액션신에만 집중하면 재미를 느끼기 어려울 겁니다. 그리고 또 하나, 이런 영화를 볼 때는 너무 논리적으로 파지 말고 히어로물이라는 것 자체를 즐겨 주세요. 세세한 부분을 따지면 허술한 부분이 좀 여러 가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니까요.

여러분도 마블 세계에 어서 오세요. (히죽)


여담. 스파이더맨3 때도 나오셨던 우리의 원작자 스탠리 할아버지, 이번에도 또 나오셨습니다.

여담2. 제가 원래 별로 아이언 맨에 흥미가 없음에도 아이언 맨이나 워 머신을 알고 있는 이유는, 캡콤의 대전 격투 게임 <MARVEL VS CAPCOM> 덕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명작입지요.

여담3. 이번에도 아우디 또 나왔습니다. 엔진소리 그릉그릉. 덧붙여 휴대폰은 무려 LG.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