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밀하게 말하면 설거지 후의 커피 한 잔입니다. 좀 더 엄밀히 말하면 그 커피 한 잔이 머그컵 한 잔이니 통상 말하는 한 잔과는 의미가 다를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여하간 요즘 이 설거지 후 커피 한 잔에 맛들였습니다.

방학이고 하니 요즘 저는 오후에 일어납니다. 일어나고 한 시간 정도는 만사가 귀찮기 때문에 적당히 웹서핑을 합니다만, 그러고 한 시간 정도 지나면 슬슬 배가 고파집니다. 그러면 뭔가 챙겨 먹는 겁니다. 이 때는 부모님도 나가 계시고, 동생도 학교 동아리 일이라던가로 바쁘기 때문에 저 혼자 알아서 챙겨 먹지요. 이 즈음 개수대를 보면 한 끼나 두 끼니 분량의 그릇이 쌓여 있기 마련인데, 그러면 저는 씨익 웃으며 '또 어머니께 점수를 딸 기회가 생겼군' 하고 혼자 중얼거립니다. 여기서 오해가 없으시길 바라는데, 어머님이 게으름을 피우는 게 아니라 오전 중에 바쁘시기 때문에 시간을 못 내시는 겁니다.

아무튼 그래서, 찌개를 하든 계란 후라-이를 하든 라면을 해먹든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나면 이제 슬슬 에너지도 생겼고 뭔가 일할 의욕이 납니다. 그럼 저는 이제 MP3P를 목에 걸고 음악을 돌립니다. 요즘 듣는 곡은 The Beatles의 Let it be. 설거지거리를 Let it be해선 곤란하겠습니다만 여하간 렛잇비입니다. 그러고보면 오늘은 노다메 칸타빌레의 오프닝곡이었던 Allegro Cantabile Sound를 들으며 설거지했군요. 여하간 음악을 들으며 흥얼흥얼, 쓱싹쓱싹. 어머님께서 뜨개질해 만든 수제 아크릴사 수세미로 기름기도 걱정없어요♪ 그러고 나면 깨끗해진 개수대를 보며 혼자 흐뭇해합니다. 여기서 생각나면 청소기도 한 번쯤 돌려 주고.

이제 그러고 나면 개운한 마음으로 커피를 탑니다. 믹스 커피를 탑니다만 설탕은 대체로 제거하고 좀 블랙에 가깝게 탑니다. 아무래도 전 단 것보다는 쓴 쪽이 맞는 듯 싶습니다. 입에든 몸에든 말이죠. (설탕이 나쁘다고 거의 관념처럼 가지고 계실 분들이 꽤 계실 것 같아 첨언해두는데, 사실 단 게 체질에 맞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건 한의학쪽 지식입니다만,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게 무조건 몸에 좋다 혹은 무조건 나쁘다 이런 건 있을 수 없는 겁니다. 누구에게는 효과가 있었던 어떤 방법이 나에게는 효과가 없다거나 하는 게 그래서죠. 더불어 커피는 기본적으로는 쓴 음식이지만 설탕이 들어가서 쓰고 단 음식이 되는 겁니다. 초콜릿하고 비슷하죠ㅡ 뭐 전 초콜릿도 다크 초콜릿만 먹습니다만) 부연설명이 길었습니다만, 이렇게 커피 한 잔 마시고 나면 이제 뭔가 할 의욕이 납니다. 그러면 이제 하루가 시작되는 거죠.

이게 오후가 아니라 아침에 이러면 참 건전한 생활이겠는데, 오후라서 어딘지 훼인틱하긴 하군요. 그래도 뭐 나쁘진 않잖습니까? 핫핫핫.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