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고의 숲
로버트 홀드스톡 지음, 김상훈 옮김/열린책들

(이 글은 보여주기 위한 감상이라기보다 스스로 개념을 풀어 본 것에 가깝습니다. 풀어서 정리해볼까 했습니다만 뭔가 잘 안 되더군요. 덧붙여 나름대로 심각하다면 심각하지만, 사실 글의 전개상 조금만 생각해 보면 전혀 놀랍지 않은 스포일러 하나도 담고 있으니 혹시 아직 읽지 않으신 분 중 스포일러를 싫어하시는 분은 이 글을 넘기시기 바랍니다)

흥미로웠던 점: Mythago > myth + imago. 인간의 무의식을 형상화시켜 실체화시키다. 인간 내부의 전설이 무의식으로 전해 내려오는 것을 실체화시키며, 종국에는 이 숲에 들어간 인간 자신이 전설의 일부가 된다. 어떠한 전설이 있을 시, 그것은 어떠한 인간 무의식의 발현인가? 인간이 전설을 만들고 전설이 인간을 만든다.

단지 상기할 점: 이 소설에서는 당연하다는 듯이 진화론과 그에 기초한 과학사상을 기저에 깔고 있다. 글이 잘 쓰여진 탓에 언뜻 인식하기 어렵지만, 이 글에서 당연한 듯이 말하는 어떠한 사상들이란 결국 '사상'임을 명심하라. 또한 주인공 스티븐에 반하는 안티히어로 anti-hero의 이름이 크리스찬 Christian이며, 그가 죽음으로 '파괴와 황폐는 이제 멈출 것이다' (p391) 고 표현한 것을 무심히 지나치지 말 것. 어쨌거나 모든 작품이란 작가의 사상을 깔고 있기 때문에, '그냥 즐거우면 되는 거지'라고만 생각해선 안 된다.

그 러나 기독교인으로서 다소 꺼림직한 부분이 있는 소설이라고는 해도, 잘 쓰여진 소설임에는 틀림없다. 잘 만들어진 판타지 소설의 하나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소설이다. (비록 작가 자신은 이 글을 SF라고 말했더라도, 여하간, 판타지의 범위는 무척이나 넓은 법이다) 글을 쓰려면 최소한 이 정도는 해야지.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