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바라는 기도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황금가지

 제 감상을 보신 분이라면 어렵지 않게 짐작하시겠지만, 기본적으로 저는 하드보일드 소설 자체가 굉장히 취향에 잘 맞습니다. 감정을 직접적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 문장이나 생동감 넘치는 대화, 블랙 유머 등을 좋아하죠. 뭐 하드보일드라고 그리 많이 읽어 본 건 아니지만, 여하간 그런 의미에서 이 <비를 바라는 기도>는 기본적으로 꽤 먹고 들어갈 소설이었습니다. 거기에, 이 데니스 루헤인이라는 작가가 현재 작품을 뿜어내고 있는 동시대의 작가라는 점을 고려할 때, 레이먼드 챈들러나 로스 맥도널드 등의 구시대 (?) 작가보다는 아무래도 감성적으로 더 잘 와닿을 만할 여지가 많겠지요.

 이런저런 건 제끼고, 여하간 주인공 패트릭 켄지에게 의뢰인이 찾아옵니다. 처음에 이 사건은 단순한 스토커 사건으로 생각했고 잘 처리했다고 생각했으나, 이후 이 사건은 또다른 면모를 보이고 결코 그리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상대는 이쪽의 약점을 파악해서 그것을 통해 피해자를 파멸시키는 악랄한 개자식이고, 놈은 주인공과 주인공 주위의 사람에게도 손을 뻗치려 듭니다. 과연 우리의 히어로 패트릭 켄지는 이 망할 자식을 잡을 수 있을까요? 숨 막히는 구성,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책을 읽는 사이 손에 땀을 쥐게 만들고, 마지막까지 독자를 섭섭찮게 해 줄 반전이 준비돼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니 완전 광고글이구만)

 영화- 라고 치기에는 좀 길지만,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세상에, 막판에는 M16을 난무하기도 한다니까요. -뭐 하드보일드야 많고 내가 그걸 다 읽은 건 아니니까, 그저 M16이 나오는 하드보일드를 처음 읽어본 것 뿐일지도. 여하간 한 번 올라타면 멈출 때까진 내릴 수 없는 열차에 탄 기분이었지요. 이런 식의 유머도 꽤나 마음에 들었고요:

"코디 포크, 이 개자식."
내가 낮게 속삭였다.
"누구죠?"
"시쳅니다. 아직 놈이 모르고 있을 뿐이죠." (123p)


 인용한 부분 같은 어딘가 마초스런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대가라면 미키 스필레인이라 (...) 다음에는 미키 스필레인을 읽어 보고 싶은데 돈이 없네요. (혹시 착각하실까봐 덧붙입니다만, 이 작품이 그다지 마초스럽지는 않습니다. 다소.. 깽판으로 해결하는 부분도 없지않아 있기는 합니다만) 여하간 이 <비를 바라는 기도>는 '인간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인간이다'라는 명제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줍니다. 돌고 도는 고리란 참으로 무섭지요. 악당이 악당이 되는 것도 나름의 이유는 있달까. 여하간 악의를 품고 작정하고 달려드는 악당을 상대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크리스토퍼 도우 박사는 작중 483p에서 '그애는 착해서 죽은 거요' 라고 말합니다만.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