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게 살자정재영,손병호,이영은 / 라희찬
원래 저는 극장에서 코믹 영화는 그다지 보지 않습니다. 딱히 생각하는 영화만 즐기는 건 아니지만, 대체로 코믹 영화라는 물건들이 억지로 웃기려 들거나, 혹은 중간부터는 신파조로 빠져서 막판에 '어떻게든 관객을 울리고 끝나야겠다!'라는 전개가 되는 부분이 마음에 안 든달까요. 그러나 이 <바르게 살자> 같은 경우에는, 이미 본 친구들의 평이 워낙 괜찮았던데다 티져 영상을 보니 썩 괜찮아 보여서 한 번쯤 보자 생각한 셈입니다.
영화 자체의 이런저런 설정을 따지고 든다면 따질 구석이야 꽤 나옵니다만, 그런 허점들은 이 영화에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쨌거나 보고 웃으러 가는 거고, 그 점에 대해서라면 이 영화는 자신의 맡은 바 목적을 '최선을 다해' 해냅니다.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극중 캐릭터의 대사로 자기 사상을 절절히 외치지도 않고, 마지막에 가서 웬 비극을 만들지도 않습니다. 억지로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만들어내어 웃기려 들지 않고 (물론 엄밀히 말하면 애당초 도입된 상황 자체가 약간 무리수이긴 합니다만) 자분자분히 상황을 전개시키며 적절하게 웃을 포인트를 넣었습니다. 마지막까지 깔끔하게 이야기를 버무려 주었다는 점에서 이 영화에 충분한 점수를 주어도 좋겠습니다.
그러므로 이 영화의 사상 같은 것이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에 가깝긴 합니다만, 영화 내에서 인물들이 말하는 여러 대사를 미루어 볼 때 한 가지는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원칙을 지키고 바르게 살아가려 하는 사람이 잘 되는 것이 좋은 사회가 아니겠는가?" 라는 질문 말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 정도만 (정재영 분)은 원칙 중심이고, 맡은 일을 자신의 최선을 다해 충실하게 수행해냅니다. 그러나 그는 수사과에서 교통과로 좌천되었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자세히 나오지는 않습니다. 코믹 영화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라는 판단 하에 간단히 등장인물간의 대사로만 언급됩니다. 현명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합니다만) 교통과에서도 '유도리가 없다'며 욕을 듣는 존재입니다. 서장님이 신호에 걸려도 딱지는 떼는 사람이니까요. 사실 원칙대로 일을 하는 건 맞는 일이며 칭찬받아야 할 일인데도 융통성이 없다며 욕을 먹고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 경우는 우리 주위에서도 꽤 볼 수 있습니다. (흔히라고는 못하겠습니다. 원칙대로 잘 하는 사람 사실 잘 찾아보기 어렵죠) 원칙대로 하려는 사람 때문에 내가 적당히 살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에 모두의 단합하에 불이익을 주는 것이라면 이건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그런 불이익을 주는 사람이 바로 내가 되지는 않는가 말이죠.
어쨌거나 은행 강도 실전 훈련이라는 이 훈련에서 정도만은 강도 역을 말 그대로 최선을 다해 수행하게 되는데, 덕분에 웃기면서 웃기지만은 않은 여러 가지 해프닝이 일어나고 그것이 이 영화의 내용입니다. 사실 저 내용을 가지고 대체 어떻게 극을 이끌어가려나 흥미를 갖고 지켜봤는데 깔끔하게 잘 이어나가더군요. 거창한 것 다 필요없이 그저 흥미롭게 보고 웃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볼만하다 싶습니다.
여담. 너무 강도역을 잘 수행하는 정도만 덕분에 경찰이 고생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국내에는 본디 총 소지 자체가 위법이기 때문에 '범인이 총을 갖고 있다'는 상황 자체에 경찰이 대응하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그렇다고 범인이 총을 쓴다는 게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긴 합니다만.
여담2. 은행원 아가씨가 예뻤습니다. ..랄까, 아니, 말만한 처자가 그렇게 짧은 스커트를 입고 허벅지까지 드러내면 어쩌란 겁니까! ..눈이 즐거워지잖아요. 도대체 요즘 세태란.. 실로 바람직하군요.
작은 글씨는 신경 쓰지 마세요. 신경 쓰면 지는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