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붕어빵


차가운 바람에 몸을 떨었다.

간판이며 네온사인의 불빛이 거리를 물들이고 있었다. 표정 없는 사람들이 갈 곳을 찾아 바삐 움직였고 종종 그들이 길을 막아 길을 내달라는 경적 소리가 들렸다. 실제로 얼마나 바쁘건 간에 그들은 모두 비슷하게 바빠 보였다. 나는 점퍼의 지퍼를 채워 올리고 보다 빠르게 걸었다.

정류장에 놓여진 의자에는 이미 앉을 자리가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는 할머니와 양손으로 지팡이를 붙든 할아버지, 등으로는 아기를 업고 한 손으로는 아이를 붙든 아주머니,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는 양복 입은 남자 등이 아주 약간의 여유를 두고 자리를 채웠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정류장 뒤로 24시간 편의점이 환히 불을 밝히고 손님을 기다렸다. 내부의 아르바이트 청년은 소책자를 펴놓고 읽었는데, 다른 할 일이 생긴다면 얼마든지 기꺼이 독서를 그만두겠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 편의점 오른편 공터에서 붕어빵 장수가 붕어빵을 굽고 있었다. 낡은 방수포로 조촐하게 지붕을 만든 아담한 공간에서 초로의 아주머니가 분주히 붕어빵 틀을 움직였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틀 안에 반죽을 부어 넣고 앙금을 넣었다. 틀이 움직일 때마다 붕어빵이 하나씩 완성되어 석쇠 진열대 위에 나란히 놓였다. 풀빵 특유의 온화한 냄새가 시장기를 자극했다.

나는 그리로 다가갔다. 붕어빵 장수 아주머니는 피곤해 보였으나 손님을 보고도 반기지 못할 만큼 피곤하지는 않았다. 나는 손님다운 느긋한 목소리로 물었다.

“얼마죠?”
“네 개 천 원이요.”

종이돈과 붕어빵이 교환되었다. 봉투에 담긴 붕어빵은 차가워진 내 손을 덥혀줄 만큼 따뜻했다. 나는 붕어빵을 꺼내 우물거리며 정류장으로 돌아왔다. 두 개를 먹을 즈음 버스가 도착했다. 버스에 올라 자리에 앉자 버스가 출발했다. 버스 안에 승객은 그리 많지 않았다.

세 개째 붕어빵을 먹는 중인데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나와 같은 이십대 청년의 목소리였으나 벽 너머에서 들리는 것처럼 희미했다. 내 기억에 있는 목소리도 아니었으니 내게 반응할 이유는 없었다. 나는 마저 붕어빵을 먹었다. 목소리가 또다시 말했다.

“형씨 말야, 형씨.”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뒤에서는 사십대 쯤 되어 보이는 회사원이 고개를 아래로 떨어뜨리고 버스의 움직임에 맞추어 머리를 흔들고 있었다. 그 벌어진 입에서 흘러내린 무언가가 반짝거렸다. 이 남자 뒤로는 여고생이 있었는데 핸드폰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느라 바빴다. 맞은편에 앉은 아주머니들은 다리 밑에 비닐봉투를 잔뜩 내려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눈썹을 찌푸리며 원래대로 몸을 돌렸다.

“어딜 봐? 여기라고, 여기.”

나는 머리를 흔들었다. 귀를 손가락으로 몇 번 후비고, 예리한 눈으로 사방을 주시했다. 내게 말을 걸었을 법한 이십대 청년은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는 아주머니들만 있을 뿐이었다. 나는 눈썹을 일그러뜨리고 창문에 머리를 기댔다. 창 밖으로 스쳐지나가는 거리의 풍경을 잠시 바라보다가 마지막 하나 남은 붕어빵을 꺼냈다.

붕어빵의 입술이 움직였다.

“드디어 찾아줬군, 형씨.”
“헙?”

기겁한 내가 붕어빵을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붕어빵이 소리쳤다.

“아 이거, 뭘 하는 거야. 무례하긴!”

나는 붕어빵을 주워들었다. 버스 내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나에게 쏠렸음을 알 수 있었다. 귀까지 뜨거워진 얼굴을 느끼며 붕어빵을 들여다보았다. 붕어빵의 흐리멍덩한 눈알이 나를 향해왔다. 나는 눈을 끔뻑였다. 붕어빵이 뻐끔거렸다.

“반가워, 형씨. 이 얼마나 즐거운 놀라움인지. 나는 붕어붕 3세라고 해. 귀족적이지?”

붕어빵이 말을 했다.

“맙소사.”
“지금 형씨 표정 볼만한걸. 꼭 우리 종족의 표정을 닮았어.”

머리가 지끈거렸다. 붕어빵은 이해한다는 듯이 온화하게 등지느러미를 펄럭였다.

“너무 그렇게 놀랄 것 없어. 우리 붕어빵족 (族) 중에서도 나는 좀 특이한 존재거든. 말하자면, 말을 할 수 있는 붕어빵은 나 하나뿐이라 이거지. 인간과의 의사소통을 소망해서 부단한 노력 -이거 설명해도 형씨들의 개념으론 이해 안 될 테니 생략하자고- 끝에 인간에게 말을 걸 수 있게 된 거지. 무슨 소린지 알 것 같아?”
“내가 미쳤다는 뜻인가.”
“어려운 말인데.”

붕어빵은 심사숙고하는 모양으로 아가미를 움직였다.

“그게 형씨 정신에 장애가 있냐는 의미라면 아니라고 말해줄 수 있겠지만, 그렇군, 만약 형씨가 형씨와 보통 사람이 특별하게 다르냐는 의미로 미쳤다는 말을 썼다면 그렇다고 해야겠지. 말하자면 인간에게 말을 걸 수 있는 붕어빵도 드물지만 붕어빵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인간은 더 드물거든. 어느 쪽이냐면 인간이 붕어빵의 말에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기 때문에 인간에게 말을 걸려는 붕어빵이 없는 거겠지만 말야.”
“그러니까 네 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뜻이야?”
“오, 드디어 우리의 상호이해가 한 단계 발전한 것 같아 기뻐.”

붕어빵은 흐뭇하게 꼬리지느러미를 흔들었다.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말인즉슨 내가 미치지 않았다 장담할 수 없다는 거군.”
“그런 거에 신경 쓰면 지는 거야, 형씨.”
“지다니 누구한테?”

붕어붕 3세는 내 말을 무시했다.

“중요한 건 나는 인간에게 말을 걸 수 있는 특별한 붕어빵이고, 형씨는 붕어빵의 말을 들을 수 있는 특별한 인간이란 거야. 내 생각엔 아마 이게 우리가 멋진 친구가 될 수 있으리라는 뜻 같은데.”
“붕어빵을 상대로 혼자 중얼거리는 남자란 그리 멋질 것 같지 않아.”
“이미 잘 하고 있으면서 뭘 그래.”

창 밖을 보니 내릴 곳이 다가왔다. 나는 붕어붕 3세를 종이봉투에 집어넣고 몸을 일으켰다. 버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정류장에 도착했다.



친구는 고깃집에서 자리를 잡고 기다리고 있었다. 음식점 안으로 들어서자 따뜻한 공기와 공기 속에 섞여 안개처럼 떠도는 고기 굽는 냄새가 나를 반겼다. 자리마다 사람이 가득 찼으나 한쪽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 나를 보고 손을 흔드는 친구의 모습을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건 뭐냐?”

자리에 앉자 친구가 내 품의 종이봉투를 눈짓했다. 점퍼를 벗어 옆 의자에 걸쳐놓으며 내가 답했다.

“음? 아, 붕어빵.”
“고기 먹을 거면서 무슨 붕어빵이냐?”
“그냥 갑자기 땡겨서. 아, 그래.”

나는 붕어붕 3세가 담긴 종이봉투를 친구에게 내밀었다. 친구놈은 눈동자에 의아함을 담고 나를 보았다.

“안 먹어. 고기 먹어야지 뭐 이런 걸 먹냐.”
“아니, 그게 아니고. 혹시 이 녀석이 꼭 말을 거는 것처럼 안 보여?”
“호오?”

친구는 흥미를 보이고 붕어붕 3세를 집어 들었다. 붕어붕 3세가 지느러미를 퍼덕거리며 날카롭게 외쳤다.

“형씨! 이봐 형씨! 그렇게 잡으면 내 지느러미 찌그러지잖아! 날 잡을 땐 좀 섬세하게! 아이고 부스러기 다 떨어지네.”
“흐음.”

친구는 붕어붕 3세를 다시 봉투에 넣고 나에게 돌려주었다. “죽음의 위협을 느꼈어. 아 내 지느러미. 아아 내 등뼈.” 붕어붕 3세가 봉투 속에서 불평을 터뜨리는 가운데 친구가 고개를 저었다.

“별로 없는데? 붕어빵이 말하려는 거야 다 똑같지 않냐? ‘어서 저를 맛있게 먹어주세요.’ 뭐 그런 거 아니겠냐.”
“틀렸어! 오답이야!”

붕어붕 3세가 격분해 몸을 뒤틀었으나 친구에게 그 목소리가 들릴 리 없었고, 나 역시 붕어붕 3세의 말을 굳이 친구에게 전할 이유는 없었다. 마침 고기가 나왔으므로 대화가 잠시 중단되었다.

생고기가 아니었으므로 고기 조각들은 얼음 결정으로 코팅된 것처럼 희어 보였고 딱딱했으며 서로 달라붙어 있었다. 달구어진 불판에 고기를 올리자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증기가 피어올랐다. 코팅이 사라지고 불판에 늘어지듯 물러지더니 오래지 않아 고기 익는 냄새가 다른 테이블처럼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술병을 열고 잔을 따라 친구에게 건네주었다. 친구는 단숨에 술잔을 비우고는 반찬으로 나온 김치를 우물거렸다.

잠시 우리는 사소한 이야기들을 했다. 그러나 단지 그런 이야기들만을 하기 위해 그가 나를 불러내지는 않았을 터였다. 친구는 거의 목이 말랐던 사람처럼 술을 마셨다. 나는 불판에 올려진 고기를 뒤적거렸다. 이윽고 그가 물었다.

“요즘 어떠냐?”
“그냥저냥 그렇지. 넌 어떤데?”
“아주 죽겠다야.”

그가 단숨에 술잔을 비웠다. 나는 그의 잔을 채워주었다. 고기를 우물거리며 그가 말했다.

“부장 그 자식이 아주 사이코야. 이거 잘못됐다 저거 잘못됐다 더럽게 볶아대는데 아주 죽겠다. 내가 하루에 백 번은 이 빌어먹을 회사 때려치우고 만다고 중얼거린다니까. 진짜 못해먹을 짓거리지 이건.”
“그렇게 힘들어?”
“그 시키가 아주 딱따구리 같은 시키야. 틈만 나면 쪼아대는데 이건 뭐 사람을 잡으려고 작정한 거지.”

친구는 그 후로도 한참 동안 불평을 터뜨렸고, 나는 중간부터는 그의 술잔을 의도적으로 비게 놔두었다. 이미 그는 하고 싶은 말을 할 용기를 얻을 만큼은 충분히 마셨다. 적어도 그가 용기를 얻을 만큼 충분히 마셨다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는 마셨다. 테이블 위에는 깨끗이 비워진 소주병 두 병이 있었다. 더 주문할 생각은 없었다.

고기가 거의 다 줄어들었고 나는 불판 위에 마늘과 양파를 올렸다. 친구는 지나치게 익어 퍼석한 고기를 고추장에 찍어 우물거렸다. 그의 얼굴은 고추장만큼이나 붉게 물들어 있었다. 문득 그가 고개를 흔들었다.

“내가 어쩌다 이런 길로 들어섰는지 모르겠다.”

그는 내게 대답을 받기를 원해서 나를 불러내지 않았다. 그 정도야 나도 알고 그도 알았다. 그러나 나에게도 불현듯 무언가 이야기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나는 물을 한 잔 마셨다. 내 목소리는 지나치게 담담했다.

“그만두면 어때?”

친구는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나는 의자에 등을 기댔다.

“그만두고 말이야, 딴 걸 찾아보면 어때. 그렇게 안 맞는다면.”
“그럴싸한 제안인데.”

친구가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물론 내 제안은 언제나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그는 내 제안에 대해 일 초 정도는 심사숙고했다.

“그만두고 말이지, 딴 걸 찾는다 이거지. 정말 내 적성에 맞을 만한 일을 말이지. 그렇지?”
“안 될 것도 없잖냐?”

나는 고기를 한 점 집어 우물거렸다. 친구는 내가 고기를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렸다. 다 먹고 난 다음까지도 기다렸다. 결국 내가 다시 말했다.

“말하자면 그렇다는 거지. 꼭 그거밖에 길이 없는 게 아니라 다른 것도 뭐 선택지가 있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낫지 않겠냐 이거야. 막말로 뭘 해먹든 입에 풀칠은 할 수 있잖겠어?”
“야, 말이 쉽지.”

이번에 그는 일 초조차 생각하지 않았다. 술을 더 마시려고 술병을 찾았지만 물론 술이 없었다. 그는 일 초쯤 생각한 후 술을 한 병 더 주문했다. 잔을 채워주자 단숨에 들이켠 후 그가 말했다.

“그래도 이렇게나마 붙어 있을 수 있는 게 어딘데. 때려치우고 나간다고 뭐 특별히 더 나은 데가 있을 것 같냐? 이 바닥이 다 거기서 거기지. 아무튼 뭔가 하기는 해야 할 거 아냐. 아니면 뭐, 평생 알바만 하다 죽자고? 아니 뭐 알바라도 시켜 주면 다행이지. 우리 나이쯤 되면 슬슬 알바도 찾기 어려워진다고. 알만한 놈이 왜 이렇게 속편한 소릴 해.”

나는 그저 반발하기 위해 답했다.

“상관없잖냐.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라면.”
“정말 하고 싶은 일이라.”

친구는 잠시 말이 없어졌다. 그가 내 말을 신중하게 생각해서인지 다른 몰아붙일 말을 찾기 위해서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가 무언가 생각하는 사이 나도 내 말을 다시 생각했다. 친구가 물었다.

“그래서, 있냐? 그런 게.”
“글쎄.”

불판 위의 고기는 이제 몇 점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배가 고프지는 않았으나 단지 말할 시간을 좀 더 늦추기 위해 고기를 먹었다.

“생각해 보면 말이지.”

나는 천천히 말했다.

“너도 뭔가, 하고 싶었던 일이 있지 않았냐?”
“있었지.”

친구는 입 끝으로만 미소 지었다.

“딴따라질 말이지? 옛날엔 꽤나 꿈에 부풀었었지.”
“지금은 안 하냐? 취미로라도.”
“피곤하니까.”

그는 무엇이 피곤한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나에게 화살을 돌렸다.

“넌 아마 만화쟁이였지? 어때, 아직도 그림 그리냐?”
“아니, 안 그려.”

그는 왜냐고 묻지는 않았다. 대신 그는 내 비어 있는 잔에 술을 채워주었다. 나도 그의 잔에 채워주었다. 우리는 건배했다.



집은 서늘했고 어두웠다. 나는 형광등을 켜고 부엌 테이블 위에 붕어빵 봉지를 내려놓았다. 머리 안을 망치로 때리는 듯한 통증이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냉장고를 열어 보리차를 한 잔 마셨다. 나는 화장실로 들어가 세수를 하고 부엌으로 돌아왔다. 공간이 작은 덕분에 동선이 짧아 편리한 집이다. 달마다 일정액을 지불하는 대가로 이 건물은 나에게 부엌과 화장실, 그리고 방 하나를 내어주었다.

바깥으로부터 자동차들의 소음이 새어들어왔다. 이 빌라는 차도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고 길도 잘 닦이지 않았으나, 대로로 빠져나가는 지름길이 있었으므로 적지 않은 차들이 근처를 지나갔다. 찻소리가 가까워지는가 싶더니 한순간 창문이 바깥에서 치고들어온 불빛으로 환해졌다. 그리고 다시 어두워졌다.

나는 방으로 들어갔다. 책장 하나와 침대, 그리고 컴퓨터가 놓인 책상이 이 방에 들어찬 전부였다. 이것들을 들여놓는 것만으로도 여유 공간이 거의 없어지다시피 한 덕분에, 간혹 친구가 놀러와도 방바닥에 눕히기도 힘들어서 넓지도 않은 침대에 같이 누워 자야 할 정도였다. 나는 침대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새된 소리로 스프링이 비명을 질렀다. 침대의 반동으로 몸이 흔들거리는 것이 완전히 멈출 때까지, 그러고도 또다시 한참이 지날 때까지 그대로 앉아 있었다.

몸을 일으켰다. 책장에는 몇 가지 만화책이나 화보집, 그리고 노트와 연습장이 꽂혀 있었다. 나는 스프링 노트를 꺼내고 다시 침대에 앉았다. 노트는 오래되어 표지 끝이 닳아 있었고 안의 종이도 누렇게 변색되어 있었다. 오래된 종이 특유의 묵은 공기 냄새가 났다. 그러나 내용을 알아보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노트에는 물론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다. 그것은 사람이기도 했고 풍경이기도 했으며 동물이기도 했고 기계이기도 했다. 연필로 그린 것도 있었고 펜으로 그린 것도 있었다. 휘갈긴 그림도 있었고 정성들인 그림도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에는 분명한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그게 형씨 그림인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부엌 쪽으로 돌리자 테이블 위에 놓아두었던 종이 봉지에서 빠져나온 붕어붕 3세의 눈동자가 이편으로 향해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입가에 골을 만들었다.

“그래. 모두 내 그림이지.”
“제법 센스가 있어 보이는데.”
“제대로 보이기나 해?”

나는 붕어붕 3세를 데리고 방으로 돌아왔다. 그림을 보여주자 붕어붕 3세는 입을 뻐끔거리며 감탄을 토했다.

“이건 굉장한데. 입체감이나 질감 표현이 비늘 솟을 정도잖아. 이건 단순히 취미로 그리기에는 너무 수준이 높군. 그러고 보니 형씨, 아까 뭐 만화가를 꿈꿨다고 했었지?”
“그래. 포기했지만.”
“왜 포기했지? 이렇게 잘 그리면서. 정말 이런 걸 좋아하지 않으면 이렇게까지 그릴 수는 없었을 텐데.”
“좋아하는 것과 잘 나간다는 건 다른 거야.”
“어떻게 다르지?”

붕어붕 3세의 멀뚱한 눈동자가 나를 응시했다. 어쩌면 그는 이미 대답을 알았다. 나는 살짝 웃었다. 그리고 명랑하게 말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해서 꼭 제대로 먹고 살 수는 없다는 뜻이지. 이런 걸 그리면서 먹고 살려면 이런 걸 사 주는 사람들이 많아야만 해. 하지만 이 그림을 가지고 만화를 그리기에는 그렇게 호응도가 좋지 않았어. 게다가 난 그림을 그리는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아.”
“충분히 노력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물론이야. 세상은 좋아하는 것만 하면서 살 수 있을 만큼 녹록치 않아.”

내 목소리가 내가 원하는 만큼 명랑하지 못했던 지도 몰랐다. 붕어붕 3세는 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눈치였다. 눈두덩을 조금 움직이며 그가 반문했다.

“너무 빨리 포기했다고 생각하진 않아?”
“난 충분히 노력했어.”
“그 대답이 너무 빨리 나온다고 생각되는데, 형씨.”
“이봐,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나는 짜증을 섞어 말했다.

“나는 혼자 사는 게 아냐. 부모님도 날 바라보고 계시고,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도 있어. 제대로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걸 언제까지 붙들고 있어야 했다는 거지? 그야 이걸 계속 더 붙들었다면 어떻게든 길이 열려서 이쪽으로 쭉 갈 수 있었을 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런 걸 하면서 돈을 얼마나 벌 수 있다고 생각해? 어차피 이런 걸 하면서 제대로 밥벌어먹고 사는 사람은 거의 없어. 생활비, 그래, 생활비라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활비를 벌어야 해. 생활비도 못 버는 직업 따윈 아무 짝에도 쓸모없어. 결혼도 못 한다고. 알아들어?”
“말인즉슨, 형씨가 가진 것들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한다는 거지?”
“그래. 그런 게 어른이란 거야. 성인에겐 책임이란 게 있어.”
“글쎄, 내 생각엔 말이야.”

붕어붕 3세는 내 방을 둘러보더니 말했다.

“형씨는 이미 많은 걸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책임이라기보다도, 그저 지금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못 누리게 되는 걸 두려워하는 거 아냐? 어차피 영원할 건 어디에도 없는데 말이지. 분명히 아까 형씨가 친구한테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라면 뭔가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냥 친구놈한테 반발해봤을 뿐이야. 현실적인 소리가 아닌 건 그 놈도 알고 나도 안다고. 너만 모르는 거야.”
“현실적이란 게 뭔데? 다들 사는 식으로 사는 거? 글쎄, 형씨는 뭔가 너무 강한 틀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사람이란 꼭 어떻게 살아야만 한다는 식의 틀 말야. 다른 사람도 다들 이렇게 사는 거다, 그러니 나도 이렇게 살아야 한다, 뭐 그런 거 말이지. 하지만 좀 더 세상을 넓게 보는 게 어때? 완전히 똑같이 사는 사람이란 그 어디에도 없어. 형씨는 형씨 나름대로의 삶을 살 수 있다고. 이 세상 어디에도 정답지는 없어.”
“이게 내 나름의 삶이야.”

나는 고집스럽게 답했다. 붕어빵은 잠시 고심하는가 싶더니 말했다.

“좋은 이야기를 하나 알고 있는데. 분명히 형씨도 이미 들어봤을 거야. 화가 밀레라고 말야, 만종이나 이삭줍기 같은 명작을 그린 유명한 화가가 있었는데, 들어봤지? 그 사람도 초창기에는 먹기 살기 위해 나체화를 그렸다더군. 현실적으로 어려우니까 어쩔 수 없다고 말야. 하지만 그 나체화를 보고 어떤 청년들이 밀레를 두고 그런 것밖에 그릴 능력이 없는 화가라고 말했다지. 밀레가 그 이야기를 듣고는 충격을 받아 나체화를 그리는 걸 그만두고 정말 그리고 싶은 것만 그리기로 작정했다고 해. 물론 엄청나게 고생하고 굶기도 했지만, 그렇게 고생한 끝에 결국에는 명작을 탄생시켰단 말이야.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위해서 굶을 각오가 되어 있다면 뭐든 못 하겠어?”
“재미있군. 붕어빵에게서 예술 이야기를 듣게 되고.”
“이봐. 붕어빵이 아냐. 붕어붕 3세라구.”

나는 그의 반박을 못 들은 척했다. 잠시 동안 우리 둘은 말없이 있었다. 이윽고 입을 연 쪽은 나였다.

“내가 그런 식의 이야기를 지금 처음 들었을 거라고 생각해?”
“정말 하려고만 한다면 언제든 할 수 있어, 형씨. 솔직히 나로선 조금 이해하기 어렵다구.”

붕어붕 3세는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조차 잘 몰라서 못 하는 사람도 있어. 하지만 형씨는 하고 싶은 게 뭔지는 찾았잖아. 형씨는 이미 자기 마음의 목소리를 들을 줄 알아. 그런데도 하려 하지 않는다니, 알기만 하고 행동하질 않는다면 아는 게 무슨 소용이 있어?”
“꿈을 먹고 살 수 있다면 좋겠지. 하지만 꿈만 가지고는 살 수가 없어.”
“꿈이 없이 그저 살아갈 뿐이라면 동물과 무엇이 다르지?”

나는 그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시계를 보았다. 열두 시 삼십오 분. 나는 말했다.

“시간이 늦었군. 내일도 출근해야 하니까 자야겠어.”

붕어붕 3세는 대답하지 않았다.



“미안하네.”

과장은 그렇게 말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해도 큰 의미가 없음을 그도 알고 나도 알았다. 그 후에 어떤 대화가 이어졌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무언가를 기억할 만큼 제대로 듣지도 못했고, 기억해야 할 만한 가치가 있을 만큼 대단한 대화도 아니었다. 결론은 간단했다. 나는 이제 이 회사에 더 이상 출근할 필요가 없었다. 모 자양강장제의 예전 광고 중 한 대사가 내 머릿속에서 속삭였다. “힘들지? 내일부터 나오지 마.”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나는 혼자 피식거릴 수 있었다. 어쩌면 과장의 말이 제대로 와 닿지 않았던 지도 몰랐다.

친구를 불러낼까 생각했으나 친구는 바빴다. 그는 어제까지의 나만큼이나 바빠서 오늘은 나올 시간이 없었다. 열 시는 되어야 일이 끝나리라고 그는 말해주었다. 핸드폰의 시계를 들여다보니 열 시가 되기까지는 아직도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남아 있었다. 여자친구에게 전화할까 망설이다 그만두었다.

홀로 거리를 돌아다니고, 홀로 밥을 먹었고, 홀로 영화를 보았다. 영화를 보고 나왔을 때에는 거의 아홉 시가 되었다. 하늘은 어두워졌으나 거리는 환했다. 건물마다 불이 켜졌고 차도는 차량으로 들어찼다. 사람들은 모두 바쁘게 어딘가로 가고 있었다. 실제로 얼마나 바쁜가는 알 수 없었지만 모두들 바빠 보였다. 오직 나만이 바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가자 방 안 책상 위에 놓아둔 붕어붕 3세가 나를 반겼다.

“어서 와. 오늘도 바빴나 보군, 형씨.”

나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보리차를 한 잔 마시고, 씻고, 옷을 갈아입고는 멍하니 침대에 누웠다. 천장을 바라보는 채로 말했다.

“바쁜 척을 했을 뿐이야.”
“요 한 주간 형씨를 쭉 지켜봤는데, 형씨 사는 게 사는 거 같지가 않아. 형씨는 너무 자기를 몰아붙이는 경향이 있어.”
“내일부터는 바쁘지 않을 거야.”
“무슨 뜻이야, 형씨?”
“짤렸다는 뜻이지.”

내 목소리는 말라붙은 논바닥만큼 담담했다. 붕어붕 3세가 애도를 표했다.

“이런, 안됐군.”
“예측은 하고 있었어. 말은 못했지만 그만둬 줬으면 하는 눈치였거든. 그래서 더 열심히 일한 거였는데, 결국 소용없었던 모양이야.”
“그랬군.”

붕어붕 3세는 잠시 말이 없었다. 이윽고 그가 밝은 목소리를 내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기회가 될 수도 있어, 형씨.”
“무슨 말을 하려는지 왠지 알 것 같은데.”
“그렇겠지. 나는 형씨의 생각을 대변할 뿐이니까. 안 듣겠다는 말은 하지 않을 테지?”
“안 듣겠다고 해도 말할 테지?”
“우리의 상호이해가 여기까지 발전했다니 매우 기쁘군.”
“말이나 해 봐.”
“좋아.”

붕어붕 3세는 아가미를 가다듬었다.

“지금까지 형씨는 어쩔 수 없다는 핑계를 스스로에게 계속 대왔지. 지금 가지는 것들을 유지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야. 하지만 이제 형씨는 그렇게 얻으려는 것들이 얼마나 허망하게 무너질 수 있는지 알게 됐을 거야. 모두들 남들 하는 만큼은 살아야 한다고 말하지, 누구나가 그래. 이 사람은 저 사람만큼은 살아야 한다고 말하고 저 사람은 이 사람만큼 살아야 한다고 말해. 이 사람이 이만큼 살고 저 사람이 저만큼 살고, 그 수많은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재단해서 있지도 않은 중간치를 만들어내지. 그게 통계고 비교야. 다들 평균치라는 가공의 허상에 속고 있어. 끊임없이 남과 나를 비교하지, 남보다 낫거나 모자라거나, 그게 다 무슨 소용이지? 그런 것에 집착하는 동안에는 형씨 역시 진짜 삶을 손에 넣을 수 없어.”
“그러니 형씨는 남이 하라는 대로, 하려는 대로만 하지 말고 형씨 자신의 삶을 손에 넣어라?”
“바로 그거야.”

붕어붕 3세가 흐뭇하게 입을 벌렸다. 그가 말을 이었다.

“그 누군가가 형씨들을 획일화시키려 들고 있어. 그래야만 형씨들이 형씨들의 삶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야. 정말 자기 가치를 잃어버리고 물건처럼 전락하지. 부품의 삶을 당연한 듯이 선택해. 실은 다른 길도 얼마든지 있는데 말야. 미끼를 무는 거지. 이봐, 여기 맛있는 먹이가 있어, 이걸 먹고 싶지 않나? 네, 먹고 싶습니다, 주인님. 그렇게 해서 한 마리 충실한 애완동물이 탄생하는 거야. 그 누군가는 끊임없이 형씨들에게 말해. 좋은 대학에 가라, 좋은 회사에 가라, 돈을 많이 벌어라, 안 그러면 행복해질 수 없다! 이게 가지고 싶지? 저게 가지고 싶지? 가져라, 그러면 행복해질 것이다! 오로지 이것만이 행복의 길이다! 네가 뭘 하고 싶은지는 잊어라!”
“넌 참 말을 잘 하는구만 그래.”
“아니, 난 형씨 머릿속의 생각을 끄집어냈을 뿐이야. 형씨는 이미 이런 것들이 있음을 알고 있어. 어려울 것 같으니까 쉬운 길을 택하고 싶었을 뿐이야. 먹이를 찾는 삶보다는 주는 먹이를 얻어먹는 애완동물의 삶이 편해 보이니까 말야.”
“하지만 이젠 주인이 그렇게 믿을 만 하지 않다는 걸 알겠지? 라고 말하고 싶겠지. 너는.”
“브라보.”

붕어붕 3세는 옆지느러미를 퍼득였다. 박수를 치는 듯한 모양이었다. 나는 입으로만 미소 지었다.

“네 말이 맞아. 그리고 나는 이런 이야기를 지금 처음 들은 것도 아니지. 알고 있었어. 나는 이미 나 자신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왔겠지.”
“물론이야. 내 목소리를 들을 줄 안다는 건 바로 그래서니까.”

나는 그의 말을 곱씹어보았다. 어쩌면 지금이 기회일지 몰랐다. 영화라면 지금이 클라이맥스이고, 극적 전환점이리라. 시스템에서 탈출할 기회다. 트루먼 쇼가 여기에 있고 매트릭스가 여기에 있다.

바로 그 때 전화가 걸려왔다.

나는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전화번호와 함께 내 여자친구의 이름이 액정에 떠올라 있었다. 나는 전화를 받았다. 내 목소리는 물 먹은 먼지처럼 차분했다.

“일 끝났어?”
“응, 오빠도?”

나는 그녀에게 직장에서의 일이 아예 완전히 끝났다고 말해주지 못했다. 물론 나는 그녀에게 내가 방금까지 무슨 생각을 했었던가도 말하지 않았다. 그녀가 물었다.

“오빠 요즘 힘들지?”
“아, 괜찮아. 뭐든 못 하겠어? 준비해야 할 게 많잖아.”
“으응, 그래도 너무 무리하진 말아. 아프지 말구.”

그녀의 목소리를 듣다 보니 다시 현실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당연했다. 나에게는 가져야만 하는 것들이 있었다. 이제 와서 이것들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새로이 삶을 찾아보겠다고 나서 보아야 본전이나 찾을 수 있다면 다행이었다. 모험을 감행할 필요는 없었다. 나는 나 혼자만 책임지면 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말했다.

“그럼 오빠도 힘내. 푹 쉬고.”
“그래, 너도.”

전화가 끊겼다. 나는 붕어붕 3세를 돌아보았다. 그는 공허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혹은 전혀 바라보지 않았다. 나는 무대에서 내려온 배우처럼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잃을 수 없는 게 있어.”
“포기할 수 없는 것?”
“그래, 절대로 이것만은 놓칠 수 없는 것.”

내 목소리는 탁했고 고집스러웠다. 붕어붕 3세의 눈에는 이미 초점이 없어졌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은 정론이야. 맞는 말이고 바른 말이지. 하지만 나는 이제 그렇게 돌이키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걸 가졌어. 이 모든 것들을 버릴 수 있게 되기 전까지는 불가능하지. 나는 그런 결단은 내릴 수 없어.”
“형씨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닫을 생각이군.”
“여태까지 계속 그렇게 해 왔지. 또다시 그렇게 못할 이유도 없잖아. 어차피 모두들 그런 식으로 살아가고 있어.”
“형씨는 허상을 쫓는 거야.”
“너 역시 허상이야, 붕어빵.”

그것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눈의 초점도 몸의 움직임도 완전히 사라졌다. 물론이었다. 붕어빵이 말을 할 리 없다. 붕어빵이 말을 한다면 내 머릿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다. 만들어진 지 일주일이나 지난 붕어빵은 이젠 말라 비틀어져 먹을 수도 없다. 알고 있었으므로 나는 입 밖에 내어 말했다.

“붕어빵이 말을 해봤자 아무 짝에도 쓸모없어.”



나는 다음 날 쓰레기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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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P대 교내 문학상에 공모할 단편입니다. 당초에는 관념적인 내용은 좀 피하려고 했는데, 이게 그리 쉽지 않더군요. 설상가상으로 마감일이 바로 내일이라서, 오늘 하루 동안 원고지 40장 (반 이상입니다)을 써 내느라 좀 편한 길로 갔습니다 (= 쉽게 썼습니다). 좀 더 엽기발랄한 걸 써내고도 싶었습니다만 역량 부족입니다. 말하는 붕어빵이라는 생기발랄한 소재를 가지고 이런 구태의연한 메시지밖에 못 쓰다니 슬프군요. 더 다듬어 보면 나을 지도 모르겠지만 당장은 딱히 다듬기가 어렵네요.

P.S. 그나저나 11월 내지 12월까지 잠적하지 않을까~ 라고 밑에 써놓은 글이 무색해져 버렸군요. 뭐 어떻습니까 와하하.

P.S.2. (07. 10. 26 1:07) 마지막 부분을 조금 수정했습니다.
Posted by Neis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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