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 곡예사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열린책들

※ 길지도 않은 감상인 주제에 스포일러 포함합니다. 주의하세요.

수련을 통해 공중으로 떠오르는 것이 가능하게 된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라고만 하면 어폐가 있겠지요. 예후디라는 남자가 거리에서 이 소년을 보고 소년을 택해 수련법을 가르쳐 주었고, 그 소년은 고통을 감내한 끝에 공중 곡예가 성공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공연을 하고 돈을 법니다만, 나이가 들어 사춘기가 찾아오자 공중 곡예 후 크나큰 후유증이 찾아와 더 이상 공중 부상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릅니다. 일단 이런 내용이 전체 분량에서 중반부에까지 이르러 상당한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데, 물론 이건 아주 기본적인 줄기이고 여기에 가지며 살이 더 덧붙여지긴 했습니다. 여러 캐릭터가 나오고 사건도 다소 여러 가지가 나오긴 합니다만, 가장 기본은 이 부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죽도록 고생해서 성공을 거두었지만 그 모든 것이 무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것은 이 소년의 삶에 있어 비단 공중 곡예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후에 한 여러 가지 일들에도 계속됩니다. 노력하고, 성공을 거두고, 그것들이 무로 돌아갑니다. 사실 가장 흥미로울 부분은 역시 비현실적인 공중 곡예라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 부분이 가장 세세하게 서술되어 있기는 합니다만, 그것이 불가능해진 이후의 일들도 적다고만은 할 수 없는 분량입니다. 이 모든 일들에서 느껴지는 감상이란 이를테면 이런 느낌입니다. '인생지사 새옹지마', '파란만장'.

그다지 심도 있는 메시지가 담긴 소설은 아닙니다. 어느 쪽이냐 하면 흥미 위주이고, 썩 재미있게 읽을 만한 소재를 가지고 재치 있는 입담으로 버무려 놓았습니다. 스포일러를 포함하는 것이 죄송스러워지는 게 이 때문인데, 비록 대충 얼버무려 소개하긴 했습니다만 저 모든 과정들은 이렇게 정리되는 것보다 여러분 스스로 읽으셔야 '재미있다'는 느낌이 올 겁니다. 말했듯, 전달하려는 메시지보다는 그냥 그 사건들을 즐기기에 더 적합한 소설이니까요. '낭만', '꿈', 비록 여러 가지 일들로 꺾이기는 하지만 꿈을 꾼다는 건 행복한 일이죠.

굳이 이 소설에서 뭔가 있어 보이는 주제를 끄집어보자면 전 이런 걸 말해 보고 싶군요. '지금 당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그 무엇이 끝장나도 인생은 계속되는 법이다. 우리는 또 다른 삶을 즐길 수 있으며 그래서 안 될 이유는 없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