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센치해진 마음에 옛날 홈에 들어가서 일기를 뒤적거리다 2004년 2월 8일의 일기를 발견하고 피식 웃었습니다. 실화이며 제가 3년도 전에 실제로 한 짓입니다. 레이아웃을 그대로 살려 옮길 테니, 여러분도 함께 즐겨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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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일단 주일학교 교사다. (...)

금년에 들어서면서부터

반을 맡는 건 그만두고

게임과 캐릭터 전담으로 하고 있는데,

여러가지 게임을 구상하는 것도 꽤 힘들다.

그러면서, 내일은 무슨 게임을 하냐..면서 고민하던 어제 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바로 이거다!

뭐, 상당히 전통적인 게임이지만

그만큼 재미가 보장되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라고는 해도 사실 그리 큰 기대는 안하고 있었지만, 이 시점까지는)


어쨌든

그래서 오늘

게임을 하는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개시했다.

물론 처음엔 별로 반응이 좋지는 않았던 아이들.

그러나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약간 시큰둥했던 아이들, 막상 해보니


이게 의외로 재미있는 거라

다들 신나게 하기 시작한다.

참고로 아이들 수는 약 30명.

그 수가 일제히 움직이는 모습이란 실로 장관.


그러나 역시 문제는 있었다.

게임을 하는 이 교육관이란 장소가 좀 좁은지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한 번 할 동안 벌써 술래 바로 뒤까지 도달한다.

이건 문제다. 이래선 너무 빨리 끝난다.

그래서 나는 구호를 바꾸기로 했다.



아싸



이제 술래는 외치기 시작한다.

"아싸~" 하자마자 돌아보고

"아싸~" 하자마자 돌아보고

.......



너무 빨라!?



고심하던 나는 아싸 뒤에 세 글자 더 추가하기로 했다

좋구나라는 문장을.






요컨대






앗싸 좋구나






.......

좋았어. 바로 이거야.



그래서 술래는 외치기 시작했던 것이다.

앗싸 좋구나라는 문장을.



(열라빠르게) "앗싸좋구나!" (뒤돌아본다)

(되돌아보기무섭게) "앗싸조쿠나!" (뒤돌아본다)

(번개처럼) "아싸조쿠나!" (뒤돌아본다)



울려퍼지는 구호

그에 따라 30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일제히 움직였다 정지



참으로 멋진 풍경이었다.

........

아마 그 시점에서,

그 구호의 의미를 이해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을 것이다. (묵념)


뭐어, 결국은 그것도 좀 짧은 듯해서 결국 원래대로 되돌리고

뛰는 대신 엉금엉금 기어가기로 바꾸긴 했지만..

그래도 다들 즐겁게 했다.



그냥 놀면 몰라도

게임을 인도하는 입장이 되면 꽤 머리아픈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어쨌든, 지루해하는 녀석이 생겨서는 곤란하니까.

이것저것 머리를 짜내야 하고, 그것도 의외로 일이다.

뭐, 앞으로도 어떻게 잘 되겠지만.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 외쳐봅시다.




앗싸 좋구나




(..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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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나도 참 대범했지 (아련) ..라지만 지금 또 같은 상황이 되면 비슷한 짓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군요 핫핫.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