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열 35번. 중앙에서 약간 앞좌석쯤 되었습니다


수원 레이디스 오케스트라는 말 그대로 여성분들만 있는 오케스트라로, 주부분들이 바쁜 생활 속에서도 틈틈이 시간을 내어 가며 연습하는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입니다. 여기에 제가 아는 분이 있어서 알게 되었는데, 이 정기연주회를 위해 1년 전부터 연습해 왔다고 하더군요. 저도 그리 자세히 아는 것은 아닙니다만 여하간 좋더군요. 여러 사람과 여러 악기가 하나로 합해서 멋진 음악을 만들어 낸다는 점에 오케스트라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파트는 제1바이올린, 제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베이스기타, 콘트라베이스, 만돌린, 플루트, 클라리넷이 있었고, 피아노에 정주현씨와 지휘에는 주용수씨였습니다. 중간에 특별출연으로 테너 양원섭씨도 있었지요. (피아노의 전주현씨는 중앙대 피아노과 졸업, 지휘자인 주용수씨는 연세대 음대 작곡과 졸업에 독일 데트몰트 국립음대 작곡과 졸업, 그리고 양원섭씨는 한양대 음대 졸업.. 이라고 팜플렛에 적혀 있었습니다. 저야 잘 모르죠. 으하하)


공연이 있었던 경기도 문화의 전당입니다


프로그램은 3부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이랬습니다.

제 1부
El Bimbo - C.Morgan
Love Story - F. Lai
Minuetto - P. Mauriat
Nocturne - P. Mauriat
Petite melodie - P. Mauriat
Mother of Mine - B. Parkinson

제 2부
내맘의 강물 - 이수인
Ideale - F. P. Tosti

제 3부
Yesterday Once More - R. Carpeter & J. Bettis
Concerto pour la fin D'm Amour - F. Lai
Till - C. Danbers & Sigman
Wonderful World - G. D. Weiss & G. Douglas
Endless Love - L. Richie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 R. Loveland
Entertainer - S. Joplin

(그리고 앙코르곡)
대부
별밤의 피아니스트




앙코르곡이야 팜플렛에 안 적혀 있으니 넘어가고, 팜플렛을 딱 보았을 때 제가 그나마 아는 곡은 딱 두 개였습니다. Love Story하고 Entertainer (...). 다른 곡도 이미 알고 있었던 곡이라면 더 즐기기 좋았겠지만 뭐 어떻습니까, 이제부터 알아 가면 되는 것을. (왠지 작업 멘트 삘)

여하간 제 2부의 테너 양원섭씨가 부른 노래는 빼고 다른 곡들은 전부 지휘자인 주용수씨가 편곡했다고 쓰여 있더군요. 아마 이 수원 레이디스 오케스트라의 파트에 맞게 편곡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곡들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비슷하게 연결되었는데, 공통점은 '따스함이 느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계절로 치자면 봄 느낌이었어요. 처음에는 겨울에 가까운 초봄도 있었습니다만.

곡들 하나하나를 논하기에는 일단 제 능력이 부족해서 안 되고, 일련의 곡 연주 흐름에 따른 느낌만 간단히 적어 둘까 합니다.

제 1부의 곡들은 일단 시작할 때는 겨울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겨울이라고 해도 한파가 밀어닥치는 겨울은 아니고 이제 슬슬 봄이 올 것 같은 겨울이었지요. 전개되면서 햇빛 좋은 봄날 풀밭에 누워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지만, 간간히 여우비도 내리고 그저 온화하기만 하지는 않았습니다. 어쨌거나 촉촉한 음의 파도가 계속해서 가슴에 와 닿았고, 음에 윤기 있는 따스함이 있어서 기분 좋게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제 2부랄까, 쉬어가는 막간 같은 느낌이었습니다만, 여기에서는 테너 양원섭씨가 두 곡을 불렀는데, 몸 전체를 공명시켜서 내는 듣기 좋은 목소리였습니다. 저는 언제쯤이면 저렇게 부를 수 있을까효 ← ..아무튼, 사람 목소리란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슴다.

제 3부에서는 곡들이 좀 더 봄날같아져서, 간간이 찾아 오던 꽃샘추위 (?)도 거의 사라지고 온화한 바람으로 감싸이는 느낌의 곡들이었습니다. Wonderful World가 연주되면서는 문이 열리자 눈앞에 햇살이 가득하고 화원이 펼쳐지는 그런 느낌에, Endless Love에서는 봄날에 강으로 배를 띄워 나아가며 기분 좋게 자연 풍경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 그리고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에서는 부드럽게 날아올라 구름 위에 올라와 미끄러지고, Entertainer쯤에서는 이제 구름 위로 토끼며 곰이며 다람쥐가 퐁퐁 뛰어올라 손에 손잡고 빙글빙글 노니는 듯한 느낌?

요컨대 1부 - 3부로 이어지면서 곡이 점점 밝아지고 온도가 따스해지며 날아오르는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웅장하다거나 흥겹다거나 하는 곡들은 없었지만 서정적이고 따스했으며, 이게 레이디스 오케스트라라는 점을 감안할 때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바쁜 생활 속에서도 시간을 쪼개어 연습하고 이렇게 공연한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었고요. 역시 음악이란 참 멋집니다. 이런저런 다른 공연들도 찾아가야겠어요. 돈이 좀 생기면 (...).


여담. 곡 하나하나가 끝날 때마다 박수가 쏟아졌는데, 한 번은 곡이 미처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박수를 쳐서 지휘자분이 왼손바닥을 뒤로 내밀어 '아직 안 끝났으니 박수 치지 말아 주세요' 라는 신호를 했습니다. 아, 이 성급한 청중들 어째요. (낄낄)
Posted by Neis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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