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친구에게서 '생각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저는 '책을 읽으라'고 답해 주었죠. 그 때는 그저 읽으라고만 말했습니다만, 지금은 '읽고 짤막하게라도 좋으니 감상도 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영화를 보거나 소설을 읽고 나면 반드시 감상을 블로그에 적어 올립니다. 이게 블로그 포스트 거리로 아주 좋다거나 하는 이유도 있습니다만, 실제로 제게 있어서 이 감상이란 건 '남에게 소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정리하기 위해서'라는 측면이 강합니다. '남을 위해 하는 게 아니라 너 자신을 위해 필요한 거야'라는 말, 어째 좀 식상하게 들릴 지도 모르지만 이게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무언가를 보고 나서 감상하는 것은 그 작품을 즐기는 데에만이 아니라 또 다른 작품을 즐길 때에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감상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게 아니라 꼭 필요해요.

이를테면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며 '아 재미있었다'고 말하는 건 쉽습니다. 그러나 재미있었다거나 재미없었다거나 하는 부분에 있어서, '왜 재미있었나, 혹은 왜 재미없었나'를 (적어도) 스스로에게 설명할 줄 아는 게 좋습니다. 생각하는 힘은 바로 거기에서 키워지거든요. 그리고 감상을 쓰게 되면, 싫어도 무언가에 대해 정리해야 합니다. 영화나 책 감상은 아니지만 이 글도 어떤 점에서는 마찬가지입니다. 제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끄집어내서 '다른 사람들에게 읽히기 좋은 형태로 정리'하는 작업이 수행되지 않으면 읽기 좋은 글을 만들어낼 수가 없거든요. 따라서 이 글을 쓰면서도 저는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세세하고 심도 있는 감상을 쓰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굳이 꼭 그런 감상을 써내야겠다고 자신을 옭아맬 필요도 없습니다. 이 블로그의 예전 감상글만 훑어 봐도 아시겠지만 저 역시 처음에는 감상글이 단순했습니다. 쓰면서 점점 늘어서 길고 세세하게 쓰기 시작한 거죠. (그리고 앞으로 더 나아질 테죠) 이건 제가 딱히 '점점 그렇게 쓰자'고 의도한 게 아닙니다, 생각을 정리하며 쓰다 보니 '어떤 작품에서 내가 무엇을 느꼈는가'가 정리되고, 그 정리된 게 바탕이 되어 다음 번에는 더 심도 있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되고, 그리고 그게 계속되다 보면 점점 더 깊이 있는 감상이 가능해지는 겁니다. 글을 쓰면 쓸수록 는다는 건 바로 이 때문입니다. 좋은 글쓰기를 하기 위한 기본은 다독 다작 다상량이라고 하죠. 많이 읽되, 자기 것으로 소화 흡수해서 생각하고 또한 그에서부터 바탕된 내 글도 많이 써 보는 겁니다. 보고 생각하고 내 것으로 만드는 사이 '나의 세계'도 점점 넓어지고 내 생각도 점점 풍부해져 갑니다. 그리고 이게 된 후에 또 다른 글을 읽으면 예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부분도 보이는 겁니다. 명작을 어릴 때 보았을 때와 어른이 되어 다시 보았을 때 느낌이 다른 건 '보이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이죠.

같은 걸 보고도 어떤 사람은 이런저런 것을 잔뜩 깊이 있게 말할 수 있는데 나는 그렇지 못하다. 그건 그 사람이 특별하다기보다 그저 내가 훈련이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요컨대 감상을 써 버릇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언가를 보고 '이 부분은 잘 모르겠다' 싶은 부분에 대해 찾아보다가 지식이 늘고, 그 지식으로 또 다른 지식을 늘리고, 그러면서 점점 발전하는 거죠. 사람의 발전이란 어떤 것이든 간에 단계별로 천천히 발전합니다. 갑자기 확 뛰어오르는 일은 없죠.

그런 의미에서, 글을 잘 쓰고 싶다거나 생각을 보다 풍부하게 해 보고 싶다면, 많은 걸 보고 즐기되 감상을 써서 '내 것'으로 만드세요.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당신의 생각'을 쓰는 것이니까요. 써 나가는 사이 점점 늘어갈 겁니다. 뭐든 하면 할 수록 느는 법이죠.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