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는 바야흐로 20세기 말, 최첨단 기계 문명인 <컴퓨터>란 물건이 우리 나라에도 들어오기 시작할 초창기, 전국에는 <컴퓨터 학원>이라는 생소한 장소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부모님들은 신시대문명인 컴퓨터를 배우라고 보냈지만 정작 아이들은 가서 <고인돌>이나 <너구리>, <위험한 데이브> 등의 게임을 해대고 그것을 복사하는 장소로 삼았던 그 장소는 어떤 의미에서는 지금의 PC방과도 흡사했습니다. 말하다보니 아, 이거 참 추억이군요. 당시 저는 컴퓨터 학원에 다닐 일은 없었지만 이미 초1때 컴퓨터실에 들어갈 수 있었고 집에도 AT가 있었기 때문에 컴퓨터는 꽤 일찍부터 만진 셈입니다.

그런 거야 어쨌거나, 램은 당연히 1메가에 하드는 있으면 부르주아였던 그런 시절, MS-DOS도 5.0이 나오느니 어쨌느니 6.0은 아직 나오려면 좀 더 있어야 했던 그런 시절에도, 우리에게 키보드는 있었습니다. (사실 그 당시 키보드가 기계식이라 더 고급이었고 나중에 저가화되면서 싸구려 멤브레인이 되어 요즘이 오히려 키보드가 무지하게 하향평준화되었지만, 뭐 그런 건 넘기고) 키보드가 있다는 말인즉슨 타자를 쳐야 한다는 말이고, 타자를 쳐야 한다는 말은 올바르고 빠른 타이핑을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뜻이지요. 그리고 그런 타이핑 연습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우리에게는

한메타자교사가 있었습니다. (아, 물밀듯 밀려오는 이 추억이여)


이 화면을 기억하신다면 당신도 올드유저


화면을 캡춰하지 못하고 사진으로 찍은 건 이게 도스모드라서 캡춰키가 안 먹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덕분에 오히려 뭔가 더 향수가 살아나지 않습니까? (안 살아나면 뭐 어쩔 수 없고) 화면 아랫단의 <좌우 화살표로 항목을 고른후 리턴글쇠를 누르세요!>라는 문구도 무척이나 추억입니다. 그 때는 아직 키보드에 Enter가 아니라 Return이라고 쓰여 있는 키보드가 많았습니다. 이게 엔터가 아니라 리턴인 건 키보드의 형태 원형이 된 타자기가 한 줄을 다 쓰면 <되돌려서> 다음 줄로 넘어 가야 했기 때문이죠. 글쇠란 거야 물론 key의 국문순화어고요. 이 때는 마우스를 다람쥐라고 하고 컴퓨터를 셈틀이라고 하고 그랬습니다. 요즘은 이런 말 잘 안 쓰죠.

덧붙여 이 프로그램에 추억을 정말이지 되살려주는 또 한 자락이 있는데, 저 화면에서 메뉴 중 <화면 배경 바꿈>을 누르면, 이런 화면이 뜹니다.


감동 그리고 또 감동


칼라 그래픽 카드, 그렇습니다, 칼라 그래픽 카드. 저 시대에 무려 16색이나 지원하는 VGA 카드를 소유한 사람은 아직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4색 지원의 CGA야 말할 것도 없고, 보통은 단색의 허큘리스 (Hercules) 카드가 대세였죠. 물론 저도 허큘리스 카드였기 때문에 SimCGA (허큘리스 카드를 내부적으로 CGA로 속여 주는 프로그램. 보이는 건 결국 단색입니다만 이걸 쓰면 CGA용 프로그램도 돌릴 수 있습니다)로 삼국지 1을 돌렸던 추억이 있습니다. ..랄까 이거 순식간에 또 모르는 사람은 전혀 모르는 이야기로 파고들었군요. 여하간 이 한메타자교사, 정말이지 그 시대의 프로그램입니다.

하지만 오래된 프로그램이라고는 해도 있을 건 다 있습니다. 두벌식도 세벌식도 모두 제대로 지원하고, Qwerty도 Dvorak도 지원합니다. 자리 익히기, 낱말 연습, 단문 연습, 장문 연습, 그리고 게임도 있지요. 타자 프로그램이 갖춰야 할 것은 모두 갖춘 프로그램이 바로 이 한메타자교사입니다. 단언하건대 이 프로그램 이후 나온 어떤 타자 연습 프로그램도 기능상으로는 이 프로그램과 달라진 게 없습니다.


추억의 게임, <베네치아>


타자 게임 패턴에서 저 형식은 한메타자를 모르는 분도 모두 아실 겁니다. 단어가 점점 내려오고, 밑까지 내려오기 전에 단어를 쳐서 없애지 못하면 데미지가 쌓여서 결국 게임이 끝나게 되는 스타일. 명불허전, 다시 해 봐도 역시나 시스템은 이미 완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여담, 이 시대에는 컴퓨터에 사운드 카드 뭐 그런 거 없었습니다. 사운드 블래스터나 옥소리 같은 카드는 좀 나중에나 나왔는데, 486시대쯤 가기 전까지는 그림의 떡이었죠. 이때에는 아직 컴퓨터 내장 스피커를 사용했습니다. 뭐 그 시대 게임 해 보신 분들이라면 다들 그 삐리리리~ 삐리~ 하는 사운드를 잘 아실 겁니다. 뭐 그래서 무슨 말을 하려는 거냐 하면, 역시나 이 프로그램은 사운드 출력을 컴퓨터 내장 스피커를 씁니다. ..스피커가 아니라 컴퓨터 본체 내에서 들려 오는 느낌의 이 저급한 (말하며 감동으로 눈물젖는다)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정말 전율로 몸이 떨릴 지경입니다. ..전역한 지 한참 된 사람이 맛스타 먹고 감동하는, 뭐 그런 느낌?

저는 요즘도 가끔 타자연습 프로그램을 씁니다만, 문득 이 한메타자교사가 생각나서 찾아보니 웬 윈도우판만 보이더군요. 그래도 뒤져보니 도스판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시대가 좋아지긴 좋아졌어요, 여러 가지 의미로. 여하간 모처럼 구한 거니, 여러분 중에서도 이 감동을 함께 하시고픈 분이 있을 것 같아서 올려봅니다.

한메타자교사 다운 : 계정이 사라졌으므로 링크 삭제되었습니다.

XP에서도 잘 돌아갑니다만, 처음의 로고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VDMS 등의 도스 에뮬레이터를 쓰시길 권합니다. 검색하시면 쉽게 구하실 수 있을 겁니다. 뭐 이게 없어도 처음에 키 좀 눌러 주면 메뉴 화면으로 제대로 들어가니, 처음 화면이 안 보인다고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덧붙여, 이걸 구하는 중에 윈도우즈 판 한메타자교사 1.1이란 것도 구해서 깔아 해봤습니다만, 이건 어설프게 세련되려다 만 느낌이 영 좋지 않았습니다. 뭐든지간에 어정쩡한 리메이크는 원판을 따라갈 수가 없는 법이죠. 그런 의미에서 도스판 만세.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