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그렇습니다만, 무슨 사건이든 한쪽 말만 듣거나 혹은 요약된 사건만 접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오류가 생겨나는 법입니다. 따라서 요즘 저는 가볍게 다룰 게 아닌 이상 무언가에 대해 말하려고 하면 좀 더 알아보려고 하는 중인데요, 요즘 이슈 중 하나인 '성폭력 과잉방어로 인한 남성 사망 건'에 대한 부분을 찾아내서 올려 봅니다.

판결문이 올려진 네이버 블로그 : 마토님 블로그

이 판결문이 있는 곳을 알려준 이글루 포스트 : 이규영님 이글루

일단 기본적으로 저 판결문에 대해 말하면, 서울지방법원사이트에 접속해 판결문 공개를 신청하면 민간인도 판결문을 받아볼 수 있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저 <판결문> 링크에 걸린 판결문은 그 판결문이고요. 물론 이 판결문이 진짜냐 하는 의혹이 있을 만도 하지만, 이 판결문 주소를 링크한 저 이글루 주인 분의 의견으로는 "블로그를 둘러본 결과, 이 분이 무슨 법원 판결문을 상상해서 창작하실 만한 분은 아닌 것 같으니 거의 믿어도 될 것 같습니다"라고 하시더군요.

그래도 저 판결문 클릭하는 게 귀찮거나, 내용 알아보기가 어려우실 분이 있을 것도 같아서 내용을 다시 보기 쉽게 옮긴 글을 퍼와 봤습니다. (따라서 아래는 이규영님 블로그에서 퍼온 부분입니다. 저 분 공지사항을 보니 출처만 밝히면 아예 글을 퍼가도 좋다고 하시더군요. 잘 정리된 거 괜히 두 번 수고할 필요 없으니 퍼옵니다)


판결문에 공개된 내용이 너무 장황해서, 제가 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봤습니다. (객관적 서술을 위해, 피고인-피해자라고 부르지 않고 그냥 여자-남자라고 호칭하겠습니다)

가. 상해치사가 적용되는가에 대한 부분 - 즉 이 부분은 성폭행 여부와 상관없이 여자가 남자의 죽음에 대해서 어느정도 고의성을 가지고 있었는가 아닌가만 판단하는 부분입니다. 성폭행 관련한 정당방위 여부는 뒤에 다시 따로 다뤄지구요.

1. 여자가 무쏘 자동차 조수석에서 남자가 차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모든 문을 잠가버렸다. 남자는 '문을 열라'고 창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2. 여자는 차를 운전해서 달려나갔고, 조수석 창문에 매달린 남자는 200미터 정도 끌려가다가 대리석에 두개골골절로 사망했다.

3. 여자가 운전을 하는 순간 남자가 '문을 열라'고 소리치며 조수석 백미러를 붙잡았고, 40미터 정도의 속도로 1-2분을 달렸는데도 피해자가 차에 매달려 떨어지지 않았으며, 여자는 속력을 줄여 나무에 부딪히게 하면 떨어져 나가겠구나 생각해서 갑자기 속도를 줄였는데, 속도를 줄이자 남자가 갑자기 차에서 떨어져 나갔다고 한다.

4. 여자는 자신이 속도를 갑자기 늦출 경우 남자가 차에서 떨어져나가 크게 다칠 것임을 예상하였다고 진술했다. 그러므로 미필적 고의에 대해서 충분히 인정이 된다.

나. 정당방위인가, 과잉방어인가에 대한 부분 - 사실 이 부분이 진짜 핵심입니다. 미필적 고의로 사람을 죽었다고 해도, 정당방위가 적용되는 상황이면 유죄가 입증이 안되거든요.

1. 여인은 남자의 무쏘 승합차를 같이 타고 대부도까지 함께 왔는데, 그 시간이 저녁 8시를 넘은 시간이었다고 한다. 여인은 남편의 평소 퇴근시간이나 자녀들에게 저녁을 차려주던 시간대를 훌쩍 지난시간에 집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곳까지 왔다는 판단이 들었고, 남자에게 집에 돌아가고 싶으니 차를 돌리라고 말했다고 한다. 더군다나 과거에도 여인이 운영하는 치킨집에 남자가 놀러온 것을 남편이 목격한 적이 있어서, 둘의 사이를 남편이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라 오늘도 집에 일찍 가지 못하면 또 다시 의심을 받게 될 상황이라 난처했다고 한다.

2. 여자가 차를 돌리라고 했으나 남자는 이를 거부하고 계속 차를 몰았다. 여인은 운전대를 꺽으려고 했으나, 오히려 남자에게 따귀를 맞기도 했다. 차가 대부도 공원 주차장에 정차하자마자 차에서 뛰어내린 여자는 마침 그 앞에 편도 2차선 도로위를 달려가던 아무개 일행이 타고가는 승용차를 세우고는, 살려달라고 말하면서 그 차에 올라탔다고 한다. 하지만 남자는 근처로 차를 몰고 온 후에, 강제로 여자를 끌어내리고 다시 무쏘 승합차 조수석에 태웠는데, 이때 여자는 위기를 느끼고 문을 걸어잠궜고 그 이후의 상황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

3. 아무개 일행은 그 부근에 있는 자기 사무실로 돌아와 112에 이 사건을 신고하였다. 여기까지의 상황을 봤을때는 여인의 '정당방위'가 인정이 된다고 여겨진다.

4. 하지만 당시의 사건이 벌어진 시간은 여름철이라 일몰시간에서 20분 정도 지난 시간이었고, 가로등이 켜져 있어서 그리 어둡지 않은 장소였고, 공원 주차장은 주변에 숲이 없는 탁 트인 공간이었으며, 인근에 가게들이 많았고, 도로위에 지나다니는 자동차들도 많았다.

5. 여인이 아무개씨의 승용차에 올라탔을때, 아무개씨가 몇차례 '파출소에 신고를 해드릴까요?'라고 물어봤으나 이에 대해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무개로부터 핸드폰을 빌리더니 남자에게 전화를 걸어 차 안으로 핸드백과 핸드폰을 가지고 오라고 말했다. 남자는 승합차를 가까이 몰고 온 후에 여인을 끌어내려 자기 차에 태우려고 했다. 다시 아무개씨가 '파출소에 신고를 해드릴까요?'라고 물어봤으나 이번에도 여자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6. 여인이 아무개 일행의 차에 탔을때는 어느정도 안정을 찾은 상태였으며, 옷이 찢어지거나 풀어해쳐진 상황은 아니었고 상처도 보이지 않았다. 남자가 여자를 끌어내리는 상황에서도, 아무개씨 일행의 목격으로는 두 사람 사이에 사소한 다툼 정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였을 뿐, 그다지 위험한 순간으로 여겨지지는 않았다.

7. 승합차 조수석에 탄 여자는 남자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자동차의 모든 문을 잠갔으며, 남자가 함부로 차에 들어올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승합차 안에는 여인의 핸드폰이 있었기 때문에 성폭행이나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위급한 상황이었으면 충분히 신고를 할 수도 있었다.

8. 여인은 남자가 차에 매달린채로 40키로 속도로 차를 몰고 달리다가 20키로로 속도를 늦춰서 남자를 도로에 떨어트러 사망에 이르게 했다. 이런 상황들을 모두 종합해보면, 여성의 방위행동이 정당방위를 넘어선 지나친 과잉방위였다고 판단할 수가 있다. 그러므로 방위행동에 대해 감형, 경감은 인정될 수 있으나 그 정도를 초과한 만큼의 유죄는 인정되는 바이다.



이런 이유로 과잉방위라고 판단되었다는군요. 글쎄, 이견이 있을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판결문의 상황을 보아서는 과잉방위가 맞는 것 같네요. 어쩐지 성폭력 방어인데도 과잉방어라는 판결이 나왔다길래 의아했습니다만, 아무 이유 없이 과잉방어는 아닌 거겠죠. 신고해드릴까요 묻는데도 아무 말 없었던데다 남자에게 다시 전화 걸어서 불렀다는 것도 거참. 게다가 여자가 먼저 차에 타서 문을 잠글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도 저 맥락에서는 어째 꽤 느긋해 보이고. 남자가 말을 하면 뭔가 다른 이야기도 나올 것 같습니다만, 죽은 사람은 말이 없으니.

세상은 요지경입니다 그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