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럭


어제 아홉 시 뉴스가 FTA 특집이었다. 중간까지 보다가 식사 다 해서 꺼버렸지만. 전문가라는 사람이 나와서 정말 어정쩡한 말 하더라. 두리뭉실하게 말 넘기고 "우리 하기에 따라 달라질 거다" 그런 말 하더라. 뻔한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누군들 그걸 모르나? 자유경쟁, 솔직히 우리 나라가 그 거대한 나라하고 맞붙어 이길 턱이 없잖아. 소비자에게는 좀 더 좋은 시대가 될 거라고? 그야 그렇겠지, 문제는, 소비만 하고 사는 소비자는 없다는 거다. 생산을 해야 소비할 능력도 생기지. 소비하는 걸로만 이야기가 끝나면 누가 걱정을 하냐.

가장 재미있었던 건, 그 뉴스에서, 이번 협상에서 가장 큰 소득을 '섬유'라고 하더란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 수입해서 가공한 것도 우리나라 제품으로 보아 주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을 거라고 했던가? 거, 퍽도 말 되는 소리 하고 계신다. 세계에서 미국에 섬유를 수출하는 나라가 우리 나라 뿐이냐? 가까이만 봐도, 미친 듯이 치고 올라오는 중국은 어쩌실 건데. 섬유같은 거 조금 나아졌다고 말해 봐야, 그 산업으로 우리 나라가 잘 나갈 때는 이미 예저녁에 지났다.

솔직히 나는 이 협정으로 우리 나라가 얻은 건 개뿔도 없다고 평하고 싶다. 미국으로서는 별로 중요하게 치지도 않는 거 지켜냈다고 자랑스레 떠벌이지 마라. 어차피 걔네들이 원하는 건 쌀이니 쇠고기니 하는 거 밀어붙이면서 자기네들한테 좀 더 유리한 방향으로 (=조금이라도 더 한국에서 뜯어낼 게 있게) 하는 거였을 테니까. 뜯어낼 수 있는 만큼 뜯어내다가 통상 방법만으로는 시원찮으니까 FTA까지 걸면서 더 뜯어내려는 거 아니었나? 여하간 이제 우리 나라는 정책도 미국 투자자들 눈치보며 하게 생겼다. 자기 이익에 문제가 되면 복지고 환경이고 다 아작나는 거다. 하긴 지금도 그런 문제는 계속 있었지만, 이제 좀 더 노골적이 되겠지. 그것도 걔네들은 자기 나라 일 아니니 더 심할 거고.

나는 대한민국이 그다지 선진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후진국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유럽처럼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마땅찮다. 개뿔도 없는 빚 제국이다. TV에서 사채광고 볼 때마다 짜증난다. 빚을 내서 무리하게 생활수준을 끌어 올린 것 뿐이다. 현재의 대한민국이 정말 저 선진국들을 상대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이야 어찌 되든 알 바 아니라는 게 점점 노골적이 되어 간다. 약육강식의 논리다. 추세는 추세고, 어쩔 수 없으며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좀 적어도, 눈을 돌리고 살지는 말자. 속이지 좀 마라. 피할 수 없는 건 피할 수 없는 거라지만, 최소한 현실을 똑바로 보고 뭐가 문제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알자. 그러니까 말인데,

이번 한미 FTA가 잘 된 일이라고 떠벌이지마, 이 가증스런 매스컴들아. 니네가 해석 안 해 줘도 되니까 그냥 현실이 어떻게 되었는지나 제대로 보도하라고.


(여담. 분명 FTA로 이득을 보는 사람도 있기는 있을 거다. IMF 이후에 잘 살게 된 사람도 없지는 않듯. 하지만 우리 나라 사람 대부분은 이득 못 볼 거라는 데 백원 건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