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드디어 반깁스를 풀었습니다. 뼈에 박았던 철심도 뽑았는데 이건 생각보다 별로 안 아프더군요. (뻰찌로 뽑았는데요, 뭐랄까 뼈가 조금 시큰거리긴 했지만 수술하고 난 밤과 새벽에 뼈가 쑤셨던 거에 비하면 백분의 일도 안 된달까) 여하간 그런 이유로 봉인되었던 오른손을 해방시키고, 저는 지금 오른손 엄지 타이핑이 아니라 모든 손가락을 다 사용해서 타이핑하고 있습니다. 빛나는 나의 손가락, 샤이닝 핑거 만세.

아무래도 철심을 박아 두어서 뼈를 상하게 한 거니 뼈가 붙었다고는 해도 완전한 상태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철심을 박았던 상처에 물이 들어가면 안 되는 관계로 아직도 오른손에 물을 댈 수 없고요. (반깁스는 풀었지만 붕대는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할 수 있는 한 오른손을 사용하라고 하더군요. 이틀 뒤에 다시 병원 가서 철심 빠진 상처가 잘 붙었으면 물리치료도 개시할 모양입니다.

한 달 반을 쓰지 않았을 뿐인데 손이 완전히 다 굳었습니다. 지금은 타이핑을 할 수 있을 정도까진 관절 가동력을 회복시켰습니다만, 처음에는 손이 수도 (手刀)처럼 된 상태에서 움직일 생각을 안 했어요. '이런 건 내 손이 아냐!' 라고 절규하며 용을 쓴 끝에 그럭저럭 구부러지게 되었습니다만. 말하자면 다리 찢기 스트레칭을 안 해서 다리가 안 찢어지는 사람이 끙끙대며 다리찢기를 하는 그런 느낌입니다. 하지만 손이란 건 좀 더 복잡한 부분이고, 요컨대 고생 좀 해야겠죠. 팔근육도 물렁물렁해져서 미끈해져 버렸습니다. 내 전완근 다 어디 갔어 으하하학.

사람의 몸이란 건 쓰지 않으면 굳는다는 걸 절실하게 실감하는 중입니다만, 문득 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비단 몸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지 않을까 하고. 그러니까 결국 무엇이나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사람이 하는 그 어떤 일이건간에, 취미활동이건 공부건간에, 하지 않으면 굳어지는 법이지 싶습니다. 머리를 계속 쓰는 사람은 치매에 걸릴 일이 적다고 하지요. 물론 몸이건 머리건 뭐건간에 너무 무리하면 오히려 망가져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그거야 자신의 한계를 알고 적절히 조심해야 할 일이고.

그런 의미에서, 이 굳어진 오른팔을 위해 죽어라 재활 좀 해야겠습니다. 이 불쌍한 오른손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가 하면, 지금 일반 체육사 악력기를 오른손으로 한 번도 제대로 못 잡고 있어요. 하긴 애당초 관절도 제대로 못 구부리면서 악력을 되살릴 계제가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여하간 인간의 몸이란 안 쓰면 이렇게나 순식간에 퇴화해 버리는구나 싶습니다. 뭐, 써야죠, 열심히.
Posted by Neissy